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술의 공존: 용인시·용인세브란스가 여는 의료 AI의 새로운 길

지난 7월 10일, 용인시와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의료 인공지능(AI) 협력 강화를 공식 발표했다. 이미 ‘병원’이라는 공간의 풍경은 예전과 달라졌다. 진료 현장 곳곳에서 AI 기술이 투입돼 환자의 진료 기록을 정리하고, CT·MRI 영상에서 의심 질환을 찾아내며, 간호사의 업무까지 보조하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도시와 대학병원이 손을 잡고 지역 전체 의료 인프라에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결정은, 한 사람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넘어서 지역사회 의료의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이정표로 읽힌다.

용인시보건소 박지영 씨는 최근 고혈압 조절이 어려운 70대 어르신을 만났다. 동네 병의원에서는 약 조절이 반복됐지만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시범 도입된 AI 예측 시스템이 그의 심근경색 위험을 경고했다. 보건소의 안내에 따라 용인세브란스병원에 연결된 이 어르신은 곧바로 정밀검사를 받고, 시급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AI는 ‘빅데이터’라는 이름의 복잡한 숫자 너머로, 위험 신호를 조용히 집어내는 디지털 동반자가 되고 있다.

최근 다른 지역에서도 의료 AI 접목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AI 개발기업 뷰노·루닛 등은 암, 폐렴,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진단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선보이고 있고, 서울시·부산시 등 대도시 자치단체도 시범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심과 외곽,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사이의 디지털 의료 인프라 격차는 뚜렷하다. 용인시처럼 특정 시와 대형병원이 손을 잡고 지역 기반의 인공지능 의료 생태계를 조성한 전례는 많지 않다. 그 의미는 더 크다.

의료 AI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첫째는 데이터다. 지난 5년간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축적한 진단 영상, 진료 기록을 역량 있는 AI 기업들과 연계해 분석해왔다. 시의 전자보건 시스템과 연동해 동네 의원의 환자 정보와 공공보건 정보를 한데 모으고, 위험 징후 패턴을 빠르게 감지한다. 의료진에게는 환자별 맞춤형 치료 가이던스가 주어지고, 환자에게는 진료 이력·약물 부작용·응급 위험 안내 등 당장의 생명을 지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AI가 단순히 ‘판독기’나 ‘비서’가 아니라, 의료적 실천의 신뢰 네트워크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 의료AI, 영상진단AI 등 최첨단 시스템도 언제나 현장 사람의 손과 판단을 필요로 한다. 최근 용인에 거주하는 고모 씨(43)는 야간 진료에서 AI 음성 인식 시스템으로 진단서가 자동 작성된 덕분에 30분 이상 대기할 필요가 없었다며 안도의 말을 남겼다. 병원의 간호사들 역시 야근 후 피로도가 줄어 살만해졌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일부 노인 환자들은 AI 안내 음성에 익숙해지지 못해,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내비친다. 한 간호사는 “AI 덕분에 실수가 줄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직도 환자 쪽에서 건네는 작은 신호”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를 지역 전체로 넓힌다는 것은 분명 도전이다. 용인시의 의료 인공지능 협력 전략은 ‘기술 혁신’ 이전에 ‘상호 신뢰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용인시민 대상 AI 활용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직접 의료AI 예측 시연에 참여해 보면 AI 결과와 의료진 설명이 다를 때 어떤 기준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의료진은 “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과 인간이 꼭 해야 하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도 정비, 설명 의무 강화, 데이터 보완 등도 필수다.

그러나 변화의 서사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의료 AI를 이야기할 때 환자의 가족사, 의료진 개개인의 피로와 고민,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결국 제도 성패를 가른다. 실제 용인시·용인세브란스가 첫해 시범사업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건강 취약계층의 만성질환 관리다. 모든 데이터와 기술이 ‘가장 약한 환자’의 안전에 봉사할 때, 사회 전체가 얻는 건강의 이익은 더욱 커진다.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 시민단체의 감시, 지역의료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참여도 과제다. AI 신뢰성 문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논란, 취약계층의 정보 소외 문제까지 ‘절대 쉬운 해답’은 없다. 그러나 기술을 삶의 현장으로 온전히 들여온 이들의 목소리 속에는 약속과 기대, 그리고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용인시와 용인세브란스가 만들어갈 새로운 의료의 바람이, 어느새 우리 가족과 이웃의 일상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