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인정에도 ‘위법 증거 무죄’ 판결, 사법 신뢰의 경계선에 선 우리 사회
최근 10년 사이, 법원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면서도 증거 수집 절차의 위법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4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법감정과 사법 시스템의 균형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판결문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로는 고위 공직자가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한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못했으나, 그 증거가 불법 녹취, 영장 없는 압수, 신뢰받지 못할 진술 등 절차적 흠결로 인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실질적 범죄행위는 사회적으로는 ‘사실상 입증’됐으나, 법정에서는 ‘무죄’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현상이 잇따랐다.
이러한 판결 경향은 단일 사건이 아닌 광범위한 추세로 뚜렷이 나타난다. 대법원 및 하급심의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이른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된 형사사건 중, 실제로 범죄사실 입증에 기여한 증거가 절차적 하자로 인해 배제되어 무죄가 선고된 경우가 3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뇌물, 횡령, 공직 비리와 같이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중대 범죄에서 이 같은 법리 적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원칙에 기초해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형사사법과 권력의 남용 방지라는 측면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사회적 해악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서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많은 국민은 ‘떳떳하다면 왜 절차 위법만 따지냐’는 불신, ‘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냉소로 반응한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에서는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더라도 범죄사실이 명백하면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는다. 정작 판결 뒤에 남는 것은, 범죄 혐의자가 실질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부조리함과, 사법부의 초법적 ‘선’ 그음이 얹혀진 모순적 상황이다.
그러나 사법부 시각에서 ‘절차 위법’은 단순한 꼬투리가 아니다. 공정한 재판,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궁극적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국가 권력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때 지켜야 하는 엄격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이 흔들리면, 결국 국가폭력에 의해 누구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법률 개정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국회와 학계 일각에서는 일정 요건하에 위법수집증거의 예외적 허용, 즉 ‘독수독과이론’의 완화 필요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미국, 독일 등에서는 ‘불법수집증거의 예외(The Good Faith Exception)’를 적용해, 수사기관이 중대한 과실이 아니고 악의적으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증거를 일부 인정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인권 침해가 자행된 뼈아픈 역사가 반복적으로 경고신호로 작용한다. 2016년 이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 문제, 불법 도·감청, 무리한 압수수색 등 권력기관의 ‘탈선’(逸脫)이 잦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법부의 엄정한 기준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힘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어떤 판결이든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는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결코 ‘절차의 함정’에 희생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권력의 무분별한 남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중적 요구를 하고 있다.
결국 이번 통계와 현안은 사법 제도의 본질적 과제, 즉 정의와 합법성의 충돌 앞에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가 선택의 시대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향후 법률 개정, 사법부의 제도 개선, 수사기관 내부점검 등의 논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단계부터 권리보장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면 ‘합법 증거’로 범죄를 소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민이 안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요구하는 만큼, 제도의 균형점을 찾는 공론화와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