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이 뭐냐”…’수호신TF’ 이진우 재판서도 공소장 지적

10월 30일 열린 ‘수호신TF’ 이진우 전 수사단장의 재판에서, 공소장의 불명확성과 수사기관의 기소 태도에 대한 핵심 쟁점이 다시금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이진우 전 단장에게 적용한 공소사실의 구체성, 그리고 혐의 입증을 위한 기본적 쟁점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는 변호인단의 반복된 문제 제기를 다뤘다.

이 전 단장은 2025년 여름, 검찰 내 수사·감찰기능 혁신을 표방했던 ‘수호신TF’를 이끌며,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로부터 민감한 수사정보를 부적절하게 공유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인물이다. 그러나 첫 공판 이후부터 이 전 단장 측은 “범죄사실의 구체적 ‘행위’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검찰이 기계적 나열에 그친 공소장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고, 이번 재판에서도 해당 쟁점이 재차 논의의 중심에 올랐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공소장에는 ‘2025년 6월께~8월 서울중앙지검 사무실 등지에서 사정기관 원 자료를 수차례 내부 공유 및 외부 누설’이 주요 범죄 사실로 적시됐다. 그러나 언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정보가 오갔고, 실제로 어떠한 제3자(혹은 특정 기자, 타 기관, 혹은 다른 피의자 등)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됐는지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단장은 “도대체 어떤 사실관계로 내가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인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변호인단도 ‘공소시효가 촉박한 상황에서 혐의 입증에만 몰두하다보니 절차적 적법성이 심각하게 흐트러졌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공판부 재판장은 검찰 측을 향해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이후 수사기관은 기소 시 공소사실의 구체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소장 하나로 방대한 범죄의 틀을 씌우는 이른바 “포괄일죄” 방식에 대한 일침도 곁들였다. 최근 복수의 사정기관·공직자 재판에서 이 같은 검찰 기소 관행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실질적 변화는 요원하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실제 올 8월 국회 사법개혁특위 국정감사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장의 범위를 명확히 하라는 대법원 신판례)를 실제 현장서 준수하지 않는 기관들에 대한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주의 대원칙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공소장 기재범위 한계 문제는 단순히 이번 이진우 사건 차원을 넘어서 검·경 전체의 권한 행사와 피의자 인권의 경계에서 여전히 핵심 갈등축으로 남아 있다.

이진우 전 단장이 위법성 인식 여부를 스스로 부정한 것도 방어권 행사에서는 관례적인 전략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공소장 범위가 너무 넓거나 모호할 경우 일부 판결에서 무죄 내지 불인정 판결로 귀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 비슷한 유형의 판결을 살펴보면, 잠재적 무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도 있다.

법조계는 “검찰의 기소는 엄중해야 한다”는 점엔 동의하면서도, 정당한 절차가 결여된 졸속 기소가 반복될 경우 형사사법 시스템 내 신뢰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중견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내부 감시와 사후적 제도의 미흡이 이런 공소장 작성 관행을 지속적으로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 측 역시 공판 후 “중대 범죄일수록 범죄구성요건의 충족과 구체성 명시는 기본”이라며 기소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부인했다. 다만 법조계 다수 의견은 “사건의 중대성 뒤에 숨은 절차적 소홀, 이는 향후 판결 결과가 어떻든 다시 한 번 공권력 남용 및 권한 행사 방식 전반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공소시효 촉박성과 사회적 파장, 그리고 제도적 미비가 겹치는 지점에서 이번 ‘수호신TF’ 이진우 사건은 ‘기소의 엄정성’ 대 ‘방어권 보장’이라는 중대 갈림길에 놓여 있는 셈이다.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번 사건이 사정기관 전체에 남길 파장과 향후 형사사법 현실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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