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경찰청의 ‘청소년 범죄 예방’ 동맹, 실효성 뒤편의 공백과 책임
대한민국 청소년 범죄, 그 심각성은 통계가 말해준다. 최근 3년간 청소년 강력범죄가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 늘었고, 저연령화 경향 역시 뚜렷하다. 경찰청이 이동통신사 KT와 손을 잡고 빅데이터 기반의 범죄 예방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소식은 분명 눈길을 끈다. 이번 협약의 골자는 KT의 위치기반 서비스와 빅데이터, AI 예측 알고리즘을 경찰청의 범죄 예방, 현장 대응에 결합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술과 치안의 합동작전. 대외적으로는 ‘미래형 치안’으로 칭송 받을 노릇이다. 하지만, 여기엔 여러 구조적 질문이 따라붙는다.
추적의 첫 발자국은 ‘빅브라더 논란’이다. KT가 수집하는 방대한 이동정보, 위치데이터가 실제로 어디까지 활용되는지, 충분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는 확실히 갖췄는지 독립적 검증이 필요하다. 경찰청-통신사 간 데이터 협업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강력한 규제와 시민사회의 감시 대상이다. KT의 AI, 빅데이터 분석은 효율적인 범죄 패턴 예측, 핫스팟 선별, 실종자 수색 등일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청소년 정보의 민감성, 동의 절차, 자료 폐기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 구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실효성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 의심이다. KT와 경찰청이 공동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소년 밀집지역, 취약시간대 가시적 순찰 강화’가 핵심이다. 올해 초 시행됐던 ‘스마트 순찰제’, ‘학생안심이동 서비스’ 등 현장 접목 정책도 등장한다. 실제로 경남 통영의 한 학교 주변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자 2개월간 학교폭력이 3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피해 은폐, 사건 미신고 비율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KT의 ‘빅데이터 예측’이 실제 범죄 저감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근거는 아직 성급하다. 오히려 치안의 책임이 AI, 민간업체로 이전되는 것을 은근슬쩍 정당화하는 ‘기술책임 전가’의 그림자만 짙어질 우려가 있다.
2019년 SK텔레콤도 경찰청과 유사한 ‘긴급 구조 공동 프로젝트’를 벌였지만, 일회성 사업에 그쳤으며, 실제 범죄 감소 체감도는 미미했다.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구글, 지역경찰과 진행한 청소년 치안 데이터 연동 협약 역시 ‘프라이버시 과다 침해’라는 시민단체 소송에 직면해 최종 중단됐다. 이런 해외 사례는 거대데이터-치안 시스템이 결정적 결과물 없이 사회적 불신만 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 경찰청이 주장하는 ‘청소년 맞춤형 보호’ 정책의 허점도 추적해보자. 통상 이런 프로그램의 전제는 이미 ‘기록된 피해’ 위주, 집계 가능한 범죄만 다룬다. 그러나 학교장이나 교사가 사건을 축소·은폐하거나, 청소년 당사자가 신고에 소극적인 내부 문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AI 예측은 ‘미신고 범죄’라는 지하수면을 끝내 포착하지 못한다. 특히 KT와 경찰청이 강조하는 ‘현장 대응 강화’ 역시 본질적으로 인원 부족, 순찰 시스템의 관성, 지역 불균형이란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좀더 본질적인 책임의 질문에 다가서보자. 경찰청은 이번 협약을 두고 “민·관 협업, 데이터 첨단화의 상생 모델”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만 19세 미만 청소년 인권에 대한 공적 의무를 민간에 떠넘기는 구조다. KT 입장에선 치안기술 이미지를 기업브랜드로 상업화·차별화할 기회가 되고, 위기관리 리스크는 법적 피해 없이 넘어갈 여지가 많다. 정책이 실패하더라도 AI 예측의 허위양성, 오남용 책임은 어디로 가나.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 범죄 정책은 기술 예찬론에만 머물러선 회피일 뿐이다. 실제 현장 교사, 상담사, 지역사회가 말하는 ‘은닉된 청소년위기’는 데이터에 포착되지 않으며, 정보의 독점·전가·편의주의가 범죄구조의 뿌리를 가릴 수 있다는 냉정한 자각이 절실하다. 경찰은 마치 ‘혁신’의 상징처럼 기술협업을 자랑하기 전에, 사각지대에 방치된 피해자, 무력하게 남겨진 청소년을 추적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하이테크 치안’의 외피보다, 인간과 사회의 실질적 보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복원이 더 시급하다. 지금 경찰청과 KT는 화려한 협약서 대신, 그 빈틈과 그림자까지 투명하게 일일이 드러낼 의무가 있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