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음식관광, ‘체류’의 미학을 입다

지방의 관광 핫플레이스마다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맛집 지도’는 더이상 희소하지 않다. 경북 역시 전국적으로 알려진 전통음식과 지역별 개성 있는 식재료, 그리고 유서 깊은 한식 브랜드들로 여행객뿐 아니라 음식 애호가들의 리스트에 자주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최근 내·외부 여행 트렌드와 관광소비 패턴에는 미묘하면서도 선명한 변화가 읽힌다. ‘여행 그 자체의 목적’이 이제 단순히 먹기 위해 떠나는 하루 방문, 소위 ‘먹방 투어’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경제 효과 역시 ‘체류 시간’의 증가에 반비례하는 구조다.

맛집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의 관광 풍경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경고가 이 기사 제목에 담긴 고민의 본질이다. 경북 각지관광협의회와 지자체도 이 점을 정조준한다. 최근 관광 트렌드는 체류형 체험, 오래 머무른 뒤에야 느끼는 맛의 층위, 그리고 음식 자체를 넘어선 ‘스토리텔링’로 전환되고 있다. 설문 조사와 현장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경북 맛집? 거기 가봤어. 근데 2~3시간이면 다 돌고…다시 서울로 오게 돼요.” “경주에서 먹은 한우는 정말 맛있는데, 그냥 그 한 끼로 그 도시 전체가 기억되긴 어렵죠.” 다양한 소비자 목소리엔 번잡한 동네, 소셜미디어 유명세만으론 남는 게 없다는 쓴소리도 스민다.

경북도는 이 흐름에 대응하고자 지역별 음식자원에 머무르기를 더하는 시도를 준비 중이다. 첫째, 음식과 연계된 문화체험형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안동에서는 사흘간 전통한옥 숙박, 제철 재료로 직접 만드는 반상체험, 손맛이 살아있는 시골장터 쿠킹클래스, 지역 셰프와의 미식 토크가 이어진다. 이 과정 전체를 ‘한식 미식여정’으로 패키지화 하는 식. 이런 콘셉트는 단기 여행객보다는 세계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려는 ‘슬로우 트래블러’에게 어필한다. 셀럽·인플루언서들이 SNS에 ‘경북 미식 로드’ 체험담을 공유하면서 젊은 여행객 비중도 가파르게 올랐다.

둘째, 체류형 음식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소의 경험화다. 먹는다는 행위에 지역산업·생태·문화가 엮여야 한다. 경북 영주는 산양삼, 분천 산천초목을 활용한 건강식 여정과 산림 치유 캠프를 연계했다. 포항·영덕 일대는 당일치기 대게탐방을 넘어서 어판장 견학, 어민 토크, 해양생태길 걷기와 현지 식당 1박2일 이용권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패키지는 단가가 기존 투어의 1.7배로 뛰었으나 주말 예약은 두 달 전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2~3줄 맛집 소개’라는 단조로운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 뒤엔 경제·트렌드가 품은 심리가 숨어있다. 포스트코로나, 팬데믹 기간 온라인 맛집 리뷰에 의존하던 이용자들은 이제는 ‘현장에서의 경험’에 목마르다. 인스타 감성보다는 나만의 추억과 이야기가 남는, 보다 깊은 관계 맺기를 선호한다. 체류형 음식관광은 그 욕구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더불어 여행경비 상승, 교통·숙박비 고공행진 탓에 여행객은 짧은 일정 대신 ‘오래 머물 가치’를 꼼꼼히 따진다. 전통주 시음, 시장 투어, 지역민과의 식사 등은 지금의 소비 패턴을 건드린다. ‘음식관광’이 식문화가치+경험+관계까지 묶는 ‘라이프스타일 소비’의 한복판에 서고 있는 셈이다.

경북의 도전은 동시에 숙제이기도 하다. 체류형 음식관광이 진짜 지역경제 파이로 돌아서려면 지역업체 간 협업,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지나친 패키지화로 인한 지역색 희석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일회성 SNS 이벤트, 유명 여행 예능이 떠든 코스만으로는, 곧바로 본질을 꿰뚫는 반응이 돌아온다. 여러 사례에서 보이듯, 진짜 스토리와 사람, 그곳의 ‘진짜 일상’이 담길 때만이 체류형 음식관광은 유행을 넘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

경북에서 거는 체류형 음식관광 실험은 이제 막 첫걸음.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맛집 별점, 그 너머의 이야기가 소비자와 여행지 모두를 붙잡게 될지, 지역과 여행자 모두에게 더 깊은 시간, 더 맛있는 경험이 남을지 주목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경북 음식관광, ‘체류’의 미학을 입다”에 대한 8개의 생각

  • 왜 항상 맛집은 가면 줄만 2시간… 체류형으로 바껴도 결국 웨이팅 아닐까?ㅋㅋ 지방 맛집 가려다 체력 뺏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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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류형? 환상깨줄까…맛집 서너 군데 도는 거랑 펜션에서 멍때리는게 다야…지방관광이 갑자기 파리 되는 마법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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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 또 체류시키려고 별쇼구나…아무튼 돈 벌생각만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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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이랑 체험 같이 하면 추억도 남고 좋은데… 지역주민들 입장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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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만의 색깔 있는 여행 코스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ㅋㅋ 관광지에서 뻔한 먹방투어 말고 체류형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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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여행이란 게…먹고 사진 찍는 수준에서 끝나곤 했는데, 요즘은 체험 프로그램 많은 데가 더 끌림…경북같은 데는 자연 풍경이랑 음식이랑 아예 합친 상품 나오면 해외에서 온 외국인도 좋아할 듯. 지역경제에도 도움되고. 문제는 질적인 관리겠지… 프로그램 중복 많고 그냥 보여주기만 되면 한 번 가고 안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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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태 체류형 패키지 써본 소감…현지사람 참여도 중요함! 단순한 먹방코스+숙박이면 글쎄요, 감흥 별로 없던데요;; 진짜 콘텐츠 있으면 또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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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 다 패키지 투어 천국되는거 아닌가요🤔 지역색 사라질까 약간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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