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튀르키예 과학기술외교 정책협의…AI 거버넌스 대응 논의

한국과 튀르키예가 9월 20일 국장급 정책협의를 개최했다. 현안의 중심은 인공지능(AI) 거버넌스와 첨단 과학기술 협력이다. 과학기술 정책 교류는 양국의 외교 다변화와 경제 전략의 실질적인 연장선에 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AI가 국경을 뛰어넘는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양측은 AI의 신뢰성과 투명성, 윤리적 기준 설정, 기술 통제력 확보 등에 뜻을 모았다.

글로벌 AI 규범 논의가 미중, 유럽, 일본 등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견국 협력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이며,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허브다. 최근 튀르키예 정부는 과학기술혁신청(TÜBİTAK) 중심으로 6G, AI, 양자기술 등 핵심기술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한국 입장에선 다층적 과학·아젠다 협력의 실험대상이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리스크 분산과 연결 확대 전략의 필수 교두보다.

AI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누가 규칙을 만들 것인가’,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 문제로 압축될 수 있다. 각국의 데이터 주권, AI 알고리즘 투명성, 디지털 인권, 공급망 안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 현재 G20, OECD,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도 AI 협력 기구와 새로운 규범 마련이 논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중견국 연대는 관련 이익창출과 상호 견제를 노릴 공간이기도 하다. 일본, 싱가포르, 노르웨이 등 비교가능 국가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AI 동맹’ 구축에 뛰어드는 , 중견국 블록 외교 현상도 포착된다.

이번 한-튀르키예 협의는 단순한 기술교류를 넘어, 과학기술 외교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주목된다. 양국은 2021년 신남방·신북방 정책 다변화, 2023년 디지털 경제파트너십 협약, 2024년 우주·방위 협력 등을 이어왔다. 이번 협의는 기술주권 확보를 목표로 논의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외교 전략에 소구력이 있다. 실제 양국 관계는 상호보완성과 전략적 이해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에서 길을 모색해왔다. 튀르키예는 에너지, 안보, 인권문제, 난민중개 등 다변적 이슈에서 영향력을 쥔 국가이며, 한국은 ICT경쟁력과 AI지원정책의 ‘선진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국제정치경제 환경에서 AI, 사이버 안보, 첨단기술 거버넌스는 새로운 패권 장(場)이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견국군의 협력은 기술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 표준경쟁 내 경쟁자 포지셔닝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규범 리더십’과 실질적 제도설계 역량을 동시에 요구받는 상황이며, 튀르키예와의 전략적 협력은 새로운 참조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도 AI 규제·윤리 논의에서 동반자 확보에 힘쓰고 있고, ‘포괄적 동반자’ 틀 내에서 실험적 과학외교의 성과와 리스크가 공존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 AI와 첨단기술 협력에 대한 부정적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정책신뢰도, 기술적 투명성, 노동시장 변화 등 여러 갈등요인이 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시민사회단체와 산업계는 AI기술의 윤리적 책임, 산업 보호와 개방의 균형, 국제 표준 조율 등을 문제 삼는다. 튀르키예 현지에서도 자국 과학기술 역량 강화와 동시에 투자유치, 첨단 인력 교류, 혁신 협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종합적으로, 한-튀르키예 정책협의의 실제적 파장은 단기에 가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술표준 경쟁력 탈환, 신시장 개척, 과학외교 역량제고 등의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질서 변화 속에서 양국 협력은 ‘탈(脫)중심’, ‘탈권력편승’ 전략의 일환이자, 다층적 연대외교의 사례로서 주목해야 한다. 특히 AI 거버넌스는 실질적 룰메이킹과 기술표준 선점 경쟁을 둘러싸고 미묘한 외교적 셈법이 작동하는 분야다. 이번 협의가 양국의 치밀한 이해관계 조정과 실질적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지, 향후 단계적 성과평가와 투명한 정보 공유가 뒤따라야 한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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