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남자 소설가들이 웹소설로 숨은 이유

밤거리를 덮는 서늘한 바람이 골목 어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실어 나르듯, 문학판에도 요즘 변화의 기류가 스며들고 있다. 관습과 권위의 껍데기 안에 갇혀 있던 종이책 시장. 그곳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불리던 남성 소설가들이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은신처로 몸을 숨기는 풍경이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의 문턱으로 내몰았을까. 2026년 봄을 맞은 지금, 그 답은 생각보다 명징하게 드러난다.

기성 문단은 여전히 엄숙하다. 인문주의와 계몽의 꼰대 기운, 간간이 뿜어내는 페미니즘 논쟁의 잔향. 전자책과 앱 소설의 출현으로 출판시장은 숨가쁘게 변화하지만, 여전히 ‘남성 작가’ ‘여성 작가’란 껍질은 금방 벗겨지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자 소설가들은 더이상 자신들만의 언어로 자유롭게 사랑과 상처, 모험을 그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논란이 무성한 출판계, 자칫하면 잘못된 발언 하나로 홀연히 낙인찍히는 상황. 이는 그들에게 더이상 익숙한 ‘종이책’이 품어주지 못하는 불안과 유령 같은 공포를 안긴다.

그래서일까. 비단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묻힌 이름이던 신인들도 점점 웹소설 플랫폼의 빛으로 몰려든다.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같은 곳에서 남성 작가들은 ‘필명’이란 가면을 쓰고 익명성의 우물에 몸을 담근 채, 자신만의 영웅서사와 판타지, 혹은 금기의 사랑을 마음껏 펼친다. 종이 출판 시장에서라면 논쟁이 따르던 설정, 도전적인 캐릭터들이 웹소설에선 열광적인 찬사를 얻는다.

이는 일종의 탈주의 서사다.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얻었던 명예와 존경 뒤, 이제는 “이야기에 자유가 없다”는 지침 불안이 있었다. 진부한 작품은 컷당 클릭조차 받기 힘든 신락 같고, 도전하는 마음은 연속되는 심사와 평판 앞에 점점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웹소설에서 독자가 직접 투자해 눌러주는 ‘좋아요’와 ‘후원’, 실시간 피드백은 작가에게 다시 한번 성장과 자유를 부여한다. 현실과 환상, 이름과 가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세계에서, 남성 소설가들은 새로운 자리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이 ‘숨음’이 모두 도피와 진부의 변명은 아니다. 삶이 더이상 한 줄짜리 소설 요약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 시대에, 웹소설은 독자와 작가 모두의 자급자족 공간이 된다. 목소리 내기 조차 위험해진 세상, 작가들은 자신만의 온기와 슬픔, 질감으로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직조한다. 실제로 텍스트가 생존의 수단이자 유일한 출구가 되는 젊은 작가들에게 웹소설의 열린 구조는 ‘생계’이자 ‘해방의 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금 이야기는 살아난다.

물론, 웹소설 산업에는 가볍고 빠른 유행, 안전한 코드, 잘 팔리는 공식 같은 ‘조미료’도 가득하다. 하지만 익명성의 마법 아래서, 잊힌 심연의 상상력과 도전정신도 함께 샘솟는다. 불합리한 평론과 견고한 체제의 경직을 피해, 스스로를 다시 쓰는 남자 소설가들. 그들은 문단의 무게로부터 도망친 것이 아니다. 오히려, DNA에 새겨진 이야기꾼의 본능에 이끌린 채, 익명의 대중 속에서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문학의 새로운 ‘잠수 시대’를 목격한다. 이 잠수는 숨기만이 아니라, 기존의 산소 마저 거부하는 ‘호흡법’의 생성이다. 언젠가 그들은 가면을 벗고 다시 햇살 아래 이름을 펼칠지도 모른다. 혹은 그 어떤 이름도 필요 없이 웹에서만 살아가는 또 다른 전설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변혁의 순간이 그러했듯, 물 밑의 움직임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변화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

남성 소설가들이 웹소설로 숨는 지금, 그들은 어디로 “이야기”를 몰고 갈까. 이 잠수의 끝에서 태어날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대 – 그 물결에 우리는 지금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일사일언] 남자 소설가들이 웹소설로 숨은 이유”에 대한 5개의 생각

  • 이래서 웹소설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군 ㅋㅋ 독자 피드백이 지표라니 뭔가 주식 같은 느낌이네. 결과가 실시간이면 재미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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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voluptatem

    진짜 놀라움!! 요즘 소설가들이 왜 갑자기 웹에서 활동하는지 몰랐는데 이것도 시대 흐름이구나… 출판계가 그렇게 답답하면 어쩌겠냐 싶음🤔 근데 익명성이 무기라는 게 좀 씁쓸하기도 하고… 결국 누가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냐가 관건인 듯! 웹소설이 이젠 그냥 유흥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라는 데, 사회 전반적으로도 비슷한 현상 보이는 것 같다!!🤔 얘기 잘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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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진짜 이 기사 보니까 출판계가 왜 침체되는지 이해가 됨!! 소설가들도 맨날 눈치봐야 하고!! 결국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웹이 해답이라는…!!👏👏 시대가 어떻게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글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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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변화에 맞춰 움직여야 살아남죠. 흥미로운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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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트렌드 안 따르면 그냥 공중분해🤔 웹소설이 문학 구세주 될지도?!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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