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심을 잃은 K리그, 변화의 갈림길에 서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상위권 팀의 존재감을 갈수록 찾기 힘들다. 마치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던 초원의 사자들이 어느새 변방의 그늘 속에 자리잡은 느낌과도 같다. 2026년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무대서도 K리그는 전통적인 강호의 명성을, 경기력과 결과, 모두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결과 숫자는 명확하다: 조별리그 탈락이 속출하고, 8강 이상 진출 사례가 점차 줄고 있다. 한국 축구가 한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스탠다드’였다는 사실이 점점 먼 과거의 이야기로 희미해진다.
시계바늘을 좀 더 되돌려보자.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K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절대 강자’였다. 울산, 전북, 포항, FC서울 등이 본선부터 결승까지 연이어 오르며 위상을 떨쳤다. 포지션 간 균형, 조직적 압박과 전방위 커버력, 전술 유연성. 언제나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의 색깔은 한 수 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어느새 이 집단의 버티컬 패스는 굼떠졌고, 마치 무게중심 잃은 미드필더처럼, 확신이 사라진 플레이가 반복된다. 경기를 수치로만 해석해도, 2024~2026년 3시즌 동안 K리그의 16강 이후 승점 및 득실 자료가 동아시아 상위리그 중 가장 낮은 구간에 속한다. 전체적으로 J리그와 사우디 프로리그의 자본력, 스쿼드 뎁스, 맞춤형 스카우팅 전략이 K리그를 빠르게 추월했다는 신호다.
심층적으로 바라보면, 선수 이탈과 영입 정책의 차이가 명확하다. 20대 초중반 핵심 자원이 유럽 혹은 중동으로 빠져나가고, 대체 자원의 수준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 중국 슈퍼리그의 몰락과 J리그·사우디의 약진, 이는 단순한 경제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카우팅 네트워크의 확장성, 전술적 아이덴티티 고도화, 그리고 유소년 발굴 시스템에서의 조직적 혁신. 일본의 경우 U-23 특화 시스템, 사우디의 경우 과감한 외국인 자원 대거 영입과 내부기반 강화 전략이 동시에 작동한다. 반면 K리그는 여전히 이적시장 내 좁은 안목과 단기임대 의존, ‘전성기 경험자’ 위주 영입에 머문다. J리그 득점왕은 EPL·라리가 클럽과 연결된다. K리그 득점왕은 타 아시아 리그 혹은 중위권 구단으로 가는 경향. 글로벌 축구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와중 K리그만 혼자 과거의 수비 붕괴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는 인상마저 크다.
전술적 측면도 놓치지 말자. 최근 K리그 팀들은 본연의 강력한 압박, 후방 빌드업을 축으로 한 점유 지향 전술에서, 점차 패턴화된 측면 크로스, 혹은 느슨한 후반 교체 카드에 의존한다. AFC챔스 최근 2시즌만 봐도, K리그 팀이 에스파뇰, 알힐랄 등과 맞붙을 때 ‘세컨드볼 경합율’ ‘트랜지션 속도’ 등 핵심 변수에서 번번이 뒤처진다. 선수단 뎁스와 집중력 저하를 언급하지만, 이것은 전술 참여도 저하와 코칭스태프의 전술 플랜 B 부재가 본질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기존 포백-미드라인 간 단단한 라인간격도, 최근엔 빈번히 깨지고 있다. 측면 풀백의 오버래핑 빈도와 수비 전환 속도도 경쟁 리그 대비 낮다. 선수 개개인은 분명히 능력자지만, 조직력의 경계가 흐트러진다면, ‘구로 전차군단’의 위명도 이젠 아득한 신화일 뿐이다.
경기력 외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A매치 일정 혼선, 리그 일정의 반복적 재조정, 국가대표 차출과 클럽 간 이해관계 충돌이 올시즌 많았다. 일정 적체가 계속되니 필연적으로 체력 저하, 전력누수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중동 클럽들은 장기적 로테이션 플랜, 리그와 AFC 병행을 염두에 둔 선수 관리로 대응한다. 반면 K리그는 기본 로스터도 빠듯하고, 탈락이 일찍 결정되는 팀은 AFC챔스보다 리그 운영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곧 K리그 구단의 적극적 투자 혹은 협회 차원의 선수단 운영 자율성 보장 논의가 절실하다. J리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인프라 투자, 사우디의 과감한 오일머니 집행 등으로 아시아 축구 지형도 변화가 거세진 현 시점, K리그의 현주소는 더 없이 명확하다.
축구란 결국 ‘경쟁의 예술’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더이상 한국 축구의 놀이터가 아니라, 현 체계 개혁과 전술적 진화, 그리고 유망주 육성 철학이 모두 맞물려야 돌파구가 열릴 최전선이다. 2000년대 K리그 황금기는 다른 리그의 롤모델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J리그와 사우디 리그, 그리고 ADHD처럼 변동성 강한 아시아 시장을 오히려 쫓아가야 할 입장이 됐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단발성 자금 투입이 아니라, 유소년-프로-대표팀을 종단하는 구조 혁신, 글로벌 전술 트렌드에 맞춘 역동적인 코칭 혁신, 그리고 ‘아시아에서만 통하는’ 선수 운영이 아니라 유럽, 중동, 미주를 모두 겨냥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준 정립. K리그의 미래는 이런 결정적 변곡점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변방의 소외감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금 센터서클로 걸어나와야 할 시기다.
전술은 곧 생존이다. K리그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위상 회복을 꿈꾼다면, 진짜 문제와 구조적 개선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무대는 이미 달라졌고, 변화를 모색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