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스’, 올드함을 벗다 – 장수 브랜드의 리브랜딩 챌린지
헤지스가 다시 젊어졌다. 한때 아버지 세대의 클래식 캐주얼의 대명사로, 또 ‘강남엄마’ 패션의 상징처럼 각인된 그 ‘헤지스’다. ‘반려견 로고’만으로도 누구나 알아봤던 시그니처. 그런데 지금 이 브랜드가, 거의 세대가 바뀐 듯한 이미지로 주목받는다. 오래된 사진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해, 촌스럽다는 평까지 담담하게 인정하며 요즘 감각을 넣은 변화 – 이것이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이다. 실제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헤지스, 빈폴, 폴로 등 트래디셔널 브랜드들이 최근 ‘올드하다’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잇따라 젊은 층을 겨냥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헤지스의 올해 FW시즌 메인 캠페인은 딱 봐도 색이 다르다. 차분하면서도 쿨한 네이비·베이지 대신 파스텔톤과 복고 무드의 룩, 심지어 바이커 재킷이나 란제리 스타일 아이템까지 등장. ‘낡은 앨범’ 정리 메시지와 함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챌린지, 틱톡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도 눈에 띈다. 이런 전략은 젠지(Gen Z) 세대의 일상적 기록 문화, 그리고 빠르게 소장 트렌드를 바꾸는 소비 패턴을 공략한 것.
트래디셔널 브랜드의 세대교체는 사실 ‘헤지스’만의 고민이 아니다. 빈폴은 올 초부터 20대 모델을 앞세워 빈티지와 Y2K 분위기를 섞은 캡슐컬렉션을 내놓았고, 폴로 역시 젊은 셀럽들과의 협업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패션 전문지 WWD와 트렌드 포캐스터 WGSN 등도 ‘로고파워’에 의존하던 시기가 끝나고 “브랜드의 시대정신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 실제로 일본이나 미국의 대형 트래드 브랜드들도 MZ세대들이 중고 플랫폼에서 ‘빈티지’로 재발견하면서 오히려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고, 로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틀었다.
헤지스의 경우 특히 ‘국산 프리피 룩’이라는 인상 때문에 변화가 절실했다. 척박했던 2000년대 중반 국내 캐주얼 시장에서 ‘영국 감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등장했던 그 시절 헤지스 – 당시만 해도 저녁 산책용 니트와 체크코트, 그리고 옥스퍼드 셔츠의 깔끔함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의 20대는 빈티지 재해석, 믹스매치, 심지어 ‘키치하고 낡은’ 요소까지도 트렌드로 끌어올리는 세대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로고를 바꾸는 것 이상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다.
리뉴얼 이후 헤지스 인스타그램 피드엔, 책상 대신 스트릿 골목 풍경, 브이로그 스타일의 자연스러운 포즈, 데님과 미니백을 매치한 믹스코디가 가득하다. 또다른 변화는 키 아이템 선정. 로고 플리스, 트위드 재킷, 컬러풀 맨투맨 등 최근 유행 품목을 브랜드 상징성과 연결해 MZ세대의 ‘오늘 입고 싶은’ 룩에 집중한다. 국내외 트렌드 분석가들은 “브랜드가 덜어내야 할 건 정서적 거리감”이라고 진단한다. 즉, 무조건 옛날 거 지우기는 어렵되, 너무 의식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새로움’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
파리와 도쿄, 뉴욕 등지의 전통 브랜드들도 최근 1~2년 간 비슷한 변신을 했지만,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라코스테, 브룩스브라더스, 프레드페리 등도 소셜챌린지와 컬래버, 유스 브랜드와의 협업 등으로 평균 연령을 낮추기는 데 성공했지만, 기존 충성 고객과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여전히 숙제다. 실제로 이번 헤지스의 변화에도 ‘우리 아버지 옷장’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와 동시에, 픽스된 고정관념과 혹독한 평도 따라 붙는다. “너무 급격한 변신”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반응과, “와 이런 쿨한 무드라면 나도 입고 싶다”는 반전 팬층의 등장.
재밌는 건 이런 리브랜딩 과정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바로 ‘밀레니얼 언니’ 혹은 ‘MZ막내’들이라는 점. 즉, 젠지 타깃 신제품을 실제로 입고 인증하는 주력 고객은 지금의 20대~초30대. 이들은 중고시장과 빈티지숍, 그리고 명품 키워드에 둘 다 익숙한 제너레이션이다. 이들이 느끼는 “올드함의 멋스러움”과 “지나치게 튀는 건 NO”라는 감각의 미묘한 밸런스, 바로 이 지점이 새롭게 만들어진 헤지스가 고민해야 할 트렌디한 숙제다.
변화의 성공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앞서간 패션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참고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지고, 한때 ‘엄마옷’ 브랜드라 여겼던 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 이토록 익숙한 브랜드가, 젊은 감각에 스며든다는 것 자체가 올해 패션시장의 가장 신선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주목받는, ‘다시 젊어진’ 헤지스의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실제 반응과 판매 추이에서 그 답을 찾게 될 듯하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