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45만명, 진료비 중단 아닌 ‘지원체계 전환’…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고혈압·당뇨병 환자 45만 명이 진료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사 제목이 나온 직후, 수많은 환자들이 ‘내일부터 병원 못 가는 거냐’며 우려와 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정부는 법정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기존 진료비 지원방식에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지원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명확한 해명이 함께 이어졌다.
환자들은 이미 수 년 간, 매달 본인부담 1,2천 원 짜리 처방‧진료비로 건강을 관리해왔다. 치매·고혈압·당뇨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질환 앞에서,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할까 우려하는 현실은 늘 더 깊은 고민을 만들어냈다.
이번 정책 개편은 단순한 ‘지원 축소’가 아닌, ‘지원체계 전환’에 가깝다. 즉, 기존에는 지정 병원에서 약속된 절차에 따라 진료비 일부를 정부가 대신 부담했었다면, 이제는 지역 내 다양한 건강관리자, 즉 의원‧의원 간 협력, 커뮤니티 케어, 예방법 교육 등이 확대 적용된다는 것.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의료 접근성을 떨어트리거나 집에서 관리가 어려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재차 설명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올해 보건의료 재정의 효율성, 만성질환 관리의 지역화,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만성질환 인구에 비례해 늘어난 지원 필요가 있다. 현행 진료비 지원 방식은 한정된 재정에서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지역별 형평성 논란까지 가져오곤 했다. ‘누구는 혜택 받고, 누구는 못 받느냐’는 불만이 번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충남 홍성의 한 당뇨 합병증 환자 이모(65)씨는 “동네 보건소에선 된다고 하고, 병원에선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며 “매달 나가던 진료비가 두 배가 되면 밥값을 줄여야 하나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말처럼 지역과 의료기관별로 정보가 혼재되고 정책 전달력이 떨어지면, 정책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불안만 키우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내놨다. 첫째는, 필수 의료취약 계층과 저소득층 환자가 중단 없이 관리받을 수 있도록 별도 지원을 이어간다. 둘째, 기존 사업 종료 후에도 일정 기간의 유예와 대체 서비스에 즉시 연결해 불이익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환자 본인도 각종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와 안내를 강화한다는 약속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약속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걱정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의료현장에선 ‘공공이 지원을 줄이면 민간 부담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와, 이미 상담 시간·의약품 접근 등에서 부족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상당수 일선 의원이 “새 체계로의 전환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청구 혼란, 진료차질, 환자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수혜자에서 배제되는 환자는 비교적 낮은 ‘진료비’라 해도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원체계 전환’은 현장에선 아직 불안감과 희망,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실질적인 변화의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제도 변화는 결국, 김연수(73)씨처럼 “병원 가면 무조건 내 이름이 지워질까, 새로 신청해야 되나” 고민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이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때,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인 ‘건강권의 유지’ 또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정책 변화가 단순히 숫자만 바꾸는 행정절차가 아닌, 사람의 삶 한가운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건강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누구도 홀로 남겨지지 않게, 환자와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한 고민과 목소리가 더 넓은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