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언어와 예술,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감각: 아이돌 ‘무섭노’ 논란이 남긴 잔상
짧은 사투리 한마디는 종종 도시의 낮은 숨소리보다 더 진하게 공기의 흐름을 바꿔 놓는다. 아이돌의 무대, 강렬한 조명 아래 축제처럼 터지는 음악과 관객들의 함성 한가운데, 거제 출신 신예 아이돌 유정이 경상도 사투리로 외친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우리 사회 전체에 낯익은 듯 낯선 파동을 일으켰다. 아이돌의 사투리 한마디가 던진 파문은 사회의 미묘한 경계와 숨겨진 민감한 지점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유정의 발언은 당초 팬들 사이에서 호감을 담은 현지 언어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역을 아우르는 정서와 친근감, 그리고 새로움까지 담긴 언어에 한동안 음악 팬층에서는 오히려 ‘힙하다’는 반응이 번졌다. 하지만 한 전직 법무장관이자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특정 인사가 이 단어를 ‘일베 감별법’과 엮으며 온라인 공간은 가파르게 냉온이 엇갈린 뜨거운 담론장으로 변했다. 세련되고 급진적으로 보이던 사투리 하나가 어느 순간 부정적 정치 코드가 부여되는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그 반향의 크기만큼, 중도와 보수, 진보를 넘나드는 이준석 전 대표까지 뛰어들었고, ‘사상검증’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음악 씬의 자유와 맞서 싸우는 듯 무대 밖 공간을 비집고 올라왔다.
음악과 언어는 원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이다. 경상도의 굵직한 운율에서 전해지는 ‘무섭노’는 단지 사투리 그 자체이고, 그 안에는 타고난 리듬감과 현장감이 살아 있다. 무대 위 피아노의 울림이나, 기타의 진동, 관객의 함성 소리처럼, 어떤 언어든 본질적으로 하나의 울림이다. 하지만 지금, 던져진 하나의 단어가 바깥 세계에서 여러 색깔의 감정과 도식을 불러오며 의미의 층위를 덧입히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언어가 지닌 원초적 에너지 대신 사회적 도구로만 소비되는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최근 유사 사례를 보면, 서울 출신 래퍼가 전라도 사투리를 무대에서 활용했다가 지역감정 논란에 휩싸였던 일이 있었다. 이처럼 지역 언어의 쓰임 자체가 민감한 정치적 해석에 엮일 때마다 예술과 현실, 예술가와 시민, 개개인과 대중 사이의 라인에서 긴장감이 퍼진다. 공공의 담론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아이돌의 자유분방한 표현이 의도치 않았던 정치적 잣대에 의해 해석될 때, 그들이 만들어온 음악적 정서의 장은 순간 어두워진다. 이번 논란을 두고 국내외 여러 매체는 한국 연예계와 사회문화적 언어 코드의 복잡성을 다시 상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서울 특파원이 최근 “K-pop 아티스트도 사회적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시대”라는 평을 남긴 맥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아이돌이 유행어 혹은 사투리를 사용할 때, 한계선은 어디에 그어야 할까. 예술은 본래 허용의 예외를 가지고 성장해 왔다. ‘사상검증’이라는 무거운 프레임이 덮인 무대는 아무리 밝은 조명 아래서도 어딘가 침잠해 있다. 정치와 문화, 지역감정의 오래된 균열과 상처가 언어 하나, 말투 하나에도 스며드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대와 현실이 맞닿은 불안의 경계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존 보도들을 살펴보면 최근 거제 출신의 연예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고향 사투리를 써서 친근감을 어필한 뒤로, 일부 네티즌이 해당 표현을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맹공했다. 여기에 정치권 인사들이 한 마디씩 보태면서 논란은 눈덩이처럼 번졌다. 특정 언어를 쓰지 않은 증거로 도리어 이념을 검증하려는 모순된 모습도 포착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아이돌까지 사상검증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이는 지나치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응했다. 대체로 문화예술인에 대한 정치적 맥락 부여가 문화의 자연스러운 언어 확장성을 옥죄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음악과 예술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나의 사투리 표현이 진보·보수, 영호남, 기성세대·MZ세대 모두의 민감한 촉수를 자극할 때, 현장감 있는 무대는 예술가에게 또 다른 시험장이 된다. 이 무거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돌은 여전히 글로벌 음악씬에서 자유롭고 다채로운 언어의 스펙트럼을 펼치려 한다. 그들의 감각적 언어와 몸짓, 그리고 순간의 자유로움이 정치의 축소판이 되는 풍경은 씁쓸하지만, 음악 무대가 삶의 가장 생생한 리얼리티와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상도 사투리 ‘무섭노’에 실려왔던 원초적 힘과 인간적 유연함이 다시 무대로 소환될 수 있을까. 지금, 아이돌 무대 뒤편의 스포트라이트, 음악이 끝난 뒤 잠시 남는 잔향과 여운 속에 우리 사회가 예술과 현실의 변곡점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자문해본다. 언어는 분열의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잇는 감각적 끈이 될 수 있으리라 바란다. 조명 밑에서 빛난 한마디가 대중의 언어로 다시 환생하는 그날을 기다린다.
— 서아린 ([email protected])


와.. 이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거면 방송이나 무대에서 아무 말도 못하겠네 진짜. 사투리가 문제야, 정치가 문제야!! 속 터진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해야 하는데 왜 자꾸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지 이해가 안됨ㅋㅋ 결국 연예인만 피해자임;;;
ㅋㅋ 연예인이 사투리 써서 논란이면, 그냥 발음교정 학원 다니라는 거 아닌가요? 너무 민감한 듯😅
드립 하나 던지면 토론장 진입ㅋㅋ 사투리가 트리거라니 평화로운 나라 한국답다 봅니다. 근데 이젠 개그 소재도 못 쓰겠네 진심…
연예인이 입 막히면 결국 우리만 재미없어지는 건데ㅋㅋ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