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위한 통합 물관리, 정부·지방·민간 ‘속도’가 관건
2026년 10월 현재,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국지성 폭우, 예측이 어려운 가뭄, 오염된 수자원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문제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정기관과 정부 부처,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통합 물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요구는 더 이상 미래 과제가 아니라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다. 지난 수년 사이 ‘지속가능한 물관리’는 국가적 정책과제에서 넘어, 인권·경제·치안까지 걸쳐있는 복합적 사회문제의 한가운데로 부상했다. 실제로 올해 8월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지 불과 한 달 사이, 영서·영남 주요 댐의 수위 조절 실패에 따라 긴급 재난문자 발송과 한밤 구조작업, 그리고 이재민 발생이 반복됐다. 전국 17개 시·도의 하수처리장 중 절반 이상이 노후화돼 기초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과거 정부는 2020년대 중반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Master Plan)을 수립, 수량관리와 수질·생태관리를 일원화하고 부처간 중복을 해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 추진 상황은 제자리걸음에 머무른 채 중앙-지방, 환경부-국토부, 지자체-민간기업간 책임 소재와 예산 분배, 데이터 통합의 병목현상이 누적 중이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해 기준 국가·지방 수자원 정보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은 여전히 시범사업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6년 들어서야 서울·경기 일부 지역 중심으로 IoT 기반 하천·저수지 관리 시스템이 확대됐으나, 현장 실무자들은 “실시간 경보망이 전국적 대응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통합 물관리의 정착이 단순히 예산 문제를 넘어, 조정권한의 구체성과 업무 시스템의 명확화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하천 오염사건의 관할청 중복 책임’이 지적됨에 따라 지방정부와 환경부 각자의 소극적 책임 회피가 반복되는 ‘핑퐁 행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결국 민생 현장, 그중에서도 즉각적 지원이 취약한 소규모 도서·농촌 지역에 집중된다. 물관리 예산의 약 70%가 서울과 경기권에 편중돼 있다는 최신 국회예산정책처 보고는 이 같은 지역불균형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한다.
경제·산업계에서는 기후위기 시기에 ‘통합 물관리’가 기업경영 리스크와 직접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올해 공개된 3대 중견기업(반도체·식품·바이오) 물 공급 중단 사고는 직접적 생산차질과 투자위축, 해외공장 이전 검토를 불러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물 수급 불확실성은 곧 투자 포기의 신호”라고 진단하면서 정부의 근본대책 촉구에 나섰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들은 ‘통합 관제 시스템의 투명성과 정보공개’를 강하게 요구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광역수도권 중심 ICT 물관리 고도화가 농어촌 배제 효과를 야기한다”며, 지방분권형 물관리 혁신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국회에서도 여야 간 ‘수자원 통합관리처 설립법’에 대해 10월 임시국회 중 타결을 논의 중이나, 전국적 협치와 추가예산 논쟁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난 대응 관점에서의 통합 물관리 역시 핵심 쟁점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재난통합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물 관련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재산 손실, 구조작업 비용이 이전 10년 대비 크게 늘었다. 전문가는 “국지적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시기일수록, 물관리 컨트롤타워의 일원화와 신속한 빅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가 국가안보 수준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은 수질-수량-하천-저수지 관리 플랫폼을 통합해, 폭우·가뭄 시 실시간 데이터로 대응 체계와 지원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이제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민간이 물관리 책임을 서로 미루기보다, 명확한 지휘본부와 실질 예산, 정보통합과 현장 기반 분권화라는 세 축을 조속히 완성하는 게 본질로 떠오르고 있다. 관할과 예산,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국민들의 일상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일상에서 물부족에 시달리는 현장의 목소리가 뉴스 타이틀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현실은, 더 이상 정부의 미온적 로드맵 발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각 부처와 국회, 시민사회, 산업계 모두가 ‘통합 물관리’라는 초미의 과제 앞에 속도전으로 응답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