청라 화재 이후에도 방치된 1만여 기 전기차 충전기, 안전대책 시급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 1만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아파트 내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화재는 전기차 충전기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전기 안전성 논란과 함께 전국 아파트 충전기 이전·개선 요구가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제도적, 현실적 장애로 개선 작업이 상당 기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업부·지자체에서는 화재 이후 긴급 점검과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이행률은 미미한 편이다. 전국 아파트 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환경부 집계상 약 6만기로 집계되지만, 이 중 최소 1만기 이상이 위험 구역으로 분류되는 실내·지하 주차장 구조물에 남아있다. 화재 이후 인천지역에서만 충전기 700여 기가 운영중지 혹은 이전 대상이 되었음에도, 이전 완료 비율은 10%를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주요 충전기 사업자들은 기존 시설 개선과 의무적 안전 점검에 따라 추가적 비용이 연간 수십~수백억 원 규모로 발생한다고 밝힌다. 정부와 업계가 협의해 이전 및 보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나, 현실적으로 신규 설치 부지 확보, 입주민 동의 등 복잡한 절차로 현장 적용률이 낮다. 충전기 제조사의 경우, 안전기준 및 내구성 강화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다.
또한, 최근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대도시 아파트 주차장의 충전소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그에 못지않게 충전시설의 노후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주택관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의 30% 이상이 도입후 5년을 넘기며, 잦은 고장·과열 사례가 급증했다. 정부는 이에 올 들어 기준 강화와, 불량·노후 충전기 교체에 보조금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나, 체감 개선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산업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해당 문제는 단순히 충전기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 인프라 전반의 ‘안전성 신뢰’와 맞닿아 있다. 그간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하드웨어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관리·운영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충전환경의 안전기준 강화와, 자체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부 제조사들은 원격진단, 화재감지 센서, 자동차단 시스템 등을 내장한 신형 충전기 개발에 주력하며 시장 신뢰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현행법과 공동주택 관리 규정의 미비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파트 내 충전기 설치·운영은 대부분 입주민 동의를 요하지만, 안전 위해 요소 존재 시 즉시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별 조례와 환경부 표준지침 간 괴리, 사업자별 설치형태의 상이함도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충전기 설비에 대해 ‘전문기관 주도 안전 재점검’과 ‘의무적 이전·교체 기준’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실적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충전기 시장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8%에 달했으나, 이와 병행해 안전관련 민원 및 운행중단 사례 집계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 등이 충전사업자 및 관리주체에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충전기 철거를 둘러싼 분쟁, 보험 처리 지연 등 사회적 갈등도 발생하는 추세다.
예상 전망을 보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는 앞으로 신기술·법률·공공정책의 유기적 결합 없이는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강제적 안전인증, 복합형(지상-지하 연계) 충전소 도입, 개별 충전장치 상시 진단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지자체·사업자·입주민 등 이해관계자 간 투명한 의사소통과 현실적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 ‘충전 인프라의 안전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