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리모델링 시장, 규제 완화에 ‘찬밥신세’ 탈출 신호탄?
서울의 리모델링 시장이 최근 들어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에 비해 각종 제도적 걸림돌과 제한된 인센티브 탓에 ‘찬밥신세’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리모델링 사업이, 새 정부의 도시재생 의지와 유연한 정책 기조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과 주요 인기 거주지에 위치한 준공 30년 이상의 아파트 단지들은 이미 안전진단을 어렵게 통과한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기 힘든 상황에서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에는 용적률 상한, 세대수 증가 제한, 층수 규제와 같은 현실적 장벽과, 동별 구조·배관 등 기술적 난제 등이 리모델링 확산의 발목을 잡아왔다. 특히 15% 세대수 증가 제한 등은 사업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정부와 지자체 허가 절차가 복잡해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정부가 2026년 초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리모델링 지원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며 업계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평가다. 제주도·지방 도시와 달리 서울은 주거 밀집도가 높고, 신축 아파트 수요가 압도적인 가운데, 리모델링이 중산층과 실수요자 대안책으로 반등할지 관건이 됐다.
주요 자치구와 여러 공공기관들은 현실적인 방안 도입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허가 절차 단순화와 주민 동의 요건 완화, 층수 및 세대수 증가폭 확대, 건설사 인센티브 상향 등이 거론된다. 서울시 역시 건설기술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과 협력해 구조 안전성과 사업 타당성, 거주환경 개선 기준을 재정립 중이며, 전문가들은 “도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노후 건축물 증가라는 3대 변수 앞에서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나란히 가야할 숙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인허가 가이드라인 모호성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가 방향성을 잡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현장 반영과 제도적 이행이 관건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민간 건설사들의 움직임이다. 그동안 사업성 부족과 시장 불확실성에 소극적이던 대형 시공사들이, 최근엔 광폭한 리모델링 컨설팅과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브랜드 아파트를 앞세운 리모델링 프리미엄 마케팅, 공사 기간 및 품질 보장, 입주자 맞춤 커뮤니티 구성 등 새로운 모델 제시가 활발하다. 일부 전문가는 “강남권 일부 단지는 재건축 대신, 세대 증가는 물론 커뮤니티·주차장까지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리모델링 수직·수평증축’이 속속 채택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실제로 현실화 된다면 시장 판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리모델링을 통한 노후 아파트 가치 상승이 실질 주거 안정이나 주택시장 구조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지수다. 자칫 사업비 급등이나 부동산 가격 자극 등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고, 대기업 시공사 독점이 심해지는 문제도 우려된다. 둘째, 허술한 시공과 결함 발생 우려, 재고주택의 화재 및 안전 기준 충돌문제, 저소득층·임차인 보호 대책 미비 등이 현실적 논의에서 빠진 경우가 많다. 규제는 완화하되, 무작정 속도만 올릴 경우 장기적으로 부실 시공 문제, 규모의 경제에 편중된 공급, 서민 주거비 상승 등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투명한 제도 설계, 맞춤형 안전 관리·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모델링 붐이 부각되는 현상 이면에는 인구 고령화와 주택 재고 노후화, 녹색 전환 시대의 에너지 효율 강화 등 사회적 과제도 뚜렷하다. 기존 재건축 위주에서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과 노후 주택 유연 활용으로 정책 초점이 전환됐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완화, 사업자·입주민 간 갈등 최소화, 공공-민간 협력의 섬세한 조율이 병행되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말만 무성한 정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업계, 시민사회 모두 기초부터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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