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평화 외교’ 고수 선언, 표면 너머에 숨겨진 전략적 계산
중화인민공화국 국경절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비롯한 국가 최고위 지도자들이 대규모 기념 연설 및 공개 행사를 치렀다. 이번 연설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평화를 추구하는 독자적 외교 정책’을 앞으로도 견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간 패권 경쟁, 타이완 및 남중국해 이슈, 그리고 내외 정치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시진핑은 ‘독자성’과 ‘평화’를 반복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외교적 기조의 유연성과 단호함을 동시에 과시하려 한 의도가 읽힌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내세운 ‘독자적 외교’는 단순히 기존 외교 정책의 반복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2025~2026년 들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제무대에서 더욱 공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G20·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미국, 유럽, 인도 등과 대립 또는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들이 목격됐다. 특히 타이완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군사·외교적 압박 수위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설에서는 ‘평화’란 단어가 반복됐다는 점은 내외적으로 중국 정책의 본질적 긴장 구조를 반영한다.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협력, 평화 공존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구체적으로 우리(한국)와 미국, 주변국이 받아들여야 할 방식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정책 정당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냉철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중국 내 경제 성장세 둔화, 청년 실업률 급등, 부동산 시장 구조 악화와 같은 주요 리스크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정치 수사로서의 전략성이 농후하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중국 외교의 ‘독자성’은 기존 국제질서와 양립보다는, 중국식 질서 재정립 및 내적 안정 확보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의 ‘평화’ 담론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 역시 강하다. 위구르, 홍콩,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시위와 내정 간섭, 인권 탄압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 및 서방과의 군사·기술 패권 경쟁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G2구도 격화, 역내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 수위 조절 등 복합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중국의 국경절 연설은 매년 전체 외교 전략의 뼈대를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이자 내부 결속용 메시지로 꼽힌다. 이번 시진핑의 언급 역시 단순한 외교 공방이 아니며, 내외압력 속 자국 우선 정당성 확보,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상 강화 목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독자적 노선’이라는 표현은 기존 국제협력 틀(UN, WTO 등)과의 조화보다는 중국형 질서 주도권 쟁취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일·호주·영국의 안보 협력 강화 등 미주-유럽-아시아 각축 양상 속에서, 중국의 단독 외교 방책은 상대적 고립 혹은 영향력 집중이라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이 반복적으로 ‘평화’와 ‘안정’, ‘자주’라는 단어를 통치 담론에 심는 것은 기존 패권국(미·EU 등)과의 차별화 전략, 즉 서구 질서에 대한 신(新)도전의 메시지임을 시사한다. 또한 최근 중국 경제 불확실성 심화, 중산층 불만 증가 등에 따른 내부 체제 안정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외교 정책이 내정용 프레임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 및 기업은 중국의 공식 메시지와 실제 정책·행동 사이의 괴리에 보다 정교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 외교’ 구호가 실제적 대화와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 혹은 미중 신냉전 구도 내 자국 우선 성명으로 작동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시진핑의 연설은, 지정학적 통제력 확대, 내적 통치력 강화, 외부 비난 우회라는 3중 구조를 내포한 ‘전략적 담론’이란 점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음이 현실이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