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학교 추천도서 선정 논란, 공교육 신뢰와 다양성의 시험대
서울의 한 중학교가 여름방학 추천도서로 현직 대통령의 자서전을 포함시켰다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벌어진 끝에 결국 도서 목록에서 해당 서적을 제외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추천도서 선정의 배경, 교사와 학교 내부의 검토 절차, 그리고 학부모들의 우려 목소리가 교차하면서, 현장 교육이 갖는 중립성과 다양성의 무게가 재차 부각되었다. 학교 측은 추천도서 선정 기조에 ‘학생들에게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삶과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을 강조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 추천목록에 대통령 자서전이 포함되자, 일부 학부모는 해당 책이 특정 인물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과, 학교의 제도적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강한 불안을 표했다. 한국 중학교에서의 독서목록은 통상적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로 이루어진 협의체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실상은 학내 독서 담당 교사 혹은 도서관 사서 의견에 크게 기대거나,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의 추천리스트를 준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문제된 교내 사례 역시 최소한의 내부 검토 후 일선 담당자가 리스트를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대외적 정치적 파장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부족했던 점이 드러났다. 자서전이라는 장르는 기록문학이자 자기서사라는 특성을 갖지만, 현직 대통령의 자서전은 그 자체로 국가공인의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의 학교들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나 총리의 저서를 교과 외 독서추천으로 가이드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만 이때도 대개는 정치적 다양성을 함께 보장하고, 현직 공인에 관련된 책은 특정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활용한다. 그렇기에 이번 서울 중학교 사례를 두고 교육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교육현장이 정치적으로 오해 받을 여지를 원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중립적 교육의 가장 큰 힘은 다양한 견해와 특정 인물의 삶 모두 차별 없이 다룰 수 있는 환경”이라는 현실론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학부모 단체의 항의는 명확했다. 한 지역 학부모회는 “공교육은 정치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신뢰가 깨지면, 그 자체로 국가 전체의 신뢰가 약화되는 것”이라 밝히며 학교장에 정식 서한을 발송했다. 반면 해당 중학교 학생 일부와 독서교육전문가들은 “도서 선정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경우, 학생의 독서영역과 사고영역도 경직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치와 교육의 복잡한 경계 위에서, 학교 현장내 의사결정이 어떠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추천’이라는 방식이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 사회적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공교육의 자율성과 정부·정치권의 직접적 영향 사이에서 어디까지 명확히 선을 그을 것인지에 관한 뜨거운 고민이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논쟁적 저자’의 도서가 추천목록에 올랐다가 삭제되는 사례는 꾸준히 있었다. 특히 지난해 전국 12개 초·중학교에서 전직 대통령, 유명 정치인의 에세이가 논쟁 끝에 일부목록에서 제외됐다. 이는 특정정파와 무관하게, 현장 교사 및 학교 리더십이 사회적 눈치를 의식해 신속히 목록 조정에 나서는 흐름을 나타낸다. 한편 일선 교사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도서의 정치성 문제는 결국 언론과 보도, 정치현실이 먼저 띄우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학교 구성원 대다수는 도서 내용과 추천을 다양한 각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장에서는 중립성 강조에 따른 자기 검열 움직임, 공립학교 조직의 구조적 압박 등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공교육의 자율적 도서 선정 시스템이, 결국은 외부 눈치나 정치적 프레임에 밀려 실질적 선택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는 비판이다. 독서는 누군가의 인생, 역사, 사회적 맥락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다분히 상징적 존재의 자서전을 청소년에게 권하는 일이 분명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출판·문화의 자유, 다름에 대한 교육적 관용의 공간도 꾸준히 확보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학부모의 우려, 학생의 호기심, 교사의 고민과 교육현장 내 자율성 회복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점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