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송 밖으로 나온 홈쇼핑…유튜버 판매망 확대에 자체 플랫폼까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신도시의 쇼윈도, 유리벽 너머 밝은 조명이 한낮처럼 펼쳐진 곳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손끝을 화면 위에 올려놓는다. 그곳은 더 이상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야만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어머니의 시간과 동시에 달려가던 홈쇼핑의 풍경이 아니다. 이제 우리 곁의 홈쇼핑은 침대 맡에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소파에 누운 채 스마트폰의 작은 파도 위를 타고 넘는 생활 속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2026년의 홈쇼핑은 플랫폼이라는 말이 품은, ‘연결’의 새로운 질서를 상징한다. 기성 방송의 울타리를 벗어나 유튜브와 틱톡, 인플루언서의 SNS 라이브와 맞잡으며 채널의 개념조차 허물었다. 기사에서 드러나는 주요 장면 중 하나는, 홈쇼핑사가 자신들의 노하우와 스타 쇼호스트를 내세운 자체 플랫폼 개설에 뛰어들고, 동시에 유튜버‧크리에이터 친화적 라이브커머스와 협업을 확대하는 현장감이다. 과거에는 미리 녹화된 스튜디오 방송, 실시간 연결과 전화주문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상품 선정부터 실사용 리뷰, 심지어 Q&A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와 ‘스토리’를 엮어 판매를 유도하고, 다시 그 데이터가 다음 전략으로 활용된다.
지난 1년간 홈쇼핑 시청률은 꾸준히 줄었다는 자료들이 쏟아졌고, 업계와 미디어 모두 ‘탈(脫) 방송’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홈쇼핑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찾아 생존의 언어를 새롭게 짓고 있다. 한 예로, 해당 기사에서는 CJ온스타일, GS샵 등 업계 핵심 채널들이 자체 모바일앱 제작의 진화를 언급하며, 라이브 방송과 큐레이션 맞춤형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결합한다는 점이 부각된다. 제품 탐색의 과정마저 엔터테인먼트와 맞닿아, “쇼보다 재밌는 쇼핑”, “재미는 덤” 같은 유행어를 따라가듯 우리들은 오늘도 무의식적으로 구매에 가까워진다.
유튜브를 활용한 홈쇼핑의 확장은, 사실 상거래 업계 전반의 크나큰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브랜드와 고객, 기획자와 유명인, 심지어 일반인의 경계까지 희미해진 시장. 인기 유튜버가 자신의 팬들과 평범한 일상을 나누며 “추천템”을 직접 입고, 쓰고, 집에서 펼쳐 보이면, 1분 만에 수십만 명이 동시에 상품을 접한다. 판매망이 점차 퍼스널 네트워크, 즉 팬덤의 신뢰와 입소문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텔레비전 광고 속 아이돌 대신, 매일 만나는 친근한 유튜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끌린다. 한때 ‘홈쇼핑=중장년’이라는 등식조차 빠르게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6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0·30대의 라이브커머스 이용률은 코로나 이전 대비 3배가 넘게 뛰었다. 라이브를 통한 상품 추천에 소비자 의견이 직접 반영되며, 그 자리에서 ‘리뷰+구매+질문’이 한꺼번에 터지는 새로운 상거래 경험이 대중화됐다. 자신만의 “갖고 싶은 것”을 방송으로 승화할 수 있는, 홈쇼퍼와 유튜버들까지. 홈쇼핑은 이제 누군가의 소소한 일상과, 모두가 공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완전히 재탄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변환의 이면에는 오래된 근원적 불안도 스며있다. 브라운관을 지키던 특유의 ‘안정감’과, 검증된 쇼호스트의 신뢰는 과연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온전히 대체될 수 있을까? 유튜버들은 순간적 인기와 즉흥적 판매몰이에 치중하는 대신,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특화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길수록, 진짜 ‘신뢰’의 무게는 점점 소비자들에게 돌아왔다. 화려한 추천 속 이야기 뒤, 우리가 사로잡히는 건 상품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 과정 전체를 “홈쇼핑의 은퇴”라 했지만, 진실은 반대에 가깝다. 홈쇼핑은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다만 물리적 텔레비전에서 ‘내가 정하는 시간·장소’의 상상력으로,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와 연결망 속 새로운 주인공으로 옷을 갈아입어 살아남았다. 쇼호스트가 TV 밖으로 걸어나와 유튜브 앞 카메라를 마주 보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면, 이 역시 우리의 달라진 소비 생활과 감성의 또 다른 각인이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홈쇼핑의 변화란, 단순히 ‘상품’의 겉면만이 아닌, 시대 감각과 정체성이 녹아든 우리 시대의 한 초상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여전히 우리는, 익숙한 듯 낯선 채널 위에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투영하려 한다.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홈쇼핑의 다음 쇼는, 우리의 일상 어디든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