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 상담으로 연결되는 온기: 강동구 ‘부모 상담 프로그램’ 현장을 보다

서울 강동구가 11월 24일까지 운영하는 ‘부모 상담 프로그램’은 최근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드러나는 소통의 어려움과 심리적 고립 문제를 사회적 돌봄 차원에서 다루는 시도다. 강동구청의 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부모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심리 상담 전문가가 1:1 또는 그룹 방식으로 부모의 마음을 전문적으로 진단한다. 육아 스트레스, 양육 과정 속 부부 갈등, 부모 자신의 감정 조절, 자녀와의 올바른 소통법 같은 주제가 상담의 중심이다.

전국적으로 양육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부모들의 심리적 돌봄에 보다 공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이하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의 61%가 ‘양육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정보의 홍수와 가족 형태 변화(1인·맞벌이·조손)가 함께 맞물리면서, 부모들이 상시적으로 겪는 소진과 불안이 심화된다는 분석이 반복되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자체 차원의 부모상담 프로그램 도입은 만시지탄의 측면이 있지만, 그 자체로 제도적 변화의 신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상담이 일방적으로 부모의 ‘잘못된 양육’을 고치는 데 초점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 자체를 정서적으로 돌보는 데 중심을 둔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사례 가운데는 자녀의 문제행동 이면에 부모 자신의 미해결 감정이나 사회적 지지가 결여된 조건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초등생 아들을 둔 40대 A씨는 평소 아들의 등교거부에 대해 강한 죄책감을 느꼈지만, 상담을 통해 아이에 앞서 자신이 최근 겪은 직장 내 갈등과 불안이 모성 감정에 전이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양육법을 지도하는 걸 넘어서, 부모의 내면부터 세밀히 이해해주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부모상담 프로그램은 이미 선진 복지국가의 대표적인 정책 도구 중 하나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는 사회복지센터나 공공보건기관이 정기적으로 부모 정서상담 및 가족소통 코칭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해마다 상담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 불평등(소득·지역 차이), 낮은 참가율, 인력부족 같은 공통의 과제는 남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육아 환경은 더욱 고립화됐고, 양육자는 누구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공유하기 어렵다는 토로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동구 사례를 계기로 ‘상담의 문턱 낮추기’, ‘일상 지원체계와의 연동’이 사회적으로 더욱 절실해진 실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주는 사회적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를 개인의 성향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구조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지원의 결핍에서 비롯된 복합적 현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 참여 부모의 피드백 자료에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웃 부모들과 경험을 공유하니 위로가 됐다”, “자녀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이 상담을 통해 달라졌다”는 소회가 빼곡히 실려 있다. 이는 ‘부모 마음돌봄’의 효과를 단기적 갈등의 해소로만 볼 수 없고,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 전체에 정서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아직 ‘부모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만만치 않다. “상담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가족만 이용한다”는 인식과 부담감, 시간·비용의 장벽, 맞벌이나 조손가정의 접근성 미흡 문제는 향후 서비스 확대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비슷한 선례였던 여성가족부의 ‘부모교육 지원사업’도 참여자 확보의 가장 큰 난관이 위축된 ‘노출 불안’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정책적으로는 상담의 접근성을 높일 ‘찾아가는 지원’, 온라인 비대면 상담, 다문화·한부모 특화 맞춤 프로그램 등과 연동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상담이 특정 부모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부모 모두에게 일종의 ‘정기 건강검진’처럼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민센터, 보건소 등 사회접점에 부모심리 지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양육의 개인책임론에 매몰된 현재의 구조도 점차 변화할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웃고, 섭섭함을 말할 수 있다면 이미 첫걸음을 뗀 셈이다. 강동구의 상담 프로그램은 모든 부모가 어려움을 말하고, 도움을 받고, 맘을 추스르는 기회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될 때 진짜 가치가 커질 것이다. 지역 각지에서 비슷한 시도가 확산되어, 부모 돌봄이 자녀 돌봄과 동전의 양면임을 모두가 실감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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