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예능의 경계, 생중계된 긴장감: 대통령 출연 예능 방영 중단 논란의 현장
서울 영등포구의 방송사 사옥 앞, 어둑한 조명 아래 스태프와 PD, 경찰까지 분주하다. 대형 스크린엔 이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번엔 국민의힘 지도부가 직접 움직였다. “정치의 장이 아닌 예능 무대에서 대통령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가.” 정장 차림의 당직자들, 촬영 소리가 고요한 밤을 가른다. 현장 취재진의 손에 들린 마이크 위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방송사에 예능 프로그램의 방영 중단을 요구한 것은 역대 대통령 출연 사례 중에서도 이례적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방송 출연이 ‘공적 권위를 실추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즉각적 조치를 압박했다. 뉴스룸 내부, 실시간 모니터링 화면에서는 이번 논란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속보창엔 네티즌들의 실시간 반응, 여야 지도부 발언, 타언론 헤드라인이 차례로 흐른다.
주요 방송사 예능 편집실, 모니터엔 논란의 대상이 된 대통령 출연 장면이 반복 재생된다. 연예 제작진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카메라 앞에서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순수 예능이지만, 대통령이 참여했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느낍니다.” 실제로 현장에선 방영 여부를 두고 사장단-편성팀 간 긴박한 협의가 이어졌다. 밤 늦은 시간에도 관계자 대부분이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대통령과 대중매체의 관계를 다룬 여러 기사들을 살펴보면, 정치 권력이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오는 경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자주 포착된다. 한 방송평론가는 “정치가 예능화되는 시대, 혹은 예능이 정치화되는 시대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고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도 국가 원수의 방송 출연이 역풍을 부른 사례들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진영 간 반응이 유독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이 이번에도 관찰됐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하며 마주친 시민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능현장 인근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대통령도 다양한 매체에 나와 국민과 소통할 필요 있다”고 말한다. 반면 촬영장을 지나던 중년 남성은 “방송이 대통령 홍보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장면별로 서로 다른 결의 목소리가 울린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라진다. 한 연출자는 “정치와 무관한 예능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게 방송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고, 또 다른 PD는 “이미 대통령이 출연한 이상, 사회적 책임을 더 넓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상황도 흡사하다. JTBC, 연합뉴스, KBS 등은 모두 대통령 출연에 대한 찬반 여론과, 방송사-정부-정당 간 역학관계를 입체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예능의 클립 영상, 패러디, 합성 이미지까지 쏟아지는 등 그 흥미 자체를 문화 현상화시키는 흐름도 있다. 이 상황을 정리하면, 미디어의 정치적 파장과 순도 높은 예능성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포착되는 현장의 얼굴, 마이크 앞에서 갈리는 입장, 조명 아래 복잡해진 방송 편성표. 이 모든 것이 정치와 예능, 엄격한 경계의 한가운데 있다. 대통령 출연 예능 논란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후에도 방송과 정치, 두 영역의 교차 구간에서 어떤 새로운 갈등과 소통이 이어질지, 카메라를 든 취재진들은 그 현장을 계속 기록할 수밖에 없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