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S 시즌 첫 골’ 손흥민, 월드컵 트라우마 딛고 다시 뛰다
손흥민이 마침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깊은 슬럼프와 체력 저하, 반복되던 부상 위기를 극복하고 토트넘을 떠나 미국 무대로 옮긴 게 올해 초. 많은 축구 팬들이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적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만 6개월 만에 다시금 필드에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월드컵 이후 한국에서 정신적으로 크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포지션 전환과 새로운 리그 스타일 적응에 따른 시행착오, ‘아시아 최고 선수’라는 무게까지 감안하면, 이날의 골은 단순한 개인 기록이 아니라, 손흥민 커리어의 귀환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MLS는 EPL, 분데스리가와는 전혀 다른 경기색을 띤 리그다. 파이널 써드에서의 공간 창출력과 피지컬 페이스의 극단적 변화, 세밀한 전술 완성도가 아니라 ‘직선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돌파’가 주요 전략 요소다. 손흥민의 초반 MLS 적응이 다소 더딜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과거 토트넘에서 마치 ‘윤활유’ 마냥 미드필드와 윙을 유랑하던 손흥민이, 이제는 자신의 역습 스프린트와 자리잡기보다 동료와의 빠른 트랜지션, 1:1 돌파 이후 세컨드볼 연결 등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사실 월드컵 트라우마는 손흥민뿐만 아니라 많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숙명처럼 붙어 다닌다. 2022년 카타르 무대에서 조별리그 탈락, 국내외 언론의 거센 비판, 정서적 충격은 자연스레 코어 밸런스를 흔들었다. MLS로 이적한 뒤 손흥민의 연계플레이, 전환 속도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둔화됐던 것도 이 과정의 반영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복귀 후 휴식, 가족과의 시간, 복수 차례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서서히 경기를 읽는 눈, 침착한 마무리를 되찾았다.
아날로그 시계에서 디지털 시계로 전환하듯, 손흥민의 경기 스타일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유럽 무대에서 빠른 침투와 포지셔닝에 비중을 뒀다면, 최근 MLS에서는 어깨를 더 낮추고 공을 지키는데 집중한다. 상대 수비진을 전방에서부터 ‘펄스 나인(pulse nine)’처럼 괴롭히고, 볼 운반보다 구역 내 2선, 3선 동료와 짧은 패스 트라이앵글을 반복해 경기 리듬감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는 구단 전술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 MLS에서 더 이상 개인의 순간 폭발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점, 포스트-코로나시대 리그가 조직력에 기초해 움직이고 있다는 환경 분석도 필수다.
손흥민의 최근 데이터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슈팅 전환 속도와 볼 커버리지다. 경기당 슈팅 수 자체는 토트넘 시절 대비 다소 줄었으나, 최근 5경기에서는 슈팅 정확도, 기회 창출 측면에서 리그 상위권을 회복했다. 이는 경기 이해도와 위치 선정의 개선, 팀 내 전술 소화력의 성장을 방증한다. 특히 이날 골 장면을 복기하면, 일반적인 1:1 돌파가 아니라 ‘슬래시 무브’를 통해 상대 압박을 분산시킨 뒤, 역동적인 3선 침투를 활용한 공격 완성이었다. 이는 ‘빅리그’에서 갈고닦은 시스템 축구의 결과다.
감독진의 신뢰 회복 역시 결정적 변수였다. 한 시즌 내 기복이 심한 선수와 달리, 손흥민은 롱런을 지향한다. MLS팀은 그에게 단기 성과보다 ‘리더십·개인 관리·멘탈 코칭’ 역할을 병행하게 했다. 덕분에 로커룸 안팎에서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어린 선수들의 멘토로서 전술적 조율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는 팀 전체의 밸런스와 정신력 측면까지 부가적 시너지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흥민 개인의 시즌 첫 골이 주는 상징성은 크지만, 그것이 곧 리그 전체 판도 변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미국 현지 언론도 “손흥민이 진정한 MLS 빅 스타로 자리잡기 위해선 시즌 후반부 연속 득점, 플레이오프 진출 견인 등이 필수적”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는 다시 자신만의 페이스를 되찾고 있고, 한국 선수 특유의 근성, 위기 극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손흥민의 부활은 기계적 지표가 아닌, 인간적인 회복·적응의 이야기다. 그가 한국에서 재충전하며 어떻게 심리 장벽을 뛰어넘었는지, 그리고 시즌 중반을 맞아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떻게 진화를 이루고 있는지, 앞으로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