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취소 악법” 논란… 거리로 나선 여야, 법사 현장 어디까지 번지나
8일 오후, 현행 사법체계의 향방을 놓고 국회와 도심 거리가 동시에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서울 도심에서 ‘재판 취소 악법’이라 명명한 사법개혁특례법안에 대한 규탄 시위를 벌였다. 법안의 골자는 검찰이 기소한 주요 사건이 1심 형사재판 종결 후 일방적 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이 법을 ‘사법질서 파괴’로 규정, 거리 시위와 국회 내 여론전을 이어갔다. 이날 현장에서는 ‘법치주의 사수’, ‘국민 재판받을 권리 무력화’ 등을 외친 집회 피켓이 도열했다. 경찰은 저녁 시간까지 300명 안팎의 경력으로 현장에 배치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조작 기소 진상 규명’을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은 “권력에 의한 조직적, 구조적 기소 남용과 조작이 근절되어야 한다”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권 일부는 최근 가짜 증거·기소 강행 사례 및 검찰권 남용 논란에 초점을 맞췄다. 원내외 논평에선 ‘일각선 재판 취소가 아니라 무리한 기소에 대한 사법적 견제장치’라는 정당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에 ‘정치적 재판 무력화’, ‘피고인 인권 보장’, ‘권력기관 개혁’ 등 쟁점들이 여론전에서 첨예하게 충돌됐다.
해당 법안의 쟁점은 간단치 않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동기 기소’ ‘정권 비호형 재판 취소’ 등 위험성을 우려한다. 검찰이 정치인·고위공직자 등 주요 인사의 사건을 기소해도, 1심에서 유죄 또는 무죄가 선고된 후 검찰이 기소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권의 견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포괄적 기소 남용 방지’와 ‘정의로운 사법절차 회복’을 내세운다. 특히 최근 논란이 컸던 전직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들이 거론됐다. 여야가 각자 내세우는 가치와 우려는 같다. 그러나 서로가 믿는 위험은 정반대에 있다.
시민단체와 법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시도가 단순히 현 정권이나 특정 정당의 이익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소송법 체계상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서 절차적 정의가 보장돼야 하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검찰의 기소책임,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 등 복합 요소의 균형이 요구된다. 실제로 유사 법안이 논의됐던 외국 사례에서도,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직접 기소 취소(공소취하)를 할 경우 충분한 제한과 사법적 심사의 보완성이 포함되어야 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야의 거리 투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분위기도 한층 경색되고 있다. 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각자 소위원회과 대정부 질의에서 격론을 이어갔다. 특히 해당 법안의 ‘적용범위’, ‘재판 진행시점에서의 기소 취소 허용 요건’, ‘공소권 남용 판단 주체’ 등 구체적 사안별로 치열한 논의가 지속된다. 현장에서는 검찰 내부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는 검찰권 견제를 인정하나, 피고인의 방어권과는 별도로 국민 알권리와 사회적 정의 문제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수사 과정에서 실제 무리한 기소 및 논란성 사례들이 반복되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지적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집회 참가자와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뚜렷이 나뉜다. 한 보수단체 참석자는 “정치권력에 불리한 재판은 기소 자체가 날아가고, 국민은 결과조차 알 수 없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반대로 피고인 가족이라는 한 시민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가족 전체가 고통받은 경험을 했다. 재판 도중에도 기소 취소가 보장돼야 억울함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법조계 내부는 입장의 다양성만큼 향후 사법체계 변화에 대한 우려도 깊다. 특히 이미 진행 중인 주요 정치 사건이 이번 법률 개정과 맞물릴 경우, ‘법적 안정성’ 논란 및 사회적 혼선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법원의 입장 표명은 제한적이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서 ‘사법부의 권한 약화’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 내부 문건 공개, 판사 탄핵 움직임 등 최근 사건들이 심리적 배경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은 향후 전국적 여론조사와 국민 공론화 절차, 그리고 실제 법안 표결 방식을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법관회의, 검찰총장 담화, 변호사회 공식 입장 등 남은 일정 곳곳에서 대립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통과 여부와 별개로, 대중적 신뢰 회복과 사법체계의 미세한 균형 조정이 과제로 남는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결과는, 정치 대결을 넘어 실무 현장에서 얼마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 논란을 넘어서, 사법의 독립성과 국민의 권리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기다.
— 이현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