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시(詩)가 다시 노래한다: 손무경 시조시인 등 5인, 부산문학상 대상의 깊은 파동
도시의 바람이 가을빛을 타고 흐른 9월, 부산이라는 항구에는 또 다른 물결이 출렁였다. 이번 부산문학상 대상 소식을 전하며 손무경 시조시인을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조용히 호명되었다. 짙게 깔린 문화의 음영 위로, 예술가들의 저마다 다른 호흡과 언어가 조명 위에 올랐다. 부산문학상. 오랜 시간 숨겨진 듯 애틋한 이 이름은, 지역문학의 뿌리와 그 거대한 가지들을 하나씩 쓸어올리며 우리 곁으로 왔다. 손무경 시조시인은, 길지 않은 시 한 줄에도 삶의 굴곡과 바다 내음이 실려왔다. 붉은 해가 질 무렵, 바다를 마주한 채 써내려간 그의 시조는 부산의 심장만큼이나 따뜻했다. 이번 수상작에서도 그는 조용히, 그러나 힘있는 목소리로 인간 내면의 굴곡과 시간의 은유를 풀었다. 함께 영광을 나눈 4인의 작가 역시 각자의 고유한 언어로 부산, 그리고 이 땅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군가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문학은 더 이상 유의미한 소통의 창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만, 도시의 골목마다 패어 있는 감정의 결은 글에서 비로소 빛을 찾는다. 부산문학상은 그 증거다. 한 해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에 안고, 그 무게를 문장으로, 운율로 빚어낸 이들에게 보내는 시린 박수다.
자욱한 안개처럼 수많은 사연이 부산에 내려앉는다. 시조시인은 그 안개를 걷어내려는, 어쩌면 사소한 시도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 사소함이 곧 경이로움이었다. 일상과 기억, 기대와 상실이 서로 엉키는 세상에서, 시인은 그 너머의 진경(眞景)을 잡아내려 애를 썼다. 손무경 시조시인의 작품엔 도시의 생채기, 그리고 이를 감싸안는 유년의 미소가 깃든다. 부산이란 키워드는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였고, 이 시인은 그것을 천천히 덧칠했다. 그의 시선이 머문 자리마다, 우리는 깜빡이고 잊혀가는 우리자신의 이야기를 재발견한다.
최근 ‘지역문학 소멸’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해졌다. 출판시장의 양극화는 저자와 독자 모두를 멀게 한다. 부산문학상 대상 수상자 5인의 발자국은, 이런 질문에 조용히 답한다. 아직, 부산은 읽히고 있고, 그리움과 기대가 얽힌 언어의 힘이 여전히 존재함을. 더욱이, 손무경 시조시인과 동료 수상자들은 ‘부산’이라는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상자마다 각기 결이 다른 삶의 풍경과 인간관계, 이별과 시작이 담겨 있다. 그들은 때로는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때로는 한밤의 조용한 카페에서 생의 단편을 붙들고, 묵묵히 흩어진 감정들을 다독인다. 수상작 곳곳엔 호흡 같은 리듬이 드러난다. 그 리듬 위에서, 우리는 부산의 내일을 상상하게 된다.
작년 수상작과 비교해도 특별한 변화점이 있다. 타 지역 문학상과는 달리, 부산문학상은 꾸준히 지역의 ‘현재성’과 ‘새로움’을 고집스럽게 견지한다. 올해 대상작 대다수 역시, 코로나 이후의 감정 빈곤, 세대 간 소외, 바쁜 일상 속에서의 잃어버린 시간 위에 뿌리내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 걸음 더 깊이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간결하지만 예리한 언어, 선명한 송곳 같은 은유, 그리고 어디에나 숨어 있는 상실과 희망의 교차점. 부산의 시인과 작가들은 세상의 “먼거리”를 껴안아, 문장 위로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다. 서점에는 잘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이 수상 소식은 아마, 누군가의 잠든 마음을 은근히 두드릴 것이다.
문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문학상 소식은 우리 일상에서 점점 밀려난 존재감 없는 뉴스가 되었지만, 지역이 가진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꿰어내는 작가들의 손길은 더없이 소중하다. 용기있게 써 내려간 한 문장 한 문장에는, 마음의 언덕에서 피어난 작은 꽃들이 소리없이 흔들린다. 손무경 시조시인과 4인의 수상자들은 그 꽃에 물을 주었고, 도시 곳곳에서 다시 피어날 씨앗을 심었다. 문학상 수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해 질 무렵 바다에 번지는 노을처럼,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 마음 어딘가에 길게 남을 것이다.
진심이 담긴 글, 그 잎사귀 같은 구절들이, 오늘처럼 바람 부는 밤에 새삼 의미를 품는다. 부산이란 도시가 이토록 무거우면서도 따스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글을 쓰는 이들이 묵묵히, 그러나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기 때문일지 모른다. 드러내지 못한 슬픔, 흐릿한 희망, 진한 그리움… 모두 한편의 시조, 산문, 소설로 녹아들었다. 이처럼 다섯 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은은한 물빛은, 부산 바다처럼 길고 깊게 우리 곁에 머문다. 오늘 밤, 그들에게 와 닿을 박수소리가 더 많아지길. 그리고 이 봄의 끝에서 또 다른 문학의 출항이 임박했음을 조용히 믿어 본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