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뉴욕 한복판에서 힙한 간식으로? 글로벌에 퍼지는 K-트렌드 스포트라이트

군고구마가 뉴욕에서 ‘핫’한 스트릿푸드가 되고 있다면 믿어질까? 실제로 최근 맨해튼의 브루클린 한복판, 겨울이면 쨍하게 도는 찬바람 속에서 수증기 내뿜는 군고구마 푸드트럭 앞엔 늘 기다란 줄이 생기고 있다. 구수한 향기에 이끌린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간단히 구워낸 고구마 하나에 지갑을 여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쯤 되면 K-패션을 입은 음식, 즉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변모한 우리의 소울푸드 군고구마가 진짜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한 셈. 동시에 이것은 그저 한 장면이 아니라, ‘한국다움’이 교차점에서 보여주는 확장성, 그리고 해외에서 더 강하게 반응하는 케이(K)트렌드의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패션계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도 대거 스며드는 이 흐름, 단순히 음식에서 그치지 않는다. 군고구마를 중심으로 번져나가는 ‘레트로 감성’이 뉴요커들의 취향을 두드리는 한편, 고구마와 잘 어울리는 현란한 패턴의 양말, 복고풍 체크 머플러, 그리고 한글이 새겨진 캐주얼 티셔츠 등도 해외 셀럽들의 SNS 피드에 대거 등장 중이다. 전세계 스트릿 패션 키워드가 점점 더 다채로워지면서 K-감성은 의외의 방식으로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 닐슨IQ 등 리서치 업체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MZ 세대 사이 ‘Comfort Food’와 ‘갓구운 정직함’이 결합된 K-푸드의 검색량은 2026년 들어 180% 넘게 폭증했다.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런던 소호 지역, 호주 멜버른 같은 트렌드 고장들이 새로운 K-트렌드의 실험장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현지화가 아닌 정체성 유지’다. 예전 Hallyu(한류) 붐이 곱씹던 “외국에 맞춰 변형”이 아니라, 이번 K-트렌드는 꾸밈없이 한국 방식 그대로를 보여줘 환호받는다. 군고구마를 종이에 돌돌 말아주던 ‘길거리 감성’, 그리고 투박한 차량 위 임시 난로에서 구워낸 손맛 등이 고스란히 수입된 점이 신선하게 작용했다. 약간 서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 여기에 유쾌한 디자인 센스가 더해지면서, 까다롭고 쿨한 뉴요커들에게 “Unfiltered(필터 없이 생생한)”한 경험을 준다는 평이 이어진다. K-패션 역시 이 흐름에 맞춰 “꾸안꾸(꾸민 듯 안꾸민 듯)” 스타일과 ‘찰떡인’ 한국 소품들이 새로운 킬링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 브랜드의 심플 로고 후드, 한글 레터링 비니처럼 한국어가 그대로 박힌 옷들은 ‘월드토크’처럼 확장하는 글로벌 패션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핵심은 이 모든 게 ‘Newness’와 ‘Honesty’에 반응하는 MZ세대의 감각을 정확히 노렸다는 점! 사실 고구마의 투박함, 담백함, 어쩌면 조금 촌스러운 아날로그 무드까지도 모두 섬세하게 리패키징돼 ‘쿨하다’는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된다. K-아카이브, K-사운즈, K-컬처 등 국내산 문화코드가 글로벌 무드와 합쳐지며, 뉴요커와 파리지앵 alike(똑같이)에게 특별한 취향 경험을 선사하는 것. 여러 해외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한국다운 오리지널리티’가 브랜드 파워의 원천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이런 흐름은 음식을 넘어 패션 아이템, 뷰티, 홈웨어까지 확장될 분위기다. 실제로 파리 패션위크, 밀라노 디자인페어 현장에서 포착된 K-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은 투명 컬러 텀블러, 아기자기한 작은 가방, 아크릴 키링 등 소소한 것들. 평범해 보이는 요소에 감각적인 색감과 한글 타이포그래피, 레트로 무드를 조합해 부드러운 텐션과 발랄한 분위기를 동시에 잡았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러한 해외 반응을 바탕으로, 자체 ‘스토리 텔링’을 내세워 더 창의적인 제품들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대세가 되는 순간, 그게 진짜 트렌드다’는 패션계 교과서적인 프레이즈가 지금 대한민국 군고구마에 딱 들어맞는다. 단 한 번도 세련된 이미지가 아니었던 소박한 간식이, 무심한 듯 따뜻하게 뜬금포로 글로벌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무엇보다 이것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오리지널리티를 기반으로 한 ‘K-감성’의 힘, 그리고 익숙한 것의 재발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임을 보여준다. SNS와 쇼츠, 릴스 타고 해외 번져가는 이 유행, 누군가의 방구석 작은 추억이 이제 뉴요커의 골목에도 작은 흔적을 남기는 중이다.

한국식 군고구마가 캐주얼 패션, 레트로 감성, 뉴트로 디자인과 만나서 만들어 낸 이 특별한 물결. 다음엔 또 어떤 K-아이템이 세계의 힙한 거리에서 사랑받을지,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요즘이다. 패션도 음식도, 결국 ‘진짜 우리다움’이 통하는 시대. 이번 겨울, 뉴욕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한 입 베어물면— 트렌드는 더 이상 대륙의 경계를 모른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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