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 한번 쓴 적 없어도 책 내는 시대… 〈글은 못 쓰지만 좋은 책을 냅니다〉
책이란, 한 인간의 사고와 마음의 결, 혹은 세상 속 작고 고요한 파동이 지면 위에 정성껏 새겨내는 무늬였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는 출판의 경계가 무너진 광야다. 뉴스 그루터기에 앉아, 출판계 안팎에서 밀려오는 이야기들을 곱씹는다. 책 한 줄 써본 경험조차 없는 이들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명함을 내민다. 실제로 최근 서점가를 채운 신규 저자들의 다수는, 언젠가부터 스스로 ‘작가’라 칭했을 때조차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글은 못 쓰지만 좋은 책을 냅니다〉라는 낯설고도 담백한 제목은, 출판의 의미와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집단적 회의를 자아낸다. 출판의 강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출판 판을 바꿔놓은 건 명확하다. 바이럴이 이끄는 자기 PR과 팬덤 기반의 크라우드 펀딩, SNS 안에 녹아드는 짧은 글이 이제 책의 주된 동기가 된다. 플랫폼은 원고 검수가 아닌 ‘팔릴만한가’의 안목으로 저자를 캐스팅하고, 출간을 기획한다. 하루아침에 작가가 되는 현상, 딱 여기까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을 잘 쓰는가”의 물음은 “영향력을 끌어모으는가”로 대체되었다. 이런 흐름에서 ‘글 못 쓰는 저자’란 수치도 장벽도 아니다. 오히려 기획자나 에디터, 혹은 마케팅 전문가와의 시너지로 오롯이 상업적 성공을 낳기도 한다. 저자 본인, 그리고 시장 모두가 그 과정을 인정한다면, ‘글 쓰기’는 이제 선택사항으로 조각난다.
기성 문단은 혼란을 표한다. 그렇다고 완전한 부정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눈에 띄는 이야기’의 가치는 구시대의 문법을 무너뜨리기도, 반대로 독립출판계와 전통적 출판계의 경계마저 애매하게 만든다. 이 책은 역설적이다. ‘글을 못 쓰는 이’가 좋은 책을 낸다는 선언에는 에두른 진심과 시대의 고백이 둘 다 담겨있다. 이는 단지 ‘참여형 출판의 부상’이 아니라, 시대의 자기 자신감, 아니면 집단적 누추함을 자조적으로 감는 자기 인식에 가깝다.
책으로서의 기능, 그리고 저자의 책임은 어떻게 변화할까. 한때 ‘글맛’을 운운하던 출판 기획자들은 지금은 메시지, 트렌드, 실행력, 그리고 데이터 분석에서 책의 성공을 찾고 있다. 실제로 이 책도 저자 본인의 메시지 전달 능력보다는, 선명한 콘셉트와 팀플레이에 주목한다. 책을 만드는 여러 사람들이 마치 영화의 스태프들처럼 움직이고, 저자는 그 구성의 일부, 즉 브랜드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이런 변화 속에서 출판의 장벽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쏟아지는 책 속에서 진짜 이야기’의 설 자리는 더욱 불확실하다.
네트워크 문화가 심화된 지금, 독자들도 사실은 이를 인식한다. ‘좋은 책’의 의미 역시 다층적으로 변한다. 어떤 이는 작가 본연의 언어와 자기표현에, 또 어떤 이는 책의 사회적 메시지와 확장성에 더 점수를 준다.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 판타지는, 읽는 이의 책임도 결국은 키운다. 수많은 콘텐츠가 자기 감각을 시험대에 올리게 한다. 무성의한 ‘책 공장’의 결과물임을 알아챈 후에도, 어쩔 수 없이 읽고 소비하는 것이 현대인의 곤혹이기도 하다.
‘글을 못 쓴다’는, 어쩌면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 고백을 누군가는 시장에서 유쾌하게, 또 누군가는 시대의 눈물로 받아들일 것이다. 여전히 김훈이나 한강 같은 작가의 글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같은 흐름이 결코 대세의 영구지배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단언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점차 저변이 넓어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책이란 무엇인가. 한때는 종이와 잉크의 향, 얼비쳐진 문장 사이로 마음의 무늬를 좇았다면, 지금은 트렌드와 기획, 네트워크, 마케팅, 그리고 다중의 참여에 기반한 새로운 예술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마음에 닿는 한 줄, 가슴을 울리는 진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시대를 견디는 책이란, 조금은 투박해도 자신의 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정직함에 있지 않을까. 좋은 책을 내는 법, 그 비밀은 결국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일지 모른다.
온전한 자기표현이란 결국 시대와 시장, 그리고 독자가 함께 완성하는 긴 여행길이다. 누군가에겐 이정표가,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돌부리가 되어, 오늘도 ‘새로운 책’은 계속 태어난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ㅋㅋㅋㅋ 요새는 내 강아지 얘기도 책으로 나올 기세🤔 진짜 글은 못 써도 ‘존재감’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인가 봄. 근데 이게 뭔가 멋있다가도 살짝 씁쓸… 다들 책 한 권씩 출간하면 오히려 진짜 글쟁이는 어디로 숨어야 하는 건지🤔🤔 요즘 출판은 아이돌 데뷔보다 진입 장벽 낮은 느낌이네. 트렌드가 너무 앞서가는 건가ㅋㅋ
요즘 책 보면 글도 뭔가 허술… 그냥 인플루언서 굿즈 느낌;;
세상이 참 바뀌었네요. 책이 손쉽게 나오는 건 반갑지만, 깊이가 떨어지는 듯도 합니다. 저자로서 책임감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예전엔 책 낸다 하면 진짜 대단했는데… 이젠 그냥 SNS 팔로워만 좀 있으면 출판사서 줄 서네? 뭔가 허무함 ㅋㅋㅋ 다들 자기PR에 진심;
글쓰기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깊이가 아쉽네요.
물건은 넘치는데 진짜 가치는 사라지는 듯… 모두가 작가라는 말이 이젠 우스워졌어요… 재치도 없고 깊이도 없는 요즘 책들의 현실이 슬픔…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출판계 변동… 과연 이게 좋은 방향일까요? 독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낮아진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지만, 책의 깊이나 정성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분명한 듯해요. 앞으로 그 균형을 출판사들이 잘 맞춰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공감되는 리뷰였어요.
출판 시장의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네요. 저자 본연의 글맛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해지는 현실이라… 그 흐름 속에서도 가치 있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길 바랍니다. 읽는 사람으로서 책의 진정성을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