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도축장, 환경과 미래 산업의 갈림길에 서다

광주시의회 이강섭 의원이 최근 시의회 임시회에서 곤지암 도축장 인근 주거지역의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도축장 인근 주민들은 수년간 악취와 분진, 오폐수 유출 등 여러 환경피해를 호소해 왔으나, 문제 해결은 더딘 상황이었다. 이에 더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푸드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의 연계성까지 대두되면서 지역 사회에 다양한 논의들이 촉발되고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은 곤지암 도축장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며, 해당 시설의 환경관리 실태와 개선 필요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해만 해도 광주시 환경과가 도축장 악취 민원에 대해 ‘주기적 점검’을 내세웠지만, 단속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민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공장 이전’ 혹은 ‘시설 현대화’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당초 시는 K-푸드 클러스터 사업 계획을 내세우며 광주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설파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선(先)도축장 환경개선, 후(後)산업클러스터”라는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이강섭 의원의 발언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우선, 광주시는 2027년까지 곤지암 일대에 대규모 식품산업단지(K-푸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도축장을 포함한 축산물 가공, 물류 등 연계 산업 집중 배치와 수출 거점 확보를 목표로 한다. 광주시는 국책사업 유치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기존 도축장의 환경적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클러스터 자체가 주민 반발에 막힐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곤지암 도축장에서 발생한 환경 민원만 80여건을 넘겼다. 냄새와 분진, 그리고 오폐수 처리 문제는 주민 생활권을 긴 시간 옥죄어 왔다. 의료인 A 씨(49, 곤지암읍)는 “창문도 못 여는 삶이 몇 년 째다. 시에서 물어보는 건 ‘불편하냐’뿐, 변한 건 없다”라며 현장 상황을 지적했다. 소상공인 연합회 측도 “이 근처 누구도 도축장 덕에 이득 보는 느낌이 없다”라고 말한다. 결국 지역행정은 경제논리와 생활권 보장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강섭 의원이 촉구한 ‘K-푸드 클러스터 사업 전면 검증’이 단순히 의회 내 쟁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은 5,600억 원 투자와 2천 명 이상 직접고용이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구체적 환경영향평가 자료 모두가 시민에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개발과 공공행정 측면에서 볼 때, 국책사업에 쏟는 예산과 인력이 자칫 환경갈등 심화로 이어지면 자치단체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그간의 축산물 단일 가공 중심 기능에서는 탈피하겠다는 계획도 실무적 로드맵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불거진다.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강원도 철원과 충북 음성 등 전국 곳곳에서도 기존 축산업 관련 클러스터 추진 시마다 환경문제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아왔다. 일본 지바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산업단지 등 해외에서도 단일 기능보다는 시민 참가형 환경 모니터링, 친환경 기술 도입을 결합한 신산업 모델이 점차 주목받는다. 이처럼 광주가 단순 산단 조성에만 주력할 경우, 과거와 같은 ‘원점 반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의 주장은 단순한 반대가 아닌, 투자사업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영향평가와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도입 등 현행 절차의 전면 손질을 촉구하는 맥락에서 해석된다. “환경문제 해결과 미래성장산업은 결코 양립 불가가 아니다. 단, 행정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 의원과 지역 시민의 요구는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경제, 일자리 등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는 사회적 타협과 생활권 중심 실사구시 정책 방향만이 진정한 지역 상생 해법임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곤지암 도축장과 K-푸드 클러스터 갈등이 보여주는 것은 산업발전과 주민 삶, 지방행정 투명성이라는 ‘세 개의 저울추’가 모두 균형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상징한다. 광주시와 의회, 그리고 주민 모두의 집요한 소통과 절실한 현장 행정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요구된 적은 없었다.

최현서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