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날개 단 필라델피아, 완성형 농구로 NBA 정상을 겨눈다
NBA 2026-27시즌이 초반부터 판도를 흔들고 있다. 특히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눈부신 기량으로 시즌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월 4일 기준 식서스는 7승 1패라는, 리그 전체 1위 승률을 기록하며 최근 4연승의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상승세의 중심에는 단연 ‘르브론 제임스’라는 이름이 있다. 르브론이 올 시즌 오프시즌 대형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으며, 리그 판도는 단숨에 요동쳤다. 경기 내내 압도적 존재감과 다재다능함은 여전했고, 승부처마다 그가 코트 위에서 만들어내는 흐름 전환은 팀 동료까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시즌 성적 이상의 내용을 필라델피아가 보여준다는 점이다. 르브론 합류 전까지 동부 컨텐더에 머물던 팀이, 일약 최강자로 올라섰다. 올 시즌 식서스는 한 경기당 평균 118점에 육박하는 득점력, 그리고 리그 최상위 수준의 팀 야투 성공률을 동시에 자랑한다. 르브론이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며 빅맨인 조엘 엠비드와 확실한 2대2 옵션을 구사, 컷인/스팟업 슈터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여기에 맥시의 폭발적인 돌파, 해리스의 외곽포까지 다양하게 맞물린다. 올해 식서스의 공격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템포 변주다. 르브론이 직접 속공을 전개하거나, 엠비드가 리드 리바운드 후 프론트코트 패스를 빠르게 연결하는 장면이 자주 허용되지 않고, 오히려 식서스가 리듬 주도권을 잡는다. 코칭스태프가 추구하는 멀티핸들러 시스템 역시 르브론-맥시-해리스가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경기 전개에 짜임새를 더했다.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식서스는 엠비드의 림 프로텍팅과 골밑 밀집형 수비에서 체력 부담, 포지션 분산이라는 약점이 있었으나, 르브론 합류로 외곽 지역 압박과 스위치 수비의 유연성까지 높아졌다. 올 시즌 상대팀 평균 3점슛 성공률도 크게 떨어졌으며, 르브론이 직접 도와주는 박스아웃·헬프 로테이션 가담이 체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선 르브론 특유의 필드 리딩이 빛을 발한다. 지난 브루클린과의 경기, 4쿼터 종료 5분을 남기고 팀이 연속 실점을 허용하자 르브론이 타임아웃 이후 직접 볼을 운반, 해리스를 이용한 컷인 공격을 두 차례 연달아 성공시키며 흐름을 단숨에 바꾼 장면이 그 상징적 예다.
다만, 르브론 효과만으로 필라델피아의 질주를 설명하는 것은 얕은 분석이다. 시즌 초반 식서스를 지켜본 리그 현지 분석가들은 ‘밸런스’에 더욱 주목했다. 감독진이 르브론의 코트 활용시간을 철저히 쪼개면서도, 세컨유닛 역할을 명확히 했다. 맥시와 타이리스 존스가 교대로 르브론과 엠비드, 혹은 벤치멤버와의 하모니를 만들면서, 주요 선수들의 체력 분배와 동기부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또한 올 시즌 오프시즌에 영입한 3&D 자원, 벤치 자원의 기용 폭을 늘려 전체적으로 로테이션의 깊이가 깊어진 것도 주효하다. 이처럼 식서스는 지난 몇 시즌 ‘의존적 공격’에서 ‘분산된 다각화’로 확실히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합당하다.
경기 별 세부 데이터를 뜯어봐도 식서스는 상대팀보다 턴오버 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러닝타임 내내 파이팅 타임(FT%)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자유투 시도수(FTA)와 리바운드 전투, 특히 세컨 찬스 득점 기회 확보가 꾸준하다. 엠비드의 시즌 평균 득점이 작년보다 다소 줄었음에도 팀 전체 생산성이 유지, 혹은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 바로 팀농구가 정착됐다는 방증이다.
라이벌 팀들과의 정면 대결에서도 강인한 면모가 나온다. 최근 보스턴·밀워키·브루클린 등 강호들과의 경기마다 접전 끝에 집중력 있는 마무리를 보여줬다. 르브론의 리더십, 경험의 무게감, 플레이오프 컨텐더 각오까지 팀에 전달됐다. ‘이젠 식서스가 확실한 우승후보이자 NBA 동부 콘퍼런스 최강자’라는 평가가 더는 과하지 않다. 시즌은 아직 길지만, 이들의 초반 기세와 농구가 주는 인상은 지극히 완성도가 높다. 르브론이라는 살아있는 전설의 합류가 단순 스타합류 그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고 있고, 식서스가 보여주는 팀 조화·공수 밸런스, 벤치 뎁스, 빠른 전술 전환, 그리고 한 끝을 좌우하는 냉정한 승부 마인드는 분명히 여타 경쟁팀에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다.
한편, 리그 전체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필라델피아의 이 상승세는 르브론-엠비드 축을 중심으로 전술의 새 트렌드를 만드는 한편, 전통 강호에 생기와 위기 의식을 동시에 안겼다. NBA 전체 구도에서, 서부와 동부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는 배경엔 바로 식서스의 이러한 변신과 성장이 자리한다. 당분간 이 기세가 유지된다면, 필라델피아는 가장 두터운 뎁스와 완성형 농구를 동부 최강에서 NBA 전체로 확장하며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