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 전략으로 밝힌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성장과 체질 개선 사이

정부가 ‘3·4·5’ 비전으로 불리는 하반기 경제운용 기조를 내놓았다. 2026년을 경제대도약의 ‘원년 완성’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새 비전은 ‘3% 성장, 4천억 달러 수출, 5대 신산업 육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 목표가 현실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외 불확실성과 경제 체질 문제가 여전히 상존한다.

수치목표는 분명하다. 올해 3%대 성장률, 무역수지의 견조한 흑자, 수출 4천억 달러 달성, 바이오·배터리·우주항공 등 5대 신산업 집중 지원 등이 핵심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의 투자·혁신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 우주항공 등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선도적으로 올라타‘K성장’의 불씨를 살린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근 고용 회복세와 내수 반등 기미를 토대로 추가적 규제개혁과 세제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은 녹록치 않다. 미국, EU 등 주요 수출시장은 여전히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역시 반복된다. 국내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에 머무른다. 정부의 3% 성장 자신감에 대해 국내외 연구기관 다수는 2%대 초중반을 전망한다. 수출 부문의 경우에도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쏠림 현상이 심하다. 수출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추가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히려 내수 부진과 양극화가 구조적인 위협 요인으로 재차 부각된다. 시장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부동산, 소상공인, 자영업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은 지원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정부는 ‘정책금융 재원 확대’와 ‘핀셋 규제완화’를 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실효성 평가는 미진하다. 지난해 추진된 다중채무자 대책, 고금리 부담 완화책 등이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현장은 아직 적다. 최근 5대 신산업 관련 정부 지원 예산도 초기 구상에 머물렀으며, 민간의 체감도 낮다.

생산성 혁신과 노동시장 체질개선 언급 역시 뒤따랐다. 정부는 하반기 내 노사관계 법·제도 개편(특히 파업규제 강화를 통한 산업현장 안정), 교육·AI 인력 양성 예산 확대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과 ‘일자리의 질’ 문제, 첨단 인재의 유출 등 근본과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경제정책의 집행력과 일관성이 관건이다. 정부는 지난 상반기 금리·환율 방어, 쌀·원자재값 안정 등 단기 현안 대응에는 비교적 점수를 받았으나, 신성장동력 확보에선 아직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다. 정책의 효과가 실질 소득증가, 소비회복,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수치목표 달성만으로 평가받긴 어렵다.

다국적 투자은행 등 주요 기관은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발표가 한국 경제의 방향 전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국내외 공통된 진단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내실화’, ‘민관 협력의 실질화’, ‘규제 일관성 유지’라는 고질적 과제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와 구호만으로는 체질 변화가 쉽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전환, 기초 연구투자, 지역 균형발전, 산업구조 고도화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른다.

현시점에서 정책 구호와 목표 수치, 실제 실행계획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3% 성장, 4천억 수출, 5대 신산업 구상은 경제 관리자와 정책 입안자가 중장기 과제로 한 번 더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만큼 높아 보인다. 정부는 현실과 괴리된 낙관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전략과 시장소통, 결과 평가를 이어가야 한다. 수치 목표치 설정 그 이상을 위한 체질 혁신, 민간 주체와의 신뢰 구축이 하반기 경제정책의 실제 성공 열쇠가 될 것이다.

박희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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