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와 지자체 박람회: 장흥군수의 전략적 홍보 시도
2026년 9월, 장흥군의 군수가 프로야구 중계 현장에서 ‘2027 장흥국제박람회’를 홍보하는 장면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내달 장흥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해 장흥군수가 직접 프로야구 현장으로 나와, 전국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KBO리그 중계 시간을 전략적으로 택했다. 야구라는 전국구 스포츠 플랫폼이 지방 행사 홍보의 새로운 창구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지자체장과 스포츠 마케팅의 교차지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KBO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달한 시점이기도 하다. 9월 기준, KBO 리그의 TV 중계 평균 시청률은 2~3%를 상회하며, 주말 주요 경기의 경우 평균 25만 명 이상의 실시간 시청자가 집계된다. SSG랜더스와 LG트윈스의 우승 경쟁, 그리고 구단별 플레이오프 진출 전쟁 등 이슈가 몰리는 상황에서 홍보 효과도 극대화된다. 야구 담당 기자로서 주목하게 되는 대목은, 해당 군수가 직접 중계 부스를 찾아 야구와 지역 경제, 그리고 지자체 이미지 홍보 사이의 시너지를 실험했다는 점이다.
최근 지자체와 스포츠 구단의 협업은 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도시브랜딩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각 팀의 연고지에서는 경기장 네이밍 스폰서, 메인 스폰서십, 각종 이벤트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역 군수, 그것도 서울에서의 선수 생활 혹은 야구계 공식 경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야구 중계 현장에 등장해 지역 행사의 홍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케이스는 이례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MLB와 같은 해외 사례와도 차별화된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시·군 공직자 및 시장들이 행정 홍보를 위해 경기장 내에서 행사나 시구 등에 참여하는 일이 많지만, 중계방송 도중 지역 박람회를 조직적으로 어필하는 장면은 드물다. 국내에선 2010년대 이후로 구단과 지방자치단체 협력사례가 증가세지만, 대부분은 경기장 내 현수막, 구단 유니폼 패치 광고, 경기 티켓에 포함된 소규모 지역 이벤트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장흥군수의 등장은 한 단계 더 적극적인 길을 연 셈이다. 특히 전국에서 중계되는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를 활용해, 지역을 알리려는 시도가 향후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업계 전반의 관심이 모인다.
시장, 군수 등 지방 리더들의 야구 활용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 경제 유입 효과에 있다. 예를 들어, 2025 KBO 시즌에는 광주광역시가 기아 타이거즈와 협업하며, 모기업도시 브랜딩 부가가치지수(BVI)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반면, 경북 포항의 오션스 시구·이벤트는 예상만큼 실질적 경제효과가 추산되지 않았던 점도 시사점이 있다. 결국 홍보의 직접 효과는 시청률과 경기의 이슈, 그리고 확산되는 내용의 질에 좌우된다.
이번 사례를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만약 군수의 행보가 지역 행사의 기대 방문객(즉, 잠재적 ‘WAR’ 증가분)에 표준편차 이상의 상승 효과를 유발한다면, 이는 단순 홍보선전을 넘어 실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사후 박람회 평가에서 유입 인구, 숙박·교통·지역 특산품 소비 등 종합지표를 추적해 본다면 더욱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지역 단위의 작은 예산으로 수도권 매체-전국구 야구팬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향후 여러 지자체장들 역시 이와 유사한 홍보모델을 차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단 입장에서는 경기 집중도 저해 등 잡음이 나올 수 있으나, 이번 방송에서는 특별한 경기중단이나 불편 요소는 나오지 않았다. 중계사 측은 짧은 이벤트 형태, 경기간 중간 타임에 인터뷰를 활용하여 시청자의 몰입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됐고, 이 점은 중계방송의 ‘순도 저하’라는 부정적 시각도 어느정도 차단하게 했다. 오히려 사회적 메시지와 지역관광이라는 부차적 효과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구 중계가 단순 스포츠 관람을 넘어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나 사회적 메시지 전파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장흥군수의 ‘현장형’ 홍보는 지자체장들이 단톰의 공보, 보도자료 배포 대신 데이터 기반의 타겟 접근법(중계 시청자, KBO관람 연령·지역별 선호도 분석 등)까지 어우르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 KBO 주요 구단 중 평균 관중 연령대가 30~50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세대가 지역 박람회의 주요 타깃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도 군수의 전략이 타당함을 방증한다.
전국 지자체에서 야구뿐 아니라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종목과의 협업 시도도 확산 중이다. 시기적절한 최신 통계와 선진 사례에 빛나는 군수의 행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적 자금과 민간의 스포츠 마케팅 경계가 흐려질 경우 ‘관(官) 주도 홍보’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실제 일부 야구팬 커뮤니티에서는 경기의 진정성 침해, 프로스포츠와 정치적 메시지의 혼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속적이고 투명한 효과평가, 예산 집행 공개 등이 바람직한 다음 행보가 될 것이다.
스포츠의 현장 마케팅은 점차 정밀해지고 다변화된다. 2026년 이후, 지자체와 프로스포츠의 연계는 단발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데이터·효과분석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 전략 시대로 이동할 전망이다. 야구 현장을 지역 발전의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단순한 홍보를 넘어서 현실 경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기 바란다.
— 박민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