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반등, ‘금리전망 최고’의 그림자 속에 비쳐진 한국경제의 민낯
불과 한 달 만에 소비심리지수가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달보다 2.7포인트 상승한 103.6을 기록했다. 그리고 금리전망지수는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통계상 반전은 초미의 화제지만, 표면 아래 깔린 현실은 만만치 않다. ‘간만의 훈풍’이라 떠들고 있지만, 이 반등의 뒷면엔 여전히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 불평등 구조, 시급히 짚어야 할 정책의 빈틈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국은행은 이번 반등을 ‘경기 기대심리 회복’으로 해석한다. 국제 유가 반등, 미·중 갈등 완화 기대, 정부의 소비진작책 등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세부 항목별 동향에서 균열이 읽힌다. 물가전망지수는 여전히 높고, 금리전망은 단순 기대치를 넘어 불안감의 반영이다. 즉, 경제주체들은 향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것인데, 이는 가계부채와 실물경기 회복에 분명한 위험신호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먹구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심리 반등에도 주택경기전망이 답보 상태라는 점, 그리고 소비 진작도 ‘반짝 효과’에 불과할 가능성을 짚는다. 민간소비 역시 자영업, 서비스업 등 내수 기반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는지 불투명하다. 오히려 상반기 내내 억눌렸던 구매 욕구가 여름철 ‘펜트업 디맨드’로 폭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신용카드 소비는 늘었지만,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은행권 주담대 연체율 상승, 가계 여신 건전성 훼손 위험이 오히려 더 부각된다.
이번 금리전망지수 급등은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다. 2023~2026년에 걸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 유럽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국내로 바로 번진다. 시중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금융시장 자금 흐름,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은 한끗차이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이미 2026년 2분기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사상 최고치를 뚫었고, 평균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부담(DTI)은 180%까지 치솟았다. 서민·청년층의 빚 부담 증가는 소비 여력 감소로 직결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소비지수 반등에 쉽게 고무된 듯한 인상을 준다. 구조적 위기 요인을 외면하고, 지표 해석에만 몰두하는 뻔한 반복이다. 부동산·금융·내수 전반에 걸친 불평등 관성, 정책 미비를 도외시한 채 ‘정책 성과’만 강조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특정 시점의 지표보다 심층적인 구조진단, 빈익빈 부익부를 고착화시키는 시장의 ‘힘의 장벽’에 대한 정책적 환기다. 가계 부채 관리, 청년층 실업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근본 해법이 빠진 채 단기 낙관론에 젖을 때가 아니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더 놓칠 수 없는 사실은, 금리전망 최고라는 현실. 이는 단순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불안의 신호다. 소수 가계에겐 미래 소비가 끊겨가고, 은행의 연체율 통계는 점점 붉은불이 켜진다. 소비심리 반등이 경제 전체를 구원의 동아줄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은, 현장의 구조적 고통과 불일치한다. 감세, 돈풀기, 일시적 보조금이 근본 대안으로 포장될 때 그 뒷감당은 결국 사회적 약자의 몫이다.
소비심리가 반등했다는 표면적 뉴스 뒤에 가려진 것은 빚에 쪼들리는 서민, 자영업자의 신음,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양극화의 그늘이다. 반짝이는 수치에 취하지 말고, 진짜 경기 회복은 구조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 정부·금융권 모두 각성해야 할 때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