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제외, 국내 완성차 3사 모두 중국과 손잡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제외한 3개사가 최근 중국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본격화했다. 이 추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내 공급망 재편과 치열한 전기차(EV) 경쟁, 그리고 원가 절감의 압박으로 인해 나타난 변화다.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는 중국 BYD와 배터리, 모터 등 핵심부품 개발에 나섰고,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중국 지리와 합작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를 내놓는다. 한국GM은 중국의 상하이GM과 협업해 현지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수입 및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 비용 구조, 생산 전략, 그리고 기술 자립성에 중대한 시사점을 남긴다.
배경에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조달, 가격 경쟁력 확보, 신속한 신모델 투입이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은 배터리, 모터, 반도체 등 EV 핵심 부문에서 확고한 공급망을 구축했으며, 완성차 생산 과정의 원가경쟁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3사 모두 자체 역량만으로 글로벌 EV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협업으로 기술 도입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쌍용차(이하 KG모빌리티)는 BYD와 작년 배터리 장착 공동 프로젝트에 이어 모터, 전력제어시스템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했다. BYD는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 점유율 2~3위를 놓고 CATL과 경쟁하는 회사로, 저비용·경량 배터리 생산기술에서 강점을 가진다. KG모빌리티 관계자에 따르면, BYD와의 협업은 내년부터 본격 양산되는 신형 EV에 우선 적용된다. 내연기관차 중심이었던 쌍용차가 EV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BYD 배터리 및 모듈 적용이 장기적으로 차량 원가 절감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내 배터리 산업의 지위 약화 또는 기술유출 우려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르노코리아는 2025년 신규 스포츠유틸리티(SUV)와 전기차 모델에 중국 지리(Geely)와의 합작 플랫폼을 적용한다. 이미 하이브리드 엔진 등에서 지리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생산·조립도 중국 현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생산비가 저렴한 중국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플랫폼은 자동차 설계, 이후 생산 및 품질 관리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핵심 밸류체인 ‘탈한국’ 현상이 가속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GM 역시 과거 미국 본사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상하이GM에서 생산된 소형차와 SUV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부평 공장 등 국내 생산라인의 생산가동률 저하와 연계돼 인력 재배치 및 구조조정도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통된 배경은 뚜렷하다. 첫째, 공급망 불안과 양산 단가 인상에 대한 우려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 심화로 반도체·배터리 등 부품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중국산(産) 부품은 단가 경쟁력이 탁월하다. 둘째,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 등 규범 변화에 따라 해외 기술 도입이 불가피했다. 셋째, 단일 플랫폼 다변화 전략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신차 1종을 수년간 집중생산하는 모델에서, 짧은 주기로 신차를 다양하게 투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체 기술력과 투자余力(여력)이 대기업 계열사 수준에 못 미치는 쌍용차·르노코리아·한국GM 입장에선 단기간 점유율 하락을 막고자 외부 플랫폼 확보가 사실상 ‘생존’의 수단이 된 것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가져올 장기적 파장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생산기지의 경쟁력 약화, 고용불안, 기술 주권 약화 등이 첫 번째 키워드다. 실제로 부품 공급 및 플랫폼 전환이 확대되면 국내 부품업체 생태계도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현대·기아차 중심의 내수 및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하위제조사들의 판로가 축소될 수 있다. 또한, 중국 기업의 저가·고효율 제품 도입이 일시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올릴 수 있지만, 기술유출·노동시장 충격 등 부정적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2020년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으로 블록 단위로 세분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산 부품 비율 강화, 공급망 자립 등 보호무역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3사가 중국과의 협업을 더욱 늘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지 완성차 시장에서의 브랜드 자립, 기술 독자성, 품질관리에서 한층 엄격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내재화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자체 배터리 조달, 설계·생산 일원화 등으로 차별화된 방향을 택하고 있다. 국내산 부품 비율이 높은 모델, 글로벌 생산라인 일원화,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 등 자체 기술 내재화 역량은 이미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상반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9% 내외로, 글로벌 3·4위를 오가는 성과를 유지했다. 자체 기술과 국내 산업 생태계 유기적 협업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앞으로 완성차 3사의 중국 협력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시장 변동성, 비용 압박, 친환경차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모가 작은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기술 축적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 차원의 기술 유출 방지 장치, 고용·생산 안정화 대책, 그리고 국내 부품 생태계 지원정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복합적인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점, 국내 자동차 업계의 균형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