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함윤이 작가 첫 장편소설,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정전’ 출간
2026년 4월, 젊은 신예 작가 함윤이의 첫 장편소설 『정전』이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비평계와 출판계 모두가 탁월한 문제의식과 세련된 구조를 높이 평가하며, 최근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 위에 놓인 작품이다. 소설은 곧바로 독자 및 문학계 안팎에서 ‘모든 불은 꺼진 세상’이란 상징적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를 통찰한다는 격찬과 함께, ‘왜 지금 정전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함윤이 작가는 202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현실감각을 기민하게 길어올린다. 작품 속 ‘정전’은 물리적 어둠 그 이상이다. 단절과 불확실성, 이질감과 관계의 균열을 은유한다. 등장인물들은 벼랑 끝에 선 듯 서로의 내면에 손전등을 비춰본다. 불이 꺼진 도시, 일상의 차가운 파편들, 그리고 그곳에 매인 인물들이 내뱉는 말들 위로 독특한 긴장감이 흐른다.
함윤이 특유의 스타일은 불친절하다. 하지만 그 불친절함이야말로 현실과 닮아서, 단어 한 줄에 고인 감정을 곱씹게 한다. 읽는 이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낯섦을 만난다. 반면, 이 낯섦은 작가가 치밀하게 조율한 언어적 밀도 위에 세워졌다. 묘사와 대사, 내면 독백이 마치 영화의 롱테이크처럼 이어지고, 공간의 침묵마저 의미로 채워진다. 그의 문체에서는 최근 류이치 사카모토 영화음악의 절제, 미카엘 하네케식 냉담이 연상된다. 그러나 함윤이는 그들의 모방에서 멈추지 않는다. 파괴와 재건, 빛과 어둠의 경계가 서로를 침투하며, 작은 키워드와 소품, 일상적 제스처 하나하나에 의미를 불어넣는다. 이는 2020년대 한국 젊은 소설에서 보기 드문 집중력과 설계력이다.
작품 배경과 인물 군상 역시 깊은 해석을 요구한다. 정전이 찾아온 어느 밤, 도시의 아파트와 골목, 미로 같은 공간에서 인물들은 흩어지고, 다시 연결된다. 이들의 대화는 반복적으로 단절되며, 그 속에서 독자 역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혼돈을 느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정보의 공백을 남긴다. 이 빈 부분은 독자 각자의 상상과 해석으로 채워진다. 최근 김초엽, 정지돈 등의 작품들이 보여준 불확실성의 미학에 가까우면서, 청년문학 특유의 투쟁적 속도감까지 품었다. 특히 SF와 리얼리즘, 누아르와 일상성의 경계를 교묘히 걸으며, 장르적 혼종성을 실험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수상 이후 문학계 반향 역시 뜨거웠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정전’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급속히 변하는 사회구조와 기술, 그리고 그 속에서 소외되는 개인에 대한 특유의 시선을 던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재난’과 ‘고립’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맥락과도 맞닿는다. 한편 함윤이 작가 본인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작품 안팎의 어둠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는 동시대 젊은 세대가 느끼는 생존의 실감과도 일치한다. 누구나 쉽게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시대, 언제든 끊길 수 있는 연결과 소멸의 감각 실감이 여기에 있다.
배우로 치면 깊은 침묵과 잠잠한 표정으로 인물의 내면 드라마를 구축하는 류준열이나, 감독 스타일로는 현실을 정확히 꿰뚫으면서도 남은 여백에 상상력을 남기는 이창동의 후예와도 같다. 실제로 『정전』은 수많은 대사와 심리묘사보다도, 등장인물의 침묵과 우회적 행위, 공간감에 더 강렬한 힘을 싣는다.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익숙했던 일상인 공간과 사물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반면, 작가는 결코 절망에만 머물지 않는다. 완전한 암흑 속 가장 미세한 불빛을 찾아가는 손길, 그리고 파편적이지만 진솔한 소통을 갈구하는 인물들의 태도는 이 작품이 단순한 세기말적 암울함을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최근 출간된 신간과 비교해보면, 함윤이의 『정전』은 서사와 구조의 촘촘함, 상징적 장치의 세련됨 측면에서 단연 눈에 띈다. 이전 세대가 보여준 거대한 서사(김영하, 황석영 등)와 달리, 소소한 일상성과 극한 상황을 교묘히 직조해내며, 세대 경험을 구체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단절의 경험이 청년 세대에게 단순한 위기나 불운이 아니라 한 세대의 세계관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 점에서 『정전』은 올해의 중요한 젊은 작가 데뷔작이자, 현대문학에서 꼭 논의되어야 하는 신호탄이다.
문학동네소설상은 해마다 참신하지만 깊이 있는 선정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던 터. 이번 31회 수상작 역시 젊은 작가의 새로운 시도, 실험적 감수성, 그리고 시대 진단을 동시에 담았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단순히 ‘신인상’ 수상작으로만 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할 수 있다면 밤을 밝힐 손전등 하나 챙기고, 어둠 너머의 낯선 세계와 스스로 마주할 준비를 해보자. 그 긴긴 암흑 속에서도, 불을 켜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와 요즘에 정전? 신선해ㄷㄷ 저런 소재가 다시 통하는 시대가 왔구나😮 기대됨!
정전이라니, 이거 완전 사회상 비판 인 척 위장한 현대판 방구석 휴머니즘 아닙니까? 요샌 정전 당해도 랜턴 앱 켜면 되는데, 소설 나온 김에 AI로 전체 줄거리 돌려보려니 문학의 기초체력 테스트 같군요. 근데 이거 읽다가 그냥 진짜 정전 나면, 현실과 소설 사이 구분도 사라지겠네염. 한국문학, 정전 아닌 정지 상태라더니 이참에 한 번 전원 스위치 눌러보죠. 작가님, 다음엔 ‘와이파이 끊긴 세계’로 한 번 가주세요?!
정전 = 현대인 멘탈 상태.🤔 이 정도면 다크 모드 실화…? 문학동네 소설상은 진짜 한 번쯤 믿고봄. 근데 이거 읽으면서 램프라도 하나 켜야 집중될 듯ㅋㅋㅋ
정전 소재 오랜만이네요. 새로운 시도 응원합니다.
정전이라는 상징이…지금 이 사회의 단절과 무기력, 그리고 기술문명의 의존에 대한 비판까지 던지는 걸로 들려요. 근데 항상 고민됨, 이런 소재는 결국 다시 빛을 키는 이야기로 귀결될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을 파려 할까… 소설이 어디까지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지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