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봉하마을 참배, ‘정치 복원술’인가? — 내부투쟁의 단면을 읽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9일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의힘 내 5선 중진이자 각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이른바 ‘야전’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온 그의 행보는, 표면적으론 추석 이후 정치적 메시지가 던져지는 시점에 공교롭게 맞닿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의원이 당내 ‘불출마 압박’과 공천 배제 분위기 탓에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노리는 것 아니냐”라는 해석이 쏟아진다. 조 의원 측은 해당 행사가 진영 논리와 무관한 일상적 추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우연’과 ‘공교로움’이 동전의 양면처럼 위태롭게 오가는 것은 진부한 클리셰다.
조경태의 정치경력과 탈·복당 양상은 한국 현대 정당사의 복잡한 내부지형을 상징한다. 그는 원래 민주당계 출신으로, 2016년 전후로 국민의힘계로 이적한 후 부산·경남(PK) 민심에 큰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올해 총선을 앞둔 여의도 내부관계자들은 “조경태는 더 이상 국민의힘 내에서 무게감이 약해졌고, 당내 일부 구심력이 소멸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최근 당 주류 사이에서 비주류 및 무게중심 이동 인사에 대한 예봉이 두드러지며, 고령 부정선거론자 및 성향 온건 보수·중도층의 숙청 흐름이 가속화 중이다. 조경태 또한 막판 공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봉하마을을 찾은 시점이 총선 6개월 전이다. 정치권에선 이례적으로 ‘정서적 복귀’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내부는 곧장 ‘복당설’을 공론장에 올렸다. 조 의원을 향해 “공천 탈락의 발버둥” “다음 행선지 사전 탐색”이라며 조롱과 냉소가 뒤섞였다. 그러나 이 같은 조경태의 행보는 일차원적 이합집산의 문제가 아니다. 당내 개혁파와 구주류 간의 알력, 진영 내 세대교체·노선 분화 등 구조적 역동성의 필연적인 폭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내부적으로 대사면론, 비명계 영입, ‘확장성 확보’ 등 연쇄적 노선조정 움직임을 비쳐 왔다. 조경태의 잠재적 복당은 물밑에서 진행되는 세력 개편과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맞대응이자, 한국 정당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노무현 참배를 둘러싼 상징성은 조경태라는 인물의 정치적 뿌리, 그리고 보수·진보 구도의 변화와도 얽혀있다. 봉하마을은 고 노무현의 삶과 죽음, 그리고 ‘협치’와 ‘포용’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내포한다. 전·현직 정치인들이 봉하를 찾는 것은 과거 자신의 발자취를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사상적 지점을 선명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번 참배에서 조경태는 ‘불변의 신념’을 말했으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신념의 정치가 아니라 ‘유연성’의 정치, 즉 생존술에 가까운 복원력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조차도 다당구도와 탈진영화라는 시대적 압박 속에서 개별 인물의 이동을 일종의 ‘전략적 재배치’로 해석한다.
보수진영의 내홍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전통적 핵심지지층과 MZ세대의 괴리감, 공천 룰과 계파 싸움, 인위적 세대교체 등 내부의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조경태와 같은 중진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생존전략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열려 있는 그들의 선택지는 낡은 진영논리 극복, 중도유권자 공략, 또는 아예 자신의 존재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한 이합집산에 불과하다. 봉하 참배는 표면적으론 ‘덕담’이지만, 실상은 현 정국의 숨은 주춧돌을 옮기는 신호일 수 있다.
여당 내에서는 “조경태 마저 복당을 고심한다면, 전통보수의 해체가 시작된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구심력이 약화된 양대 정당이 모두 ‘수혈’과 ‘청산’을 반복하는 지금, 인물 이동 자체가 정당 혁신의 대안처럼 소비되고 있음은 심각하다. 내부 고발자적 시각에서 보자면, 조경태 현상은 단순 배신 담론을 넘어 한국 정당의 ‘해묵은 복당 게임’과 ‘구태 정치의 무한 반복’의 거울이다. 이쯤 되면 진짜로 변화와 쇄신을 원하는 정치세력은 정체성, 노선 경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실질적 구조개혁과 투명한 정치과정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 어느 세력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경태의 봉하마을 행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불필요하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는 레거시’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강한 구조적 압박 앞에서 각자도생이 표준 솔루션이 되는 현실. 그리고 한국 정당사에 자리한 복당-탈당-용병정치의 악순환. 국민 입장에서는 또 한 번의 정치쇼처럼 소비될 공산이 크고, 진짜 문제는 본질보다 겉핥기식 해프닝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진영의 벽을 허문 듯한 행보조차도 결국 자신의 생존질서,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라면 쇄신은 요원하다. 이 풍경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 구조가 스스로를 바꾸지 못하는 단단한 벽, 정의롭지도 못하고 투명하지도 못한 민주주의의 현실 그 자체일 뿐이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