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미래를 이끄는 데이터 그리고 사람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가을 아침, 여행이란 키워드에도 새로운 결이 더해지는 계절입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인공지능·데이터 활용 공모전의 수상자 인터뷰를 읽으며, 관광의 의미가 점점 확장되어 가는 지금, 그 속에서 시큼한 설렘이 피어오릅니다. 특별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이 한 편의 풍경처럼 여행 경험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실질적으로 여행자들이 가진 고민과 바람에 귀를 기울인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 취향에 딱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여행 중 어색한 시간을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시각장애인이나 교통약자를 위한 정보 판단 시스템 등 폭넓은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그 아이디어 대부분이 여행이란 물리적 이동 너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데이터는 드디어 단순한 통계 자료가 아니라 나만의 여행 버디로, 혹은 여행 자체의 감정을 섬세하게 닦아주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날 만난 여러 수상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의 가치’를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혼자 떠난 낯선 도시의 쓸쓸함을 데이터로부터 얻는 위로로 바꾸고, 누군가는 평범한 골목길의 소소함을 인공지능으로 다정히 곱씹습니다. 그 다정함은 공간을 조명하는 빛과도 같았습니다. 그동안 여행이라 하면, 누군가 알려주는 곳,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것만 찾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특히 AI 기반의 맞춤형 정보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힘은 드러나지 않던 작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하고, 속삭이듯 각자의 이야기로 길을 안내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데이터와 관광의 만남은 그리 새삼스럽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에선 빅데이터를 분석해 여행 트렌드를 제시하고, 방문객 선호도를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공모전은 조금 달랐습니다. 수상작들의 세밀함과 따스함, 그리고 관광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자체에 깊이 주목했던 것입니다. 지역 소도시에 숨은 장인들을 AI가 알려주거나, 부담 없이 느린 여행자들을 위한 경로 안내가 등장한 점이 그 대표적입니다.
현장 인터뷰에서 만난 한 대학생 팀은, AI 챗봇을 활용한 여행자 상담 서비스를 개발하며 수천 명의 피드백을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여행자 각각의 욕구와 상황, 기대가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달았노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엔, 신기한 호기심과 동시에 깊은 공감이 배어 있었습니다. 여행이란 감정의 집합체이기도 하니까요. 데이터가 그 집합체를 더 풍요롭고 색다르게 그려내도록 돕는 지금, 이것이 여행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인상깊었던 것은, ‘관광’ 자체를 소수의 전문가나 대형 여행사만의 영역으로 두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심사위원 및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이 단순한 아이디어 발표의 장이 아니라, 각 지역 주민과 관람객, 그리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대화하는 플랫폼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관광 산업이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인간 중심적 감성을 끌어안기 위한 필수적인 흐름이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여행은 시간이나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경험’에 방점이 찍힙니다. 지난 몇 년, 코로나 이후 쌓였던 먼지가 조금씩 걷히고 다시 사람의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관광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과 다양성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수상자들의 시선이 의미 있었던 까닭도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친절한 여행이란 결국 각자의 삶과 이야기 안에서 꽃피워질 때,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결국 데이터란 우리가 여태껏 외면했던 깜깜한 골목, 지나치던 안내 표지판의 의미까지도 챙겨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정보가 쌓이면, 작은 실수가 뒤따르기도 할 것입니다. 지나친 기술 신뢰, 혹은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고민 역시 무심코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데이터가 가진 힘과 가능성이 긍정의 시선으로 이어질 때, 여행이라는 일상의 한 장면이 훨씬 따뜻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작은 여행지를 향해, 혹은 어느 낯선 거리의 이정표를 따라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길에서 맞닥뜨릴 다양한 풍경, 그리고 각 사람만의 마음속 붓질이 기존의 통계나 지도보다 더 진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데이터와 기술이 조용히 곁을 내어줍니다. 기술과 감성, 디지털과 휴머니즘이 조우하는 이 새로운 텍스처가 앞으로 한국의 관광,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온도를 더해줄지 기대해봅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