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음원차트 1~5위 석권이 보여주는 K팝 판도 변화

11월 4일 오후, 그룹 리센느가 신곡 ‘위드’(WITH)로 컴백한 후 단 2시간 만에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차지한 기록은 K팝 시장 내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공식 음원 발매와 동시에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등 주요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 정상에 오른 데다 ‘위드’가 리센느의 앨범 전곡을 핫100 상위권에 줄세우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는 단일 그룹이 완전체로 차트를 지배하는 최근 트렌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음악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후반기를 기점으로 ‘차트 줄세우기’가 다시 도드라지는 점에 주목한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르와 솔로 아티스트, 신진 인디뮤지션들이 음원차트에 꾸준히 진입하며 시장 유연성을 보여줬으나, 최근에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그룹 중심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센느는 데뷔 이래 국내음원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2025년 이후 국제적 팬덤 확장을 이뤄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리센느의 디지털 구매·스트리밍량 모두 지난해 대비 2.3배 증가했고, 이번 컴백을 앞두고 글로벌 팬덤 중심으로 사전 스트리밍 이벤트와 대규모 소셜 언더컴퍼니 캠페인 등이 전개됐다.

이러한 현상에는 변화하는 소비문화의 양면이 녹아 있다. 한편으론 팬덤의 적극적인 결집, 즉각적 소비 행동이 그룹의 ‘순위 파워’를 끌어올린다. 리센느의 경우, 공식 팬클럽뿐만 아니라 자발적 팬 네트워크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SNS 트렌드 선점, 집단 스트리밍 단행, 음원 다운로드 템포 분산 등 체계적인 차트 관리 전략을 실제로 구사했다. 이는 K팝 산업 전반에 팬덤의 행동력과 조기 확산 구조가 얼마나 결정적인 변수로 작동하는지를 상징한다. 최근 해외 유명 매체들도 ‘한국 음원의 생태계는 전략적 팬덤의 실전 시험장’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반대로, 음악 소비 다양성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양한 개성적 신곡들이 순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아티스트의 음반이 줄세우기 현상으로 차트를 장악하면 결과적으로 신인 및 중소 음반사의 입지는 줄어든다. 올해 한 달 새 빅4 그룹 음반이 발매될 때마다 알파벳 상위권 전체가 온통 특정 팀 곡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2010년대 중반 ‘아이돌 차트 싹쓸이’ 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당시와 달리, 2020년대 중후반 현재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 노출 방식, 유튜브 단일 조회수 활용 등이 변수로 작동하며 독립 아티스트의 노출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리센느의 이번 컴백 프로모션은 한국형 팬덤 마케팅의 집대성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공식 카페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틱톡 및 인스타그램에서 동시다발 챌린지, 오프라인 팝업 콘서트,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 Q&A 등으로 참가율과 화제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또한, 이전보다 더 정교해진 빅데이터 기반 청취 패턴 분석을 바탕으로, 발매 시각 조정·시차 고려 홍보·해외 주요 팬층 현지화 캠페인까지 전개했다. 음악 평론가 이규영 씨는 “아티스트가 곡의 완성도와 창작력 외에도 팬들의 실질적 행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K팝 시장 지배력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차트 올킬 현상의 사회문화적 함의는 단순히 인기 여부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팬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과 사회적 존재감을 음악 소비 행동으로 표현하는 주체다. 리센느 현상을 되짚어 보면, 팬들이 보여주는 집단적 응집력과 전략적 소통, 그리고 ‘함께 듣기’ 문화 확산이 오늘날 음악 산업의 변화를 추동하는 결정적 동력임이 명확해진다. 반면, 차트의 일방향화, 다양성 위축 같은 논란도 지속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 역시 필요하다.

이번 ‘위드’ 음원 러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선을 제시했다. 향후에는 플랫폼이 차트 시스템을 얼마나 투명하게 개편할지, 미디어가 소비 다양성을 어떻게 지원할지 등도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음악 소비의 주체로서 팬의 힘과 집단적 응답이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오늘, 리센느의 1위 행진 뒤에 숨은 집단적 주체 의식, 자발적 커뮤니티 힘이 무엇을 남길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상을 단순 통계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음악 소비 담론과 사회문화적 파장의 연속선상에서 재조명해야 할 시점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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