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보 부처 세종 이전, 지난달엔 검토 안 해

2026년 10월 중순, 한국 정부가 안보 관련 핵심 부처의 세종시 이전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을 빚고 있다. 해당 이슈는 최근 조선일보와 MBC 등의 단독 보도를 통해 ‘지난달까지만 해도 안보 부처 이전은 공식 검토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다시금 쟁점화됐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 세종시 이전 범위와 관련해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안보 부처는 예외로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 존재했던 만큼,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논의가 아니라 국가안보 체계의 안정성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보 부처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대한민국 안보 정책 실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들을 일컫는다. 정부는 참여정부 이후 행정수도 이전의 상징성 및 행정 효율화와 세종시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본부급 부처의 소재지를 세종으로 옮기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국가 위기시 신속대응체계, 동맹·북한 변수 등 안보환경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안보 부처의 통합 이전 문제는 사회적 논쟁을 지속적으로 야기해왔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식 문서 및 정부-언론 브리핑에서는 ‘안보부처 세종 완전이전 검토’ 내용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 급작스런 논의 재부상은 배경과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외부적 맥락과 최근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변동 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미일 공조 심화, 중국의 세력권 확대, 북한의 첨단 무기 개발 등 복합 안보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수도 서울 중심의 통합 안보지휘체계 유지가 국가안보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된다. 이미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 고도화 및 대남 사이버공격 역량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적 이전이 실제로 국가 대응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 외교·국방 컨트롤타워의 이동에 따르는 신속 의사결정의 한계 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우리 안보라인의 물리적 재배치가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일본·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의 시선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행정효율성, 부처 간 소통강화, 수도권 과밀 해소 등 막대한 장점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안보부처의 지역적 분산이 갖는 구조적 허점과 작전 위기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정부들 또한 집권초기마다 세종 이전 카드를 검토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 중국의 외교적 압박, 국제관계 긴장 고조 같은 정세 변수 앞에서 각론을 접으며 현실과 타협해왔다. 실제로 한미연합사, 합참 등은 현행 체제로도 장거리 초광대역통신·위성기반 관리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물리적 거리로 인한 지휘체계 복합화, 청와대-국방부-합참의 즉각적 위기관리 가능성 저하 등 구조적 리스크는 상존한다.

이전 논의의 재부상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셈법, 정국 돌파용 이슈던지기, 행정수도의 실질화 등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고 있다. 이는 ‘정책 실효성 검증 없는 정치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우려도 존재한다. 아울러 부처 공무원 및 군사·외교 실무자 사이에서도, 실질적 작전지휘권, 외국 정부와의 신속 대응, 서울 안보지구 내 시설 및 기술적 인프라 집적 등 현실적 문제제기가 나온다. 예비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기시 주요 국가와의 핫라인, 대북 상황실, 신속 기자회견·브리핑 등도 서울 집중체계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는 글로벌 화상회의 인프라가 아무리 발전해도, 국가안보라는 고도의 민감성과 현장성은 완전히 디지털화로 대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최근 일본 자위대,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체계 분산화 논의의 경험도 한국 정부에 참고가 될 만하다. 일본은 오사카·가나가와 등 수도권 외곽에 일부 부대 재배치 논의를 시도했으나, 북일 관계 악화 시도 후 사실상 무산됐다. 중국은 베이징 내 예하 지휘부 통폐합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미국 본토 및 주요 우방국 역시 워싱턴DC·런던 등 기존 수도 중심의 안보라인 현장배치 원칙을 유지한다. 한국도 전시·평시 겸용 위기대응이 절실한 국가라는 점에서, 단순 행정 이전이 아니라 복합적 전략적 리스크 평가 및 지속적 검증이 요구된다.

따라서 금번 안보부처 세종 이전을 둘러싼 혼선은 실무적·정무적 해법 대신, 정치이벤트화와 선언에만 매몰되는 한국 정책운영의 구조적 한계를 또다시 보여준다. 실질적 이전이 정책화된다면,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범위까지 시행할 것인지 면밀한 검증과 장단기 리스크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전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동북아 안보 경쟁의 중심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 천유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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