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범죄 피해자 보호는 누가 책임지나
최근 경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 사건들은 지금의 제도 변화가 일선에서 어떤 파장을 유발하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의 한 성폭력 피해자는 범죄 현장 증거 채취를 요청했으나 “퇴근했다”는 경찰 답변을 들었다. 급박한 상황에도 담당 경찰은 보완수사 지침상 증거 확보 의무가 약화되었다며 출동을 미뤘고, 피해자 가족은 형사절차상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고 말았다. 이는 2026년 6월, ‘검수완박’으로 대변되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추가 입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실제 사례다. 피해자들은 “피해 현장의 증거 보존에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며 보완수사권 존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건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2026년 초 새 정부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의지를 드러내면서 경찰의 보완수사권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보완수사권이란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을 때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증거 확보 등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이번 개정안은 그 권한을 사실상 박탈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주요 개정과 함께 ‘경찰은 검찰이 요청하지 않으면 추가수사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화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법원이 최근 몇 차례 관련 쟁점사건 판결에서 “결정적 증거는 초동수사의 신속성이 좌우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경찰책임의 후퇴가 이미 체감되고 있다.
경찰관들은 “업무마감 시간 이후의 증거채취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제도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는 현장 경찰의 직권이 넓어 피해자 요청이 즉각 처리되었던 것이, 이제는 ‘검찰 재지시’나 ‘별도 명령’ 없이는 개입이 어렵다. 실제 형사사건 현장에 출동한 담당 경찰의 내부 진술에 따르면, 증거채취나 피해자 진술 채록이 미뤄지다 못해 다음날로 넘어가는 사례가 일상화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3시간 이내 현장 증거 채취율”은 제도 변화 이후 40% 가까이 하락했다는 통계도 관련 노조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관리 공백은 성폭력/스토킹/강도 등 피해자 보호가 본질적인 사법 시스템의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문제의 초점은 수사 기능의 권력 분산 혹은 집중이 아니라, 현실에서 피해자 보호 체계의 빈틈이 얼마나 커졌느냐에 있다. 현행법은 검찰의 지휘 하에 보완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지방 경찰 일선에서는 수사 지체, 증거 훼손, 피해자 2차 가해 방지 실패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내에서도 견해는 갈린다. 검찰은 “경찰의 자의적 수사 확대를 방지할 장치”라고 해명하지만, 변호인단과 피해자 단체는 “실제 보완수사 요청 사례가 줄어들고, 증거 미확보로 재판에서 진상규명이 어려워지는 역효과만 키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경찰 책임 부재’ 문제를 거론하며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제도 취지를 응원하지만, 사건 당사자와 현장 경찰은 “규정상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딜레마에 자주 빠진다. 피해자 가족 모임 측은 “24시간 대응체계 강화 없는 수사권 제한은 범죄 예방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경찰청 내부 문건에는 “사건 담당자가 퇴근 후 현장 증거 수집 요청을 거부했다가 직무유기 논란으로 번지는 사례”가 확인되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따라서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은 단순히 검·경 간 권한 다툼을 넘어, 고도화되는 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라는 중대 가치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법조계 원로들은 “수사 지휘권 구조 개편이 법 원칙상 문제없더라도, 현장 대응력 약화가 피해자 인권보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실질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안(2025헌마411)에서 ‘피해자 신속구제’의 국가책임을 천명한 바 있다.
결국, 증거 채취의 시급성, 경찰의 현장 작동성, 법제 이행의 실제 효과가 조화되어야만 사회적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 지금, 남은 과제는 피해자 보호 공백을 메울 새로운 방안 구축에 있다. 입법자는 형사절차의 실효성을 감안한 제도 수정, 행정부는 24시간 대응 지원책 마련, 그리고 법원은 피해자 권리보호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사법적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사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와 법제도가 충돌할 때, 사회 전체가 개입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피해가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되지 않도록, 국가의 책임이 재확인되어야 한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