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울려퍼지는 일본 노래, 이젠 ‘떳떳한 떼창’시대
일본어 노래가 들리면 예전엔 눈치부터 봤다. 고등학생들도, 엄마도, 직장인도. 일본 음악 좋아한다고 밖에서 티내긴 아직 쑥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콘서트장, 클럽, 길거리, 앱 플레이리스트까지. 일본 노래 가사, 한국에서 큰소리로 따라 부르는 일이 일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먼저 수치는 말한다. 연구원들도, 업계 사람들도 ‘일본 음악시장 역유입’ 현상에 주목한다. 스트리밍 서비스 기준, 2026년 상반기 기준 국내 톱100 리스트에 J-POP 비율 8%. 연초와 비교해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 Z세대와 알파세대, 즉 10대~20대초반이 트렌드를 이끈다. 일본어 발음, 특유의 감정·억양까지 따라하는 영상이 SNS에 바이럴 중. 대표적인 곡은 ‘요아소비’ ‘킹누’ ‘아도’ 등 메가히트 J-POP. 공연장에서 다같이 떼창, 일본어 가사 틀리면 서로 알려준다. 거리낌 없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 25년 차. 마지노선은 2000년대 초반 ‘애니송’ 붐과 2010년대 유튜브 ‘커버송’ 유행. 그때는 커버 영상도 찜찜하게 올려야 했다. 인터넷 ‘코멘트 문화’는 비판이 기본값. ‘일본 노래 왜 들어?’ 분위기, 한때 당연했다. 하지만 2020년대 ‘글로벌 넘버원’ 키워드 이후 분위기 반전. K-POP이 일본을 넘어 아시아 메인스트림이 됐다. 오히려 ‘다양성’이 트렌디의 미덕으로 변신. K팝 소비자들이 일본 가수, 일본 음악을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흐름이 퍼진다. 요즘 한국 Gen-Z는 거리낌 없다. 유튜브·틱톡에서 일본 댄스 챌린지, 노래 커버 모음 쉽게 공유된다. 일본어 자막의 노래 영상에 좋아요, 댓글도 자연스럽게 단다. 클래스메이트랑 롤링페이퍼 대신 J-POP 가사 덕담까지 등장. 어느새 ‘일본 노래 따라부르기=쿨한 취향표현’ 공식이 생겼다. ‘이젠 떳떳하다’는 말, 그냥 하는 소리 아니다. 1세대 J-POP 팬들은 이 분위기가 신기하단다. 예전에는 친구끼리 일본어 노래 듣는 걸 서로 비밀처럼 얘기했다. ‘이거 어디서 들었어?’ 물으면 ‘몰라’ 시치미 떼기 일쑤. 지금은 SNS 피드에 ‘내가 부른 일본 노래’ 영상까지 올린다. 아이돌 팬덤 쪽도 재미 있다. 10대, 20대 아이돌 팬카페에서는 일본 앨범, 일본 현지활동 관련 콘텐츠가 상위권. “덕질의 경계가 옅어졌다”는 평. 물론 여전히 일부에서는 거부감이 남아 있다. 과거사 문제, 엔카나 극우 성향 J-ROCK 등 취향 갈리는 장르에선 디테일한 논쟁도 있다. ‘일본어라서 무작정 싫다’ 혹은 ‘무조건 좋다’ 식의 편향은 사라졌다. 그냥 음악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경향 강해진 것. 음악 플랫폼, 공연기획 쪽도 바쁘다. J-POP 특화 플레이리스트, 일본 뮤지션 초청 행사 늘어난다. 일본어 가사 해설·교정 앱, 구독 서비스까지 나왔다. 입시·취업 스펙에 ‘J-POP 떼창 가능’까지 들어가는 시대, 상상이나 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런 이야기 돌기 시작. “차별감 없이 그냥 듣는 음악이 됐다”. 국내 아이돌이 일본에서 떼창 받는 장면이 뉴노멀이라면, 이제 한국에서 일본어 떼창은 더이상 ‘눈치’와 상관없다. 선은 지키고, 다양성은 존중하고. 이 변화, 오래 지속될까? 트렌드는 컨텐츠로 먼저 시작해서, 문화로 번진다. 일본어 떼창, 오늘은 자연스럽다. 내일도 그럴지, 계속 관찰 포인트다.
— 남도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