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페인 무역 긴장: 트럼프의 발언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지난 7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스페인과의 무역 중단’을 위협하며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유세에서 스페인의 최근 반미 정책과 농산물 수입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직접 겨냥하며 만일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이 스페인의 제품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더 구체적으로 남유럽과의 교역에서 감정적 발언이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2025년 기준, 미국-스페인 양국 간 무역규모는 약 5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대스페인 주요 수출품은 항공기·기계장비·의료기기며, 스페인은 자동차 부품·와인·식료품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다. 미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양국간 무역흑자는 미국이 약 28억 달러, 스페인 입장에서는 1억 달러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양 측 모두 농산물과 자동차,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묘한 규제와 보조금 정책 등으로 마찰을 겪어왔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즉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내각회의를 통해 “차분히 대응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경제계 주요 단체는 무역중단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낮게 보면서도, “정치적 메시지가 기업 투자와 금융시장 심리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한다”고 강조한다. 스페인 최대 은행 BBVA의 알바로 가르시아 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트럼프의 발언 수준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한다.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이미 환율과 유럽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로 발언 이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페인 관련 ADR(미국예탁증서) 종목들이 평균 2~3% 하락했으며, 마드리드 증시에서도 글로벌노출도가 높은 기업들이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도 일시적으로 0.5% 가까이 조정됐다. 트럼프 집권기(2017~2020)에도 유사한 ‘관세 위협’ 발언이 있었으나, 실제 관세율은 미중 무역전쟁에 비하면 낮은 수준에서 멈췄었으나, 단기적 시장 불안과 달러 강세를 유발한 전례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공급망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우방국 프렌드쇼어링’을 강화해 왔다. 스페인은 유럽 내 전기차 부품 생산기지로 부상하며, 미국 업체들과 합작법인 설립·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만약 무역중단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글로벌 완성차·부품산업, 나아가 금융·IT 스타트업들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S&P Global이 7월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전면적 무역제재가 현실화되면 스페인 GDP 성장률은 연간 0.4~0.8%P 감속, 미국내 자동차 가격은 부품수급 문제로 단기 4~7%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위협적 언사는 실제 이행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미 의회조사국(CRS),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분석은 다소 다르다. 미 의회서는 “트럼프의 전례적 발언은 주로 국내 정치용”이라 진단하고, 실제 미국 기업 및 농업계 양측의 이해 충돌(미국 소비자물가 상승, 농산물 수출길 차단 우려 등)로 인해 실질적 ‘무역중단’ 카드 실효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이 재개될 경우, 전략산업의 정책 축소, 비관세 장벽 확대(검역, 인증 강화) 등 간접적 규제 증가 가능성은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단계별 무역보복, OMC(세계무역기구) 제소 경로도 준비 중이다.
향후 유럽, 특히 스페인은 금리동결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와 동시에 수출다변화(브라질, 중동,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도 자국 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한 단기정책은 피할 수 없으나, 주요 동맹국과의 공급망 유지 필요성을 고려해 실질적 ‘디커플링’ 수위는 중장기 조정될 수밖에 없다. 과거 트럼프 집권 초반 증시 데이터를 보면, 실제 미국-유럽 무역갈등 장기화 시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이 10%가량 줄었고, 유럽 각국도 주요 수출기업의 EPS(주당순이익)가 평균 6~8% 감소를 기록했다. 이런 정량적 사례는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 및 글로벌 경제 지표에 단순 저널리즘 이상의 실질적 파급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국내 경제 주체 노출도는 크지 않다. 2025년 한국-스페인 교역액은 연 55억불로, 미-스페인 교역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차·삼성SDI 등 국내 대기업들의 일부 신규 투자가 스페인 현지에 집중된 만큼, 서유럽 생산허브의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어 산업계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하겠다.
트럼프의 대외 강경기조와 스페인의 신중 대응이 다시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은 정책 동향과 정치발언의 실효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정책전환 여부와 그 파급경로를 숫자로 읽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