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무임승차, 적반하장의 민낯…‘도덕적 해이’가 만든 일상 공방
SRT 고속철도에서 ‘무임승차’로 적발된 승객이 “내가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역무원에 의해 제지를 당한 승객은 아무런 요금 납부 없이 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대응하는 태도가 현저히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그리고 규칙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어디까지 내재화됐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관련 사건들을 추적하면, 최근 수년간 KTX, SRT 등 고속철도 및 광역전철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임승차, 표 위조, 체크인 미이행 등 교통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교통비 인상, 비대면 발권 시스템 오류, 자동검표 환경에서의 허점 등이 이유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승객이 자신의 잘못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내가 범죄자인가” 식으로 역고발하는 태도는 전형적이다.
이 같은 태도는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명목으로 규칙에 예외를 적용하는 행위가 반복될 때 사회 전체의 규범 질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SRT 건의 경우, 무임승차가 적발됐어도 별다른 법적 처벌이나 민원상 중대한 조치 없이 상황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로 인해 승차권 구매자의 박탈감 및 공공질서 무력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제기된다.
게다가, 본사 및 철도 당국의 공적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역에서는 출입구 검사가 느슨해, 진입 후 승차권 검사를 피하거나 앱 오류만을 탓하는 승객이 증가하는 등, 시스템 관리 책임과 실질적 단속 정책의 허술함도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시민들과 소비자단체는 “단 한 번의 무임승차도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기차역 현장에서는 물리력 행사 위험, 민원 폭증, 그에 따른 현장 직원들의 소극적 대응이 악순환을 만든다.
사회 심리 측면에서 보면,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소수의 일탈에 의해 번번이 손해를 본다는 ‘규범 소진’ 경험이 누적될 경우, 전반적 준법의식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경미하다고 치부하는 규칙 위반이 반복 노출될수록 규범의 붕괴가 가속화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언어 선택, 즉 ‘범죄라도 저질렀냐’는 수사적 표현은 단순한 책임 회피를 넘어 준법의식 부정, 피해자-가해자 프레임 전환의 사회적 퇴행성을 노출한다. 마치 객관적 법리, 공공선 논의 이전에 ‘내가 억울하다’는 개인 정서가 집단 경험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은 크다.
한국 철도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는 최근 ‘고속철도 무임승차 및 단속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만 전국적으로 약 2만 건의 무임승차 시도 및 적발 사례가 보고됐고, 그 중 반복 적발자는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실제로 현행 철도사업법 및 여객운송약관상 무임승차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및 관리 방안은 존재하지만, 엄밀한 적용과 실질적 실행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탓에 승차권 구매자, 특히 장기 정기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투자한 쪽만 매번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높다.
정보통신 발전과 모바일 서비스 확대도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무임승차 시도자 중 일부는 “앱 접속 오류”나 “QR 인식 미흡”을 제시하며 명백히 의도된 행동임에도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새로운 변명 패턴이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철도 공공서비스의 자동화·비대면화가 역설적으로 시스템을 악용한 편법의 증가로 이어졌음을 지적하면서, 기술적 보완과 사회적 규범 강화가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 규정 위반 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푼돈 아끼려 ‘범죄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이를 방치하는 기관의 태만, 반복 노출에 무감각해지는 공중의 피로감, 모두가 구조적 병리 현상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시민 스스로 ‘내가 매번 지키는 규칙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기관도 실효적 단속, 책임 강화 그리고 디지털 오류 방지 시스템을 함께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단 하나의 무임승차도 사회 전체의 신뢰라는 연쇄 고리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