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대의 큰 기적, 유한대 방송연예전공이 빚어낸 연극 열정
짙은 무더위가 도심을 감싸는 한여름, 서울 대학로에 불어온 청춘의 열기가 가슴을 적신다. 올해로 제34회를 맞은 젊은 연극제에서 유한대학교 방송연예전공 학생들이 두 번째 연속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과 땀방울 속에서, 유한대라는 이름이 다시금 무대 위 한가운데에 새겨졌다. 무수한 연습과 밤샘, 때로는 조용한 울음 끝에서 피어난 이들의 연극이 관객과 심사위원의 마음을 한 번 더 움직인 것이다.
유한대학교 방송연예전공의 이번 성과는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생들은 직접 무대 구성과 연출, 연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을 통해 뼈대 있는 창작의 힘을 보여주었다. ‘젊은 연극제’가 지닌 상징성을 생각할 때, 이들의 2년 연속 3관왕 수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25년에 이은 2026년의 영광까지, 변화무쌍한 무대 위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색으로 작품을 완성한 그들의 끈질긴 성취와 집념이 바탕이 되어 이번 대관을 다시 써 내려간 것이다.
축제 현장에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소박하지만 절실한 무대의 숨결이다. 쏟아지는 조명 아래 여름밤의 공기를 가르며 울릴 때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학생 배우들의 호흡마다, 나도 모르게 함께 떨리고 웃고 울게 된다.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장면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고, 명확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엔 젊은 이들의 미래에 거는 간절함까지 담겨 있다. 현장에서 만난 유한대 방송연예전공 지도 교수는 “학생들이 각자의 팀워크로 자신을 넘어 이 무대에 섰다”며 ‘성장 그 자체의 의미’와 ‘작은 극장 안 진짜 연극의 힘’을 강조했다.
올해 수상작은 사회 초년생과 꿈을 좇는 청춘의 고민, 세대 간 갈등 같은 일상의 단면을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극의 스토리텔링은 겉돌지 않고 곧장 가슴 한가운데 박히듯 깊고 단단했다. 등장인물 각자의 상처와 희망, 그리고 그 사이의 미묘한 정서 변화가 관객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한 편의 연극을 보고 난 뒤 늦은 밤, 객석을 빠져나오는 사람들 모두 잊히지 않는 어떤 여운을 품고 돌아서곤 했다. 무대장치와 조명 효과, 배경음악 등에서 프로 연출가 못지않은 치밀함도 느껴졌다. 학생들의 손끝에서 세심하게 완성된 소품들과 무대 구성이, 젊은 연극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진지함으로 다가왔다.
타 대학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역시 젊은 연극제에는 국내 유수의 연극전공 대학생 팀들이 대거 참가했다. 하지만 유한대 방송연예전공은 각 팀들이 무대에서 내뿜은 에너지를 한데 모으듯 ‘팀워크’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무대 뒤 대기실에는 긴장을 감추려 연신 숨을 고르는 배우들, 소리 없이 뒤에서 무대를 정돈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손길이 가득했다. 본질적인 열정과 뚝심, 그 속 깊이 자리한 끈끈함이 유한대의 연극에 더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최근 몇 년간 대학 연극계가 겪는 위기는 녹록치 않다. 대중 공연문화가 점차 온라인에 밀려나고, 오프라인 관람객의 감소ㆍ공연 예산 부족 등이 이어지며 젊은 극단과 대학생 그룹도 현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유한대 학생들은 용기와 실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무대를 채웠다. 연극은 결국,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닿는 절실한 메시지라는 것을 이들의 열정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유한대 방송연예전공의 이번 3관왕 달성은 한국 대학 연극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대 위 작은 학교, 작은 극장, 그러나 누구 앞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열정. 연극은 단지 수상 실적이나 트로피가 아니라, 한 세대 청년들의 삶의 궤적과 성장의 시간,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첫 ‘자기 선언’이라는 본질로 되돌아가고 있다. 유한대 학생들은 그런 깨달음을 자신만의 언어와 표정, 몸짓으로 선명하게 그려 냈다.
‘젊은 연극제’와 더불어, 앞으로 각 대학의 연극 무대와 프로그램이 더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되길 기대하게 된다. 훗날 이 무대에서 걸음마를 뗀 새내기 배우들이, 한국 공연문화의 주연으로 당당히 성장하리란 예감도 함께 남는다. 여름밤, 대학로 골목 어귀 작은 극장을 밝힌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만난 유한대 학생들은, 이제 한결 든든하게 시대와 관객의 온기를 품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불 꺼진 무대와 소란스런 대기실, 그리고 우렁찬 박수 소리로 가득했던 이 장면들은, 오래도록 그 자리를 튼튼히 지킨다. 오늘, 젊은 연극을 응원한 모두에게 작은 용기를 건네고 싶다. 유한대 방송연예전공 학생들의 무대가 그 증거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