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니트’, 올가을 패셔니스타의 새로운 선택지
울퉁불퉁한 텍스처의 꽈배기 니트가 이 가을, 패션 키워드로 다시 소환됐다. 도심 곳곳에서 거리 패션을 스케치하면, 어디를 가도 흔한 심플 니트 대신 입체감 가득한 꽈배기 패턴이 심상치 않게 보인다. 뜨거운 티 한 잔, 부드럽게 착 감기는 소재, 그리고 케이블 니트가 주는 시각적 온기. 모두가 똑같은 ‘깔끔’만 외치는 시기에 오히려 이런 빈티지한 컨셉이 확실히 각광받는 이유가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이 흐름을 눈치채고 다양한 실루엣, 두께감, 컬러 팔레트로 출시했다. 에르메스, 마르니, 자라, 유니클로까지 꽈배기 디테일이 박힌 니트 컬렉션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꽈배기 니트의 매력, 이 단순한 트렌드 이상의 이유를 파고들어봤다.
패션 시장 움직임을 보면, 무채색 혹은 로고 없는 미니멀 미학이 지독하게 반복된 뒤에는 반드시 반동이 온다. 그 반동의 중심이 꽈배기 니트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엄마 옷장’ 스타일의 부활이 환영받으면서, 옛날 감성 가득한 위빙, 유니크한 볼륨감을 주는 떠오르는 케이블 무늬가 영 앤드 올드 세대 모두의 소셜 피드에 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패턴을 입은 스타들의 공항패션, 스트리트 사진, 국내 주요 연예인의 방송 출연 모습까지 최근 두 달 새 꽈배기 니트를 입은 장면이 넘친다. 심플하지만 눈길을 확 잡아끄는 힘, 거기에 손으로 짠 듯한 텍스처에서 오는 ‘정성’의 미학이 요즘 젊은 세대의 ‘엔도르핀’ 포인트로 먹힌다.
브랜드의 전략은 더 영리해졌다. 기본적인 크림베이지·네이비 컬러 이외에도 라임, 파스텔, 체리핑크, 바이올렛 등 컬러풀한 변주를 더해 개성을 뽐낼 여지를 넓혔다. 또 루즈핏, 크롭 스타일, 오버사이즈, 터틀넥부터 니트 드레스까지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눈에 띈다. 니트 애호가들은 이제 따뜻함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어깨선의 여유, 소매의 볼륨감, 몸통을 도드라지게 하는 꽈배기 무늬 하나로 룩이 확 살아난다”는 게 꽈배기 니트 열풍의 핵심. 실제로 자라, 무신사 스토어 등 2030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에선 꽈배기 니트 신상품 출시와 함께 품절 대란, 리오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 이후 ‘부드러운 일상복’ 트렌드가 한동안 주류였다면, 이제는 평범함을 뛰어넘는 ‘패턴의 시선유인력’이 시장에 반영되는 단계다. 꽈배기 니트는 여전히 포근함을 베이스로 두면서도, 하루하루 일상에서 ‘평범함’에 식상함을 느낀 MZ세대가 확실하게 반응할 만한 요소. 최근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WWD, 패션유통채널 기사 등)를 살펴봐도, 케이블 니트는 서울—도쿄—런던—파리 컬렉션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에슬레저룩, 세미포멀룩 등 다양한 꾸안꾸(안 꾸민 듯 꾸민) 연출에 꽈배기 니트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만질 때 실제 촉감과 터치감에 상당히 민감하다. 꽈배기 니트는 이론적인 트렌드나 이미지와는 다르게, 물리적으로 손끝에서 느껴지는 짜임의 ‘볼륨’, 두께, 원사의 결이 좌우한다. 인기 브랜드들은 고급 울, 알파카, 아크릴 블렌딩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해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입체감을 담아내는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린다. 소비자 후기에서도 “아우터 없이도 보온감 최고다”, “주관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스포티하게 트위스트 연출 가능” 등 써보고 올리는 진짜 경험치가 쏟아진다. 심지어 꽈배기 니트 특유의 단단한 조직은 잘만 고르면 오랜 기간 형태변형 없이 신는 ‘스테디 아이템’으로 이름을 날린다.
무엇보다 다양한 체형, 연령, 스타일링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는 ‘적응력’이 꽈배기 니트의 절대 장점이다. 청바지, 슬랙스와의 믹스는 물론, 셔츠나 블라우스 위에 레이어링하거나 스커트에 매치해도 구애받지 않는다. 최근엔 젠더리스 패션 열풍에 힘입어, 전통적인 남성 니트를 여성들이 루즈하게 변형해 입는 믹스매치도 유행이다. 길거리에서 만난 20대 여성 직장인은 “직장에서도 캐주얼하면서 격식 있게 연출 가능하고, 퇴근 후엔 롱스커트에 살짝 걸쳐주니까 데이트룩으로도 손색없다”고 꼽았다.
소소한 팁을 더하자면, 꽈배기 니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포인트 아이템이 된다. 특히 액세서리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두꺼운 케이블 무늬 하나만으로 나머지는 최대한 심플하게, 이어링, 미니백, 은은한 링 등 과하지 않은 소품과 매치하면 가장 자연스러운 뉴트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아우터와 함께 입을 땐, 무거운 롱코트나 하프코트보다는 살짝 부드러운 패딩, 혹은 트렌치와 톤온톤 컬러매치가 트렌디하게 만들어준다.
결국, 이 가을 꽈배기 니트의 부상은 단순히 따뜻함을 넘어선다. 무난함에 지친 일상 패션객들의 ‘표현’에 대한 욕구, 입체적인 텍스처와 색다른 감성을 동시에 건드리면서 트렌드의 선을 재정립한 셈이다. 클래식한데 촌스럽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있어 보이는’ 무드를 원하는 모두에게, 아주 지금, 꽈배기 니트가 가장 날선 해답이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