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앞, 침묵하는 손흥민과 리더십의 변곡점
2026년 7월 13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캡틴’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엔 공격진을 휘어잡는 리더십과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팀의 중심을 잡는 손흥민이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침묵과 내성적 태도로 응수하는 것이 최근 경기들에서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대표팀의 아쉬운 경기력, 결정적인 장면에서의 아슬아슬한 실책들, 그리고 경기 후 기자석에서도 들려오는 조용함이 팀 분위기에 미묘한 여운을 드리운다. 해외 주요 국가대표팀 캡틴 사례를 비교하면, 위기 때 ‘앞장서 발언·행동’하는 리더십 유형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손흥민의 침묵 전략은 국내외 축구계에 신선한 파장을 주고 있다.
실전에서 손흥민은 최근 경기마다 중앙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와 공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역습 상황에선 득점 본능을 살리려는 시도를 쉼없이 이어간다. 하지만 중원싸움과 전방 압박이 무력화된 상황에선, 손흥민이 전진보다 볼 배급과 후방 커버에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결정적 찬스를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선두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에이스 본능’이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경기에서 손흥민은 네 번의 슈팅, 두 번의 유효타를 기록했지만, 팀 빌드업이 끊기는 상황에서는 동료들과의 연계가 번번이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인터뷰 요청에는 조심스럽게 한마디만 던지고, 책임 소재나 팀 전체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자제한다.
세계 주요 팀의 캡틴들과 명확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은 경기 중에도 수비진이나 미드필더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경기 종료 후에는 미디어 면전에서도 솔직한 분석과 팀의 문제점을 짚는다. 독일의 키미히, 브라질의 마르퀴뇨스 역시 경기 현장이나 기자회견에서 위기일수록 선수단을 결집시키는 멘트와 상징적 행동을 과감하게 보인다. 말 수를 줄이고 내성을 강화하는 손흥민의 접근법은 과연 현대 축구 리더십에서 효과적인가. 경기장 내부의 현장감에서는 오히려 침묵이 ‘무거운 허공’을 만드는 순간도 있다. 실제로 몇몇 동료 선수들은 “캡틴이 많이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분위기를 읽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귀띔한다.
다만 손흥민이 침묵하는 이유는 확고하다. 팀 내부 갈등, 국민적 기대의 무게, SNS 및 미디어의 과열된 반응 등 손흥민이 감내해야 할 압박감은 다른 해외 캡틴과는 그 결의부터가 다르다. 지나친 발언이 팀에 미칠 파장과, ‘저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호기제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 손흥민은 실제로 비공식 미팅과 비공개 라커룸 회의에서 후배 선수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관중석과 미디어가 볼 때 ‘리더의 책임감’은 공개 무대에서의 행동과 발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 팬 문화에서는 조직의 리더가 위기 때 최전선에 서서 뚜렷한 메시지와 에너지를 뿜어주길 바라고, 이것이 팀 응집력과 팬심에 결정적 자극이 된다.
경기 내 퍼포먼스 분석을 보면, 손흥민의 활동 반경은 더욱 넓어졌고, 수비 시 미드필더와 협업, 공격 전환 시 직접 전방까지 돌파하는 장면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팀이 흔들릴 때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그의 전략이 앞으로 지속될 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무거운 침묵’을 동료들의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KFA(대한축구협회)가 젊은 선수들 중심의 세대교체 국면을 맞아 ‘소통형 리더십’의 도입을 고민하는 이유다. 다른 국가팀 사례와 국내 축구 정서를 아우를 때, 위기 때 한 발 앞에 나서는 리더의 상이 무엇인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리더십이 단순히 외부 메시지로 판단될 순 없지만, ‘보여지는 리더십’이 팀 전체의 퍼포먼스, 팬들과의 심리적 연결 고리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침묵과 앞장서는 행동, 두 리더십 모델 중 어느 한 방향으로 장기 기울기가 이어진다면, 팀 문화와 선수단 결속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향후 대표팀 캡틴 손흥민의 새로운 변화, 그리고 팀 리더십 구조의 변곡점에서 한국 축구가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시계방향으로 화살표가 향했다면, 이제는 경기장 한가운데서 ‘숏터치’ 대신 ‘리얼 액션’을 보고 싶은 순간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