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통령 8년 만의 방중 추진, 중·EU 갈등 국면 돌파구 될까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8년 만에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미중 전략적 대립, EU의 대중 견제 강화, 중국의 반덕 조치와 같은 복잡한 국제 환경에서 이뤄지는 만큼, 외교·경제 전선 전반에서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최근 EU는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등 전략 품목에 대해 ‘시장 왜곡’을 문제 삼으며 반덤핑 조치와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중국은 유럽산 주류·자동차 등에 다양한 무역 보복 조치로 맞서며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독일은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는 유럽 경제의 핵심 주체로, 자국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공동보조를 유지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실제 독일 자동차, 기계, 반도체 업계는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5년 기준 독일의 중국 수출액은 1350억 유로, 전체 수출의 약 8%에 달했다. BMW, 폭스바겐, 인피니온, 지멘스 등 제조·첨단산업 대표기업들은 현지 생산 및 투자 확대와 친환경 전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서방의 공급망 다변화 압박에도 독일 주요 기업들은 중국 합작 투자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해, 단일 시장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와 함께 여전히 ‘차이나 인사이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방중 추진은 올 들어 더욱 첨예해진 중·EU 무역전쟁 기류 속에서, 독일의 독자적인 대중 노선을 재확인하려는 경제외교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 시절부터 독일은 대중관계에 있어 실용주의를 우선하며, 인권·안보 문제와 경제협력 이슈를 분리해 대응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 재편 속에서, 독일 내에서도 중국과의 ‘너무 가까운 경제협력’이 에너지 등 국가안보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EU의 대중 견제기조가 공고해진 지금, 독일 대통령의 방중은 산업계 목소리와 외교적 필요를 절충하려는 복합적 움직임으로 읽힌다.

독일은 EU 내부에서 비교적 신중·유연한 대중전략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엔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에서 ‘탈중국화’와 공급망 분산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지난 2025년 5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조사를 공식화한 이후 중국 측은 프랑스산 코냑, 독일 자동차, 의료기기 등 유럽산 대표 상품에 대대적인 추가 관세 및 수입 규제 절차를 예고했다. 자동차산업협회(VDA)을 비롯해, 반도체·기계업계를 대변하는 주요 단체들은 연쇄적으로 무역 보복 시 피해 규모가 “독일 기업 연 매출의 4% 내외 잠정 손실”라는 자체 추정치를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대통령의 역할은 상징적이지만, 중국-독일 간 고위급 소통 채널 재가동과 산업계 불확실성 완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움직임 과정에서, 독일 산업구조의 현실적 취약점도 부각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중국 수요 감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복합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및 친환경차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 유지를 노리는 독일 주요 제조사는 중국 내수시장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국 투자와 미국·EU 역내 생산기지 확대 모델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전환은 비용, 기술이전,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소재 등 핵심 필수부품 공급에서 중국과의 상호의존도가 2026년 들어 더 증가했다는 게 업계 실제 체감이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강조하는 ‘전략적 자율성’ 정책이 현실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독일 대통령의 방중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다. 최근 친중 성향 일부 EU 국가와 강경파(프랑스, 리투아니아 등) 회원국 간에는 대중정책의 강도 조절·전략적 자율성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독일 정부는 한편으로 EU 결속을 흔들지 않으면서, 자국 산업체 보호와 경쟁력 유지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정부와 BMW·폭스바겐 고위 경영진들의 비공개 간담회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탈중국화는 현 단계에서 실현 불가하다”는 인식과 함께, 중국 측과의 실리적 관계 복원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공언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방중 추진 결정은 이러한 다층적 산업계 요구와 대응 전략이 반영된 조치로 평가된다.

중-유럽 무역갈등 국면에서 독일 대통령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띠지만, 실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독일 제조업계는 불확실성 하에 있다. 다만, 제도화된 무역 대화 채널과 현지 투자 보호, 첨단기술 합작 및 친환경 전환 이슈 등 실질 논의가 병행된다면, 갈등 완화와 신뢰 회복의 실마리 역시 마련될 수 있다. 향후 중국 측의 정책 변화와 EU 집행위의 입장 조정, 독일 산업계의 대응 성향까지 다면적으로 고려할 때, 2026~2027년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과 동맹 구도가 본격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독일 대통령 방중은 복잡한 미중-EU 글로벌 질서 속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새로운 탐색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독일이 이번 방중을 디딤돌 삼아 자국 산업계의 리스크 분산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이 쏠린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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