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수치, 역사적인 굴욕`…UCL 사상 초유의 홈 경기 9실점 참사에 국가적 비난

새벽녘, 유럽축구의 중심 프랑스가 두려웠을 ‘카타르의 긴 밤’이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4라운드, 파리 생제르맹이 아니라 이번엔 프랑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구단, 올랭피크 리옹이 홈에서 너무나도 충격적인 1:9 패배를 당했다. 이 또한 UCL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홈 9실점. 불어로도, 한국어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기였다. 경기 직후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수치”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걸었고, 멀쩡했던 플랑드르 경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이번 대패가 의미하는 바, 그리고 그 여파를 낱낱이 분석해 보자.

우선, 역대급 참사의 표면에는 무너진 수비 조직이 자리한다. 리옹의 4-3-3 수비 블록은 초반부터 균열의 기운이 감돌았다. 상대의 볼 전개에 맞춰 셋 라인을 효과적으로 압축하지 못했고, 하프스페이스가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윙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은 마치 수로같이 쉽게 뚫렸고, 볼 홀더에 대한 압박은 잠시도 이어지지 않았다. 현대축구에서 일컬어지는 조직적 카운터프레싱, 흔히 ‘팀 디펜스’라 부르는 개념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 단장은 “이날의 리옹은 엘리트 챔피언스리거라기보다는, 하부리그 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개별 선수의 집중력 저하도 뼈아픈 대목. 센터백 라인의 리더 몽탈리에가 전반 12분 만에 경미한 부상으로 빠진 뒤 조직 전반이 완전히 붕괴됐다. 남은 75분 동안 리옹 백포는 일방적으로 농락당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실점 상황을 보면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오프더볼 움직임을 마크하는 능력, 그리고 세컨드 볼에 대한 위치선점이 극도로 떨어진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리옹의 특징은 높은 라인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원 압박력이 받쳐줘야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이날만큼은 라인 컨트롤과 리커버리 모두 무참히 부서진 셈이다.

골키퍼의 퍼포먼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주전 GK 쿠브첵은 9실점 중 최소 세 장면에서 반응이 현저히 느렸다. 특히 5번째, 8번째 골은 슈팅 예측 자체에 실패하면서 홈 팬들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 경기 도중 현지 해설위원은 “프랑스식 빌드업 축구의 몰락”이라며 씁쓸해했다. 애당초 리옹 스쿼드는 나폴리, 레알 마드리드 등과 달리 유망한 신예 위주의 영입과 육성에 초점을 맞췄고, 이는 팀 당장 강도 높은 상황에서 노출됐을 때 불안정성을 키우는 도박에 가깝다.

문제는 이 패배가 단순한 한 경기 참사를 넘어, 프랑스 클럽 전체의 경쟁력 하락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시즌간 리그1 소속 팀들은 유럽대항전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의 슈퍼스타 의존과 맞물려 리그 전반의 선수 풀이 얕아졌고, 전술적 유연성도 사라지는 양상이다.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의 상위 팀과 비교하면 프랑스의 상위권 클럽들은 보다 손쉬운 경기 운영과 공격 루트에만 치중하는 면모가 강하다.

이날 프랑스 방송 RMC는 “이것은 우리 리그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홈에서 9실점, 그것도 유럽 경쟁팀을 상대로 당한 것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사회적 자괴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미 SNS와 주요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리옹 수비는 국대급 실책집이다”, “트라우마 남겼다”는 자조적 비판이 쏟아졌다.

사건의 근본 원인을 뜯어보면 구단 경영 전략, 리그1의 해외 자본 의존, 유능한 유스 육성에서 온도차,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국제무대 경험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 자리한다. 인터밀란, 맨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 진짜 강팀들은 이날과 비슷한 상황에서 조직적 압박과 커버리지를 간격조절-라인 컨트롤-선수 뒤집기(covering)-빡빡한 인사이드 압박 세 가지로 절묘하게 풀어간다. 반면 프랑스 클럽들의 2선 압박, 조직적 압박이 인원 배치에 국한되어, 수 싸움을 넘어서 공간대응 선진화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패배 이후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현지 언론들은 전면적인 전술 혁신, 지도자 교체, 그리고 유소년 시스템 overhaul 등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리옹의 재앙이 아니라, 프랑스가 세계축구와 동떨어졌다는 잔인한 증명이기 때문이다. 구단 내부 고위 관계자는 “이른바 tactical revolution, 전술적 대격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오로지 개개인의 잠재력에 기대는 프랑스식 구단 운영의 조류가 서서히 한계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장 체질 개선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변화는 ‘과감함’과 ‘디테일’의 이중주다. 선수 영입과 하드웨어적 투자만으로는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 영리한 타이밍의 압박, 포지션별 커버 능력, 상대에 최적화된 유연함이야말로 UCL 무대에서 살아남는 공식. 프랑스의 이 굴욕에는, 고인 물이 더이상 유럽 정상의 물살을 막아내지 못했음을 경고하는 나침반이 숨어 있다.

이날의 1:9, 수치스러운 점수 자체보다도, 무너지면서도 전술적 해법을 내놓지 못한 프랑스 축구의 딜레마가 장기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 이 참사를 교훈 삼아, 프랑스 클럽이 다시 한 번 본질적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