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전국 첫 ‘크루즈 관광특구’ 지정…해양관광의 새로운 시작
자연과 도시, 바다와 삶이 맞닿는 부산 동구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전국 최초로 ‘크루즈 관광특구’라는 이름을 앞세운 동구의 항만 일대에는 근사한 변화의 조짐이 서린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북항재개발지, 168계단, 그리고 초량 이바구길처럼 오래된 흔적 위에 미래의 무대가 그려지는 모습이다. 이번 크루즈 관광특구 지정은 관의 호들갑스러운 ‘첫 사례’ 혹은 ‘국가 전략 거점’이라는 표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로 이 변화는 수평선 너머에서 부산을 향하는 선박들의 드나듦만큼이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기대 위에 있었다.
도시의 심장부를 받치는 동구의 항만은 언제나 부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정은 단순히 명패를 걸어두는 것을 넘어, 해양관광 도시란 말을 실제 모두가 느끼고 경험하게 만들 잠재력을 품고 있다. 특구 지정이 이끄는 변화는 단순한 관광수입 증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산항을 관통하는 바닷바람과, 그 위에 새롭게 쌓일 도시의 표정들은 지역 삶의 온기,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비춘다.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들어서는 수많은 크루즈 관광객, 항구 근방의 오래된 동네마다 새롭게 안겨질 문화공간, 그리고 지역 상권과 공공예술 프로젝트까지. 곳곳에 세밀하게 그려질 풍경이 더없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세계 해양관광의 트렌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크루즈’라는 매력적인 무대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유럽의 무수한 항만 도시들이 거쳐온 변신처럼, 부산 동구 역시 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국내 크루즈 관광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천천히 회복에 속도를 내는 와중이다. 2026년 여름, 마침내 특구 지정이 이루어진 오늘, 이곳에는 국내외 해양관광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의 통계를 여러 차례 확인해 보면, 방한 크루즈 여행객은 팬데믹 이후 연간 35만 명에 근접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엔 그중 상당수가 부산항을 관문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지정이 공공성과 상생에 근거를 둔 점도 의미 있다.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젊은 크리에이터, 관광객 모두의 참여와 만남 속에 매력적인 상권·문화 권역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산항 주변의 풍경은 계절 따라 다시 태어난다. 해가 질 무렵 백사장에 물드는 노을빛, 대형 선박들이 부산항을 유유히 가르는 장면, 168계단과 초량의 서정적 동네… 여기에 ‘특구’라는 새로운 이름은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각자의 추억을 품은 공간, 낯선 이들의 두근거림이 깃드는 무대로 태어난다. 북항 재개발지의 단장된 거리, 시간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이바구길, 거리마다 퍼지는 해산물 내음과 이국적 풍경까지. 크루즈 여행과 문화 산책, 미식 체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경험이 펼쳐진다.
변화라는 건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살아난다. 출항을 준비하는 크루즈선의 뱃고동 소리, 터미널을 가득 메운 이방의 언어, 정겨운 어시장의 활기, 오래된 주택가의 정적까지. 그 모든 것이 부산만의 정서에 슬며시 녹아든다. 이번 특구 지정은 지역 사회가 오랫동안 꿈꾸어온 성장의 기반이다. 물론 성장의 이면에는 늘 우려와 숙제가 교차한다. 쿠루즈 관광객이 막대한 소비를 남겨줄지, 지역 경제가 실질적인 활력을 얻을지는 착실한 준비와 세심한 실행에 달렸다. 이방의 손님들이 1박만 남기고 돌아가버리는 ‘스쳐가는 도시’로 남지 않으려면, 특구다운 이야기를 품은 진짜 공간, 살가운 사람들의 손길이 곁들여져야 한다.
배를 타고 찾아온다는 로망은 단순한 환상만은 아니다. 국제항만도시 부산의 미래는 이제까지의 관례와는 다른 감각,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배어있는 질감으로 쓰여야 한다. 문화와 여행, 삶과 시간을 빚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무대 위로 부상할 때, 관광특구란 말은 생활의 한 장면으로 자리할 수 있다. 동구를 찾는 이들의 표정이, 여유로운 보도와 환한 바람, 그리고 골목길 카페와 오래된 주택가에서 맴도는 인사말 속에 부산만의 품격을 더해줄 날이 머지않았다. 새로운 항구의 시대, 그 푸르른 출렁임을 많은 이들이 직접 만져보기를 바란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