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자문위 신설로 CBDC·예금토큰 시대 대비 본격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과 같은 디지털 금융기반 기술 정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디지털화폐 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디지털화폐 자문위는 학계, 산업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급변하는 금융기술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전통통화, 지급결제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발을 맞추려는 조치로, 이미 CBDC 도입 및 파일럿 테스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행은 그간 자체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CBDC 도입의 기술적 타당성과 지급결제 시스템에의 파급효과를 분석해왔다. 이번 자문위원회 신설을 계기로, 단일 기관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청취하고 위험·기회분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러한 조치들은 CBDC 발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과의 관계, 사용자 권익 보호, 기술적 안정성과 같은 다층적 이슈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성이 커졌음을 방증한다.
CBDC의 글로벌 개발 현황을 살피면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디지털위안(數字人民幣)’ 시범사업을 다수의 도시에서 진행 중이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디지털유로’ 설계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 연준도 ‘FedNow’, ‘Project Hamilton’ 등으로 지급 결제시스템의 기술적 진화를 적극 모색 중이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각 부처와 은행, IT기업들을 축으로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와 기술적 사전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식적인 정책적 협의기구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
한국은행의 이번 정책은 혁신과 리스크 관리 측면 모두에서 주목받는다. 먼저 지급결제의 효율성 증대, 금융포용성 확대, 실시간 송금, 수수료 절감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개인정보·거래 프라이버시, 해킹 및 사이버보안, 금전정책의 효과 전이 방식 변화 등 신종 리스크 역시 심각히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외 사례에서 CBDC의 도입은 실질적인 편의성 향상과 함께 금융중개 질서 변화,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 등 복합적 과제를 불러왔다. 자문위의 주요 임무는 이러한 긍정·부정적 효과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리스크 완화방안을 제안하는 데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특히 예금토큰 분야는 민간 금융기관 주도의 실험과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지급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 기술 표준화 의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실험하면서, 자산 유동화·대체불가토큰(NFT) 및 펀드 증권화 사업에 응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면, 민간 디지털자산과 CBDC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불법 금융·자금세탁 리스크가 커져 감독기관의 정책 대응이 시급해졌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IT기업·핀테크 기업이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주요 금융·통신·IT 업체들도 블록체인 기반의 자사 서비스, 결제 솔루션을 실험 중이며, 이 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자문위는 이러한 업계 동향을 면밀히 분석, 국제협력 및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가능성까지 검토하게 된다. 동시에 디지털화폐 인프라의 개방성·확장성을 고려한 기술 전략이 요청되며, 개인 맞춤형 프라이버시 보장, 신분 인증,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의 안정적 운영 등 세부 정책 역시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디지털화폐 정책이 단순 결제수단 전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국가 금융주권 및 신뢰체계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CBDC 발행·배포의 시범 테스트, 민간 예금토큰의 표준화, 규제 샌드박스 시행 등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CBDC 간 상호운용성, 디지털 무역·투자 거버넌스 등 중장기 과제까지 고려 대상이다.
향후 디지털화폐 자문위의 활동은 실무적 기술 검증, 사회적 수용성 확보, 경제적 효과의 객관적 수치화 등 다방면에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담보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 논란과 맞물려 국내 경쟁력 확보, 금융소외 지역 해소 등 사회적 과제도 동시에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규제·감독·기술·사용자 권익의 복합적 균형이 성패의 관건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질적인 현장 사례와 역동적 변화에 집중하면서, 국제적 기술 경쟁과 국민 체감의 균형점 모색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자문위 신설이 국내 외 금융생태계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유재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