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lus KIA, 또 한 번 ‘디테일’로 롤의 왕좌를 지키다
2026년 7월 23일, DPlus KIA가 LCK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막을 내린 EWC(Esports World Cup)에서 DPlus KIA는 세계 최정상 팀들을 제치고 3년 연속 EWC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언제나처럼 결승 상대는 ‘중국의 자존심’ BLG. 올해도 한중전은 롤판의 트렌드를 가르는 상징이 됐다. 3년이라는 숫자도 인상적이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경기력의 질이다. 이번 대회에서 DPlus는 LCK 특유의 지루한 장기전 몰입이 아니라, 폭발적이고 짧은 템포 교전, 그리고 스플릿과 한타 메타의 완벽 이행까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세계를 압도했다.
챔피언 픽에도 메타의 진화를 읽을 수 있다. 최근 가장 ‘핫’한 픽인 칼리스타와 렉사이에, 라인전이 센 블리츠크랭크-사일러스 같은 전통적인 카운터픽도 과감히 꺼냈다. LCK 팀들의 무난한 밴픽 공식에서 탈피해, 오히려 상대의 약점을 적극 노리는 변칙 전략이 도드라졌다. 특이하게도, DPlus의 팀 내 주도권이 탑-정글에게 강하게 실렸다. 탑 라이너 ‘Canna’의 안정감, 정글러 ‘Canyon’의 상시적 맵 장악이 초반 주도권을 만든 뒤, 한타에서는 ‘ShowMaker’의 슈퍼 플레이가 기점이 됐다. 이번 EWC에서 DPlus는 한 번도 연이은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타이트했던 매치업 때도 오브젝트 컨트롤과 시야 장악 리딩이 한 수 위였다는 게 전문가들과 해설진들의 공통 평.
눈여겨볼 데이터는 딱 ‘골드 격차’였다. DPlus KIA는 15분 이전 글로벌 골드에서 항상 1000골드 이상 앞서며 시작했다. LPL 팀들이 좋아하는 ‘과감한 바텀 갱’에 전혀 휘둘리지 않았고, 오히려 타이밍 싸움에서 블루 사이드, 레드 사이드 모두 강점을 입증했다. DRX 시절부터 이어진 DPlus의 독특한 스크림 체계와 실험적 전략 수립이 이번 대회도 위력을 발휘한 셈. “정석 롤이 무기다”라는 공식이 깨지고, LCK가 오히려 트릭과 예측불가 오더를 자신의 메타로 끌고왔다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시장과 팀의 합일, 그리고 구조적 강점의 재발견. DPlus KIA의 우승은 LCK가 시스템적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준다. 예전에는 ‘스타 중심’으로 팀이 날아갔다면, 지금은 확실한 매니지먼트, 데이터 기반 분석, 그리고 자율성과 피드백이 녹아든 팀 운영이 공개적으로 성과를 냈다. ‘기계적으로 완벽’한데, 이전보다 훨씬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는 점이 이번 우승의 새로움. 수치로 보면 평균 데스는 단 2.1회, 오브젝트 콘트롤 확률은 무려 75%를 상회했다. LCK팀의 솔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해외 팬들도 집계에서 놀랐다. 트위치, 유튜브 스트리밍 시청자 150만 동시 시청 돌파. 분석 방송마다 LCK식 ‘유연성’이 분수령이었다는 평가가 속출. 자연스러운 라인 전환, 과감한 딥와드, 심지어 라인 로밍 타이밍까지 DPlus가 우위를 보였다. 챔피언 폭 뿐 아니라 경기 중 소위 ‘언플레이어블’ 찬스, 즉 불리한 구도에서도 싸움을 만들어내는 힘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e스포츠 리그 전반에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데이터와 감각, 그리고 현장 피드백까지 완전하게 융합한 LCK의 롤드컵 강자 구조가 또 한 번 현실이 됐다.
중국 LPL은 올해도 무기력하게 고개를 떨궜다. 자국 내에서는 무한 스폰서십과 공격적인 FA판이 돌아가지만, 대회장에서는 ‘경기 내 동기부여’와 운영 집중력에서 번번이 실수했다. LPL 특유의 유연한 교전도, LCK가 미세한 변수 관리와 스킬 포지셔닝으로 모조리 제압. e스포츠 한·중 대결의 ‘판짜기’ 싸움에서 올해만큼 LCK가 여유가 넘쳤던 적도 드물었다.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DPlus KIA의 EWC 3연속 우승은 더할 나위 없는 자부심이다. 어려웠던 2024~25시즌, 팀과 리그의 성장 방향에 대한 의문이 많았으나 이번 결과는 그 해답을 명확하게 던진다. 정형화된 밴픽만이 답이 아니고, 주와 보, 정석 외에 분석적 결정력까지 합쳐지면 LCK는 여전히 세계 최강임을 페이즈별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롤 e스포츠는 이제 새로운 3년을 맞는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