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4곳 중 3곳, AI 데이터 투자…’AI-레디’ 넘는 새로운 경쟁력 요구
AI 기술이 기업 운영 방식 전반을 가속화하며 패러다임 변환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기업 4곳 중 3곳이 AI 데이터에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I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단순히 ‘AI-레디(AI Ready)’라는 표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와 확장된 실천 전략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AI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우선 데이터의 품질이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데이터의 다양성, 정합성, 현실 적합도 등이 높아야만 고도화된 딥러닝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한다. 즉 AI 모델의 정밀도와 신뢰도는 결국 원천 데이터의 구조와 보유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최신 산업계의 트렌드는 데이터 확보 이상의 단계인 ‘AI 오퍼레이셔널라이제이션(AI Operationalization)’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수집—모델 학습—배포—실 운영—다시 데이터피드백이 반복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실제 업계 사례를 보면 AI 도입은 유통·금융 등 전통적 영역부터 반도체·바이오까지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 삼성전자, 신한은행,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데이터 레이블링, 사내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구축, 그리고 AI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알고리즘도 단순 R&D 차원을 넘어 제품화·서비스화 단계로 이전되고 있다. 여기엔 데이터의 보안, 개인 정보 보호, 편향성 통제에 대한 정책·기술적 조율이 동시에 요구된다.
글로벌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 클라우드 리더들은 ‘AI-레디’ 인프라에서 ‘AI-네이티브’ 조직으로 이행 중이다.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아예 경영 전략과 업무 프로세스, 인적 운영체계가 AI 중심으로 재구축되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앞으로 AI 데이터 자산의 축적과 지속적 업데이트, 실시간 활용 능력이 기업 가치의 60% 이상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 정의한 바 있다. 이는 국내외 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확인되는 경향이다.
국내 많은 기업은 여전히 ‘데이터는 모았다’인데, 실제로 AI 프로젝트의 사내 확산은 기대만큼 빠르게 진전되지 않는 모순도 목격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외형적 사업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생산성 향상—의사결정 자동화—신사업 창출로 전환되려면 보다 진화된 인프라와 조직 내 AI 활용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의 ‘AI 기본법’, ‘데이터 3법’ 개정 등 정책 변화도 이러한 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거버넌스, 인재 양성, 윤리 기준 같은 요소는 아직 미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자면, 향후 AI 데이터 경쟁력은 단순한 ‘양’에서 ‘질·운영·책임성’까지 복합적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실시간 IoT 데이터 연계,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영상+음성+언어), 프라이버시 강화 연산(FHE, 연합학습 등)까지 신기술 도입이 요구된다.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대형 플랫폼 수준의 데이터 거버넌스와 인프라를 그대로 따라가기 어려워, 오픈소스 기반 API, 클라우드형 AI 툴, 외부 전문 데이터 라벨러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이 빠르게 등장 중이다. 전통적 디지털 혁신 단계에서는 ‘IT 레디’가 표준이었지만, 이젠 ‘AI-레디’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 에셋’으로 시작해 ‘AI 활용 전략의 민첩성’, 산업 전체에의 내재화 수준, 그리고 실시간 피드백·자기개선(Continuous Learning)이 일상화된 오퍼레이션 체계에 의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미 각종 산업별 AI 챔피언십, 오픈 데이터 챌린지, 실전적 AI MLOps(운영체계)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내 우열은 민첩한 실행·지속학습 체계를 갖춘 조직이 가져가고 있다. 실제 사업가치 창출은 도입의 ‘속도’보단 내재화의 ‘깊이’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요약하면, AI-레디는 이제 출발점일 뿐, 지속 가능한 데이터 기반 혁신을 위해선 기업별 데이터-운영-윤리-내재화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AI 투자와 경쟁력의 질적 도약은 반짝 트렌드가 아닌, 전사적 변화관리와 문화의 융합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누가 더 잘,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책임감 있게 AI를 일상에 녹여내는가’라는 실질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