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가 내민 흑자의 손: 씨어스의 새로운 문을 열다
9월의 이른 저녁, 신촌 세브란스 병원 3층 내과 외래진료실 복도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이들로 붐빕니다. 그들의 옆에서는 조심스럽게 의료진들이 디지털 기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이제 이 풍경에 씨어스의 의료 인공지능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씨어스가 KRX 헬스케어 지수에도 공식적으로 편입됐다는 소식은 이런 일상에 조용한 파문을 던집니다. 국내 유일하게 실질 흑자를 낸 의료AI 기업으로 첫 선정되었다는 점은, 그 자체로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새 경로로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입니다.
씨어스는 ‘의료 인공지능이 수익화될 수 있나?’ ‘AI가 과연 진료실, 환자 곁에서 실제 삶을 바꿀 수 있나?’라는 국내에서 수년간 반복된 질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던진 기업입니다. 디지털 바이오 및 AI 기반 판독 솔루션을 스스로 개발·사업화하며 2025년 하반기부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는 KRX 헬스케어지수 편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까지 연구 개발뿐 아니라 임상 적용·병원 파트너십 확대, 실질 매출 창출까지 이어온 사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꿈꿔오던 ‘수익형 의료AI’의 현실화. 이 변화 이면에선 수많은 실패와 도전, 그리고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기억나는 한 사례가 있습니다. 2년 전, 분당의 한 노인 환자는 뇌졸중 위험 판정 지연으로 큰 피해를 입을 뻔했습니다. 현장에선 판독 인력이 부족했고, 인공지능 솔루션은 많았지만 진료 환경에서 실제 ‘쓸만했던’ 기술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 현장에 있던 의사는 씨어스의 자동 판독 시스템으로 신속하게 재해석 소견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환자가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죠. 이후 환자 가족은 의료진에게 ‘기계가 목숨을 살리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기술과 사람, 환자 삶이 맞닿는 지점이자, 씨어스의 존재감이 살아나는 곳입니다.
흔히 의료AI 도입이 근로자 구조조정, 값싼 기술 수입 논란, AWOL(현장 이탈) 초래 등 논란을 낳았으나—씨어스는 의료 현장과 연구기관, 나아가 환자가 직접 체험하도록 솔루션을 설계했다는 점이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었죠. 그 과정에는 서울, 부산, 대구, 지방 산간 작은 병원까지 다양한 환경에서의 시범 적용, 의료진 설문조사, 환자 피드백이 치밀하게 반영됐습니다. 현업 의료사회가 걱정하는 ‘기술이 진단을 대체하지 않는다’, ‘진짜 도움이 되는 기술처럼 다가오나’에 대한 답변을 하나하나 쌓은 셈입니다.
산업계의 반응도 의미심장합니다. 여러 신생 바이오기업들은 이미 씨어스를 ‘한국 의료AI의 참조점’이라 부르며, 최근 발표된 미국 FDA 인허가 사례 수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보입니다. 실질 수익 모델을 낸 씨어스의 등장 이후로, 국내 대형병원도 실용성 중심의 협약을 늘렸고, AI 기반 진단·예방·치료 지원에 투자하는 벤처 자본도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기술이야 늘 앞서 있지만, 정작 환자 곁에 안전하게 뿌리내린 플랫폼은 드물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데이터·AI 신산업 육성 정책 속에서도 실사례 기반 흑자기업의 등장만큼 확실한 전환점은 없었지요.
물론,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불안도 공존합니다. 상당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임상시험과 실사용 간 격차, 법제도 미비, 신뢰 부족 등으로 한동안 정체돼 있었습니다. 그 공백을 씨어스가 메우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AI 오진, 개인정보유출, 의료불평등 심화와 같은 신(新)윤리 논쟁도 거세질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기술 혁신은 취약계층과 노약자에게도 따뜻하게 다가와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만난 김현수 간호사는 “기계가 주는 안정감도 좋지만,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 촉을 믿게 된다”며 AI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씨어스의 이번 성과는 마치 사람의 손을 빌려야만 열리는 문처럼 ‘기술과 공감’이 함께 가야만 진짜 꽃을 피운다는 오늘의 교훈도 남깁니다. 신흥 플랫폼의 흑자가 곧 다음 세대의 건강권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사회 모두의 지속적인 점검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