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2026년 여름 다시 떠오른 바다의 히어로
흐린 저녁, 서울 시내의 한 복합상영관 로비에 쏟아져나오는 관객들.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인 20대 청년들, 애니메이션 굿즈를 손에 꼭 쥔 어른 팬까지. 카메라 뷰파인더는 어느새 밝게 흥분한 표정들 위로 멈춘다. 바로, ‘모아나’가 다시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올랐다. 2026년 7월,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 ‘리바이벌’ 바람과 스트리밍 세대의 변화가 겹치며,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공식이 또 한 번 뒤집혔다.
‘모아나’의 흥행 소식은 단순한 흥미 이상의 장면을 낳고 있다. 2016년 첫 개봉 이래 10년 만에 재개봉되며, 멈춰 있던 바다의 파도가 다시 관객을 삼킨다. 실시간 CG 영상 기술과 풍부해진 사운드 리마스터링, 그리고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서사까지. 관객은 스크린 너머로 던져진 물살처럼 몰입을 경험하는데, 영화관이 파도치는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차는 순간, 큰 화면과 현장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극장 전체를 감싼다. 카메라가 담아낸 한 아이의 들뜬 표정이 모든 것을 요약한다: ‘진짜 궁금했어요, 다시 볼 줄은 몰랐어요!’
여름 흥행 성수기, 극장가 활동이 다시 활력을 찾았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넷플릭스·디즈니+ 등 OTT 플랫폼에 밀려 침체기를 겪던 극장산업에 ‘모아나’ 열풍은 반전의 성장세를 불러온다. 극장가 전문가들은 기존 블록버스터 쏠림 현상에서, 가족 단위·재관람 관객 중심의 다양성 상영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CGV, 롯데시네마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모아나’ 덕분에 주말 전체 관람객 수가 작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음을 밝혔다. SNS에는 ‘첫사랑 영화’, ‘첫 아이랑 재관람’, ‘추억 자극’ 등 해시태그가 하루 수천 건씩 쏟아지고 있다. 영상으로 기록한 현장 관객 인터뷰에서도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코드,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견고한 내러티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었다.
동시에, ‘모아나’ 1위 신화는 차세대 애니메이션 마케팅 방식에 대한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번 개봉에는 IT 업계와의 컬래버가 두드러진다. AR 포스터 이벤트, 관객 참여형 OST 뮤직비디오 챌린지, 오프라인 굿즈 팝업스토어가 동시 진행되며, 팬덤 문화가 실시간으로 확장됐다. 영화관 앞에는 스트리밍 시대에 익숙한 MZ세대 관객들이 직접 현장을 찍어 올리는 라이브 스트리밍 조명이 번쩍인다. 영화의 본질적 메시지 ― 바람과 바다, 내가 가야할 길, 그리고 용기 ― 역시 유명 유튜버, 틱톡커 등의 바이럴 영상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이 첨단 플랫폼을 타고 다시 대중의 화두로 떠오른 장면이다.
그러나 뜨거운 박스오피스 성적 이면의 고민도 있다. 일각에서는 흥행 편중이 새로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다양성 확보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기 IP 재활용’의 반복만으로는 한국 시장의 창작 역량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모아나’의 높은 관객 점유율은 여전히 대형 글로벌사가 좌지우지하는 산업 구조를 노출한다. 소규모 독립 애니메이션, 국내 신작들의 스크린 확보는 여전히 쉽지 않다. 실제로 같은 기간 상영된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관객 수 면에서 또 한 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아직 영화진흥위원회, 배급사 등이 마련할 균형 전략의 필요성이 현장에서 체감된다.
극장 밖, 거리 곳곳에서도 ‘모아나’의 영향력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거리 공연, 오락가게, 인터넷 방송 BGM으로 번지고, 각국 관광청은 모아나 속 남태평양 풍경을 활용한 여행 상품 마케팅에 나선다.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영어·음악 캠프, 해양환경 보호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영화가 현실로, 다시 현장으로 확장되는 근사한 회전문이다.
10년 전 감동이 다시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장면마다, 각자 어른이 된 관객들의 표정에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다. 현장 촬영기자로서 느낀 점, 그리고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긴 것은 명확하다: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길을 찾는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흥행 1위의 이유에는 그 모든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